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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이꽃님 지음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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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자주 장난질을 하고, 나는 아주 가끔 기회를 던져 준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에게 어떤 기회가 왔는지 알지 못한다. 용서받을 기회, 달라질 기회,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줄 기회들.

“잘 봐라. 이게 네 인생이야. 달리면서 절대 공을 놓쳐선 안 돼.”
이렇게 작고 보잘것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최 감독 말이 맞다. 인생은 도무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저 작은 공 같은 것이다. 그것을 지킬지, 빼앗길지는 오로지 자신에게 달렸다.
“이걸 빼앗으려고 태클이 들어올 거다. 지독하게 쫓아와서 집요하게 괴롭히겠지. 너보다 몇 배는더 잘 뛰는 녀석들이 눈 깜작 할 사이에 가로채 가기도 할 거야.”
최 감독은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발놀림 몇 번으로 은재의 공을 빼앗는다.
“빼앗겼다고 그렇게 바보같이 서 있을 거야?”
“네?”
“말했잖아. 이 공이 내 인생이라고. 빼앗겼으니 다시 되찾아 와야지.”
은재는 마치 누군가 뒤통수를 세게 후려치기라도 한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든다. 뒤늦게 최 감독의 발밑에 있는 공을 빼앗기 위해 달리지만 공은 자석처럼 최 감독의 발에서 잠시 떨어졌다가도 다시 붙어 버린다.
“경기장 안에선 너 혼자 아무리 잘 달려 봐야 소용없어. 네가 공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든 빼앗으러 올 테니까.”
“그럼 어떡해요?”
“어쩌긴 네 인생을 친구에게 부탁해야지. 그걸 패스라고 한다.”
최 감독은 은재의 집요한 발을 피해 공을 차 버린다. 공은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멀리 뻗어 간다. 은재는 공을 잡기 위해 달려 가려 하지만 최 감독이 그런 은재의 어깨를 붙잡아 세운다.
“모두 공을 보고 뛰지만, 한곳을 향해 뛰지는 않아. 그렇게 공먼 뒤쫓다가는 어무것도 얻지 못하거나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네 심장이 터져 버릴 거다.”

가끔 그런 부모들이 있다. 온갖 폭언과 폭력에도 부모를 이해하기위해 애쓰는 아이들의 모습을 온순하거나, 별 탈 없이 커주는 거라고 믿는 등신같은 부모들이. 안일한 당신들의 생각과 달리 아이들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아이들은 당신보다 힘이 세지고, 더 이상 당신이 두렵지 않을 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당신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건 인생이 던지는 바보 같은 장난이 아니다.
그간 인생의 법칙이다.
2021년 7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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