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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듀본의 기도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음사 펴냄

"잘 생각 안 나는데." 나는 쭈뼛거리며 입을 뗐다.
"생각 안 나면 뭐 어때?" 그가 하이 톤으로 말하고는 손뼉을 탁탁 쳤다. "모든 걸 알아야 하는 것과 편히 사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잖아?" 마술의 기법은 몰라도, 마술을 즐기는 데는 아무 문제 없지, 하고도 덧붙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조금 전 여자들이 히비노에게 보인 태도와 지금 그의 태도에는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여자들은 히비노를 우습게 보고 당사자인 히비노는 다리가 불편한 다나카를 우습게 보고...... 세상은 어딜 가나 이런 식으로 서열을 매기게 되어 있는 걸까.

"사는 게 즐겁지 않거나 슬픈 일이 있더라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시작할 수는 없다. 안 그러니? 모두들 한 번 왔다가 가면 그걸로 끝이야. 알겠니?"
할머니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가족이 죽어도, 죽고 싶을 만큼 슬픈 일이 있어도, 기형의 몸을 갖고 태어났어도, 그래도 그렇더라도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단 한 번뿐인 소중한 인생이기 때문이라고.
2021년 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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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이 날 향해 손을 흔든다. 나는 남편을 사랑한다. 코디에게 배신당한 이후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멋진 남자와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이루게 되어 너무나 행복하다. 우리는 평생 서로를 하나로 묶어줄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 둘 다 그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약속했다.
적어도 나는 그럴 작정이다.
가끔 이선이 못 미더울 때가 있다. 남들이 우리 집 정원을 둘러볼 때마다 지나치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동안은 정말 노이로제에 걸린 것처럼 굴었다. 혹시 누군가가 찾아와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면 그가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혹시 일어나더라도 나는 상황을 처리할 준비가 되어 있다. 엄마의 말을 항상 가슴에 깊이 새기고 있으니까.
두 사람이 비밀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 사람이 죽어서 사라지는 것뿐이다.

네버 라이

프리다 맥파든 지음
밝은세상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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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 라이

프리다 맥파든 지음
밝은세상 펴냄

읽었어요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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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진실이에요. 진실은 그런 거예요. 내 말 알겠어요?"
최진유는 화가 난다는 듯이 덧붙였다.
"좋아요, 당신이 말하는 그 진실이라는 거, 그게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다 한들 그 유효기간이 얼마나 될 것 같아요?"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진실에는 유효기간이 없어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요?"
그렇다고 대답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갈등이 표면에 드러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니까요. 이봐요, 이건 누가 옳고 그른가를 따지는 게 아니에요. 이건 삶이고, 싸움이에요.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싸움이요. 우린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어요.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세이프 시티

손보미 지음
창비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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