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y님의 프로필 이미지

Lucy

@lucyuayt

+ 팔로우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이꽃님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이꽃님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었어요
인생은 자주 장난질을 하고, 나는 아주 가끔 기회를 던져 준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에게 어떤 기회가 왔는지 알지 못한다. 용서받을 기회, 달라질 기회,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줄 기회들.

“잘 봐라. 이게 네 인생이야. 달리면서 절대 공을 놓쳐선 안 돼.”
이렇게 작고 보잘것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최 감독 말이 맞다. 인생은 도무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저 작은 공 같은 것이다. 그것을 지킬지, 빼앗길지는 오로지 자신에게 달렸다.
“이걸 빼앗으려고 태클이 들어올 거다. 지독하게 쫓아와서 집요하게 괴롭히겠지. 너보다 몇 배는더 잘 뛰는 녀석들이 눈 깜작 할 사이에 가로채 가기도 할 거야.”
최 감독은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발놀림 몇 번으로 은재의 공을 빼앗는다.
“빼앗겼다고 그렇게 바보같이 서 있을 거야?”
“네?”
“말했잖아. 이 공이 내 인생이라고. 빼앗겼으니 다시 되찾아 와야지.”
은재는 마치 누군가 뒤통수를 세게 후려치기라도 한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든다. 뒤늦게 최 감독의 발밑에 있는 공을 빼앗기 위해 달리지만 공은 자석처럼 최 감독의 발에서 잠시 떨어졌다가도 다시 붙어 버린다.
“경기장 안에선 너 혼자 아무리 잘 달려 봐야 소용없어. 네가 공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든 빼앗으러 올 테니까.”
“그럼 어떡해요?”
“어쩌긴 네 인생을 친구에게 부탁해야지. 그걸 패스라고 한다.”
최 감독은 은재의 집요한 발을 피해 공을 차 버린다. 공은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멀리 뻗어 간다. 은재는 공을 잡기 위해 달려 가려 하지만 최 감독이 그런 은재의 어깨를 붙잡아 세운다.
“모두 공을 보고 뛰지만, 한곳을 향해 뛰지는 않아. 그렇게 공먼 뒤쫓다가는 어무것도 얻지 못하거나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네 심장이 터져 버릴 거다.”

가끔 그런 부모들이 있다. 온갖 폭언과 폭력에도 부모를 이해하기위해 애쓰는 아이들의 모습을 온순하거나, 별 탈 없이 커주는 거라고 믿는 등신같은 부모들이. 안일한 당신들의 생각과 달리 아이들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아이들은 당신보다 힘이 세지고, 더 이상 당신이 두렵지 않을 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당신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건 인생이 던지는 바보 같은 장난이 아니다.
그간 인생의 법칙이다.
2021년 7월 14일
0

Lucy님의 다른 게시물

Lucy님의 프로필 이미지

Lucy

@lucyuayt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어. 불빛이 켜졌다고 꼭 된다는 건 아니야."
"될거야."
마이클이 말했다.
"둘 다 도와줘서 고마워."
"네가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걸 우리가 알 방법은 없을까?"
"그런 건 없어."
기비 물음에 리지가 말했다.
"모르고 살아가는 게 인생이지."

오늘이 내일을 데려올 거야

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음
책읽는곰 펴냄

읽었어요
2주 전
0
Lucy님의 프로필 이미지

Lucy

@lucyuayt

"실전에선 기세가 팔 할이야. 실령 승부에선 지더라도 기세에서 밀리면 안 돼. 차라리 감춰. 니 생각, 감정, 숨소리까지,,,, 그 어떤 것도 상대에게 드러내지 마."

"모든 것은 체력이다... 불쑥 손이 나가는 경솔함, 대충 타협하려는 안일함, 조급히 승부를 보려는 오만함... 모두 체력이 무너지며 나오는 패배의 수순이다. 실력도 집중력도, 심지어 정신력조차도 종국에 체력에서 나온다. 이기고 싶다면 마지막 한 수까지 버텨낼 체력부터 길러."

"그렇게 견디다가 이기는 거요. 쓰라린 상처에 진물이 나고, 딱지가 내려앉고, 새살이 돋고! 그렇게 참다 보면 한 번쯤은 기회가 오거든.... 조국수. 바둑판 위에선, 한 번 피하기 시작하면 갈 곳이 없습니다."

승부 각본집

윤종빈 외 1명 지음
스튜디오오드리 펴냄

읽었어요
3개월 전
0
Lucy님의 프로필 이미지

Lucy

@lucyuayt

우리를 계속 살게 도와주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종교가 있으면 자살이 ‘그릇된 짓’이라는 생각이 윤리적 저지책 역할을 한다. 물론 죽음이 사랑하는 이들에게 미칠 영향이나 모방 자살 염려도 자살을 저지한다. 또 앞에서 봤듯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진화적 항상성(내부와 외부의 자극에도 형태와 생리적 특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것 - 옮긴이)이라는 자기 보존 본능도 있다.
인지 붕괴에 빠지면 이런 장벽들이 하나씩 무너진다. 의미 있는 생각을 하는 사고력을 잃고, 구체적인 세부 사항에만 몰두한다. 정상일 때는 고통의 숨은 의미를 찾는 생각이나 영적인 생각을 낳는 추상적인 사고를 한다. 그런데 자살 앞에서는 이런 사고가 놀랍도록 사라진다. 슈나이드먼은 "자살학에서 가장 위험한 어휘는 네 글자로 된 단어(욕설 fuck을 의미 - 옮긴이)뿐이다." 라고 말했다. 달리 말해 자살 의향자는 모아니면 도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에 젖는다. 상황이 흑백이 되었고, 은유적 미묘함 따윈 없이 오직 죽기 아니면 살기밖에 없다.

나는 죽으려고 했던 심리학자입니다

제시 베링 (지은이), 공경희 (옮긴이) 지음
더퀘스트 펴냄

읽었어요
3개월 전
0

Lucy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