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삶에 탄생과 죽음이 있는 것과 달리 한 권의 책에는 끝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끝을 확신할 수 없다. 어떤 책은 다시 태어나고 또다시 태어나기 때문이다. 불멸하는 것이라고는 오직 책밖에 보지 못했다. 우리는 그러한 책을 고전이라 부른다.
p. 11
_
한 사람의 인생보다 책이 더 오래 살 수 있는 건 책을 매개로 연결되는 사람들 때문이다. 책을 통해 한 사람과 다른 사람이 연결될 때, 그러니까 책이 영원의 다리를 건널 때, 그 책은 다시 태어나고 또다시 태어난다.
p. 16
_
필연이 축적되면 우연의 형식으로 사건이 탄생한다. 겉보기에 우연처럼 보이는 것은 그 사건을 이끄는 필연의 힘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p. 23
_
좋은 글이란 빼어난 글솜씨로 쓰인 문장들의 묶음이 아니라 정돈된 사유를 탁월하게 표현한 글이고, 좋은 책이란 존재 이유가 명확한 책이다.
p. 46
_
우울증에 빠지면 “제일 먼저 사라지는 것은 희망”이다. •••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건 좋은 징조다. 그래야 잠깐 멈추고 회복을 바라게 된다. 회복을 향한 열망은 살아 있다는 뜻이다. 살아 내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깨닫는 것은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다.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건 생명력이다.
p. 65
_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았다.
그리고 그 수고함에 감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