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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각 안 나는데." 나는 쭈뼛거리며 입을 뗐다.
"생각 안 나면 뭐 어때?" 그가 하이 톤으로 말하고는 손뼉을 탁탁 쳤다. "모든 걸 알아야 하는 것과 편히 사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잖아?" 마술의 기법은 몰라도, 마술을 즐기는 데는 아무 문제 없지, 하고도 덧붙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조금 전 여자들이 히비노에게 보인 태도와 지금 그의 태도에는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여자들은 히비노를 우습게 보고 당사자인 히비노는 다리가 불편한 다나카를 우습게 보고...... 세상은 어딜 가나 이런 식으로 서열을 매기게 되어 있는 걸까.
"사는 게 즐겁지 않거나 슬픈 일이 있더라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시작할 수는 없다. 안 그러니? 모두들 한 번 왔다가 가면 그걸로 끝이야. 알겠니?"
할머니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가족이 죽어도, 죽고 싶을 만큼 슬픈 일이 있어도, 기형의 몸을 갖고 태어났어도, 그래도 그렇더라도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단 한 번뿐인 소중한 인생이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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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문님의 인생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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