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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일 (한 권의 책을 기획하고 만들고 파는 사람들은 어떻게 움직일까?)의 표지 이미지

책 만드는 일

박혜진, 이영준, 박경리, 천정은, 양희정, 조아란, 정은정, 김명남, 유진아 (지은이) 지음
민음사 펴냄

한 사람의 삶에 탄생과 죽음이 있는 것과 달리 한 권의 책에는 끝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끝을 확신할 수 없다. 어떤 책은 다시 태어나고 또다시 태어나기 때문이다. 불멸하는 것이라고는 오직 책밖에 보지 못했다. 우리는 그러한 책을 고전이라 부른다.
p.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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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생보다 책이 더 오래 살 수 있는 건 책을 매개로 연결되는 사람들 때문이다. 책을 통해 한 사람과 다른 사람이 연결될 때, 그러니까 책이 영원의 다리를 건널 때, 그 책은 다시 태어나고 또다시 태어난다.
p.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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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이 축적되면 우연의 형식으로 사건이 탄생한다. 겉보기에 우연처럼 보이는 것은 그 사건을 이끄는 필연의 힘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p.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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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란 빼어난 글솜씨로 쓰인 문장들의 묶음이 아니라 정돈된 사유를 탁월하게 표현한 글이고, 좋은 책이란 존재 이유가 명확한 책이다.
p.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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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빠지면 “제일 먼저 사라지는 것은 희망”이다. •••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건 좋은 징조다. 그래야 잠깐 멈추고 회복을 바라게 된다. 회복을 향한 열망은 살아 있다는 뜻이다. 살아 내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깨닫는 것은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다.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건 생명력이다.
p.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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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았다.
그리고 그 수고함에 감사하게 되었다.
2021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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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agonggan

소설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흐름이 짧다 보니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고, 장편소설은 소설의 세계로 독자를 서서히 끌어들이는 느낌이라면, 단편소설은 갑자기 소설의 한 가운데로 끌고 가는 느낌이랄까. 지하철에서 읽기 좋은 사이즈라서 무심히 챙긴 책이었는데 이토록 흡입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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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운 작가님의 “윤광호”는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싶어 하는 두 마음이 인상 깊었다. 양가감정. 동전의 양면 같은 마음이 나에게도 있기에 짧지만 여운이 길었던 것 같다. 갈팡질팡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 마음이 여전히 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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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수정 작가님의 “아무도”는 평온한 결혼생활 중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남편이 있었던 이전의 일상과 별거한 현재 그 어딘가의 경계에 있는 모습이 기존의 일상에서 탈출했지만 그 내면에 깔려있는 불안함과 혼돈을 느끼는 인간의 모습으로 보였다. K 직장인으로서 가끔은 반복스러운 일상 속에서 그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불쑥불쑥 솟아오르기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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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혜 작가님의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라는 수술을 하는 주인공의 영혼이 빠져나가면서 이야가는 시작한다. 영혼의 모습으로 과거의 행적을 되짚으며 소설은 흘러가는데 나열되는 사건들의 주된 감정이 사람 사이의 “오해”였다. 주인공이 과거의 사건에서 사람에게 오해를 받는 과정과 주인공이 겪은 힘듦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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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가벼운 책이지만
깊은 글을 읽고 싶다면 추천한다☺️

소설 보다

김병운, 위수정, 이주혜 (지은이)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22년 6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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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무심함으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결국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에 큰 피해를 안깁니다.
p.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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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생산을 통해 쉽게 얻어지고 쉽게 버려지는 음식을 보며 우리는 풍요롭다 말하지 않습니다. 좋은 음식을 다 같이 골고루 나눌 때 비로소 풍요롭다 말합니다. 그렇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분명 더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
p.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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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에 오르는 음식이 어디로부터 오는지, 깨끗하게 만들어지는지 아닌지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우리의 과도한 소비가 유발한 공장식 생산과, 그곳에서 굴러가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시스템이 우리의 모든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마련된 최선의 결과물이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p.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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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TV 예능에 쏟아져 나오는 많은 먹방 프로그램들은
우리 앞에 놓일, 우리가 먹어야 할 음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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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놓여진 음식들에 모든 감각이 집중된다.
음식을 먹을 때, 음식 너머의 것들은 생각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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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채우기 급급했고, 배가 부르면 남기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전 세계 9명 중 1명은 아직도 음식으로 굶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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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리는 이 끼니가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못했다.
그동안의 나는 본능적으로 배를 채우는 것이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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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기는 음식이 어떤 과정으로 처리되는지
한 끼를 만들기 위한 재료들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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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나는 생각할 수 없었던 게 아니라
불편한 진실을 마주보기 싫어 회피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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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좋아하는 만큼,
앞으로의 끼니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길 소망해본다.

Chaeg 편집부 지음
책 펴냄

2022년 6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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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agonggan

나는 많은 하인들 중 가장 비천한 하인 앞에서도 두려워했고 동시에 그런 녀석까지도 부러워했다. 왜냐하면 가장 비천한 하인도 그림자를 갖고 있었고 태양 아래에서 자신을 당당히 드러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p. 45/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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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내 뒤에서 온 세상이 문을 닫아버리는 듯했다.
p. 84/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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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황량했고 더이상 판단력이나 이해력을 갖추지 못했다.
p. 95/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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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내 가슴을 절망으로 채웠다.
p. 96/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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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여, 자네가 만약 사람들 가운데 살고 싶다면, 부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도 그림자를 중시하고 그 다음에 돈을 중시하라고 가르쳐주게나.
p. 155/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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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남자에게 그림자를 팔고, 금화가 무한으로 나오는 주머니를
얻게 된 슐레밀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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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는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것이지만,
나를 타인과 구별해 주는 자아 같은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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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와 금화 주머니 중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이 그림자라고 책은 자명히 말하고 있지만, "정말 나는 그림자를 선택할 수 있을까?"라고 나에게 묻고 또 물었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지음
열림원 펴냄

2022년 6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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