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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 & 겐

미우라 시온 지음
비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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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생각한 적 없어. 사후 세계 같은 거 없다고 생각해."
"맞는 말이야."
그런데도 구니마사는 조금 쓸쓸해졌다. 죽은 뒤에 또 만날 수 있으면 좋은데, 그렇게는 안 된다는 걸 구니마사도 겐지로도 이미 깨닫고 만 것이다. 그것이 쓸쓸했다.
"내 생각엔 말이지……." 겐지로가 빨간 열매로 눈길을 돌리고 조용히 말을 이었다. "죽은 사람이 가는 곳은 사후 세계 같은 데가 아니라 가까운 사람의 기억 속이 아닐까. 아버지도 어머니도 형제들도 사부도 집사람도, 다들 내 안으로 들어왔어. 가령 네가 먼저 간다 해도, 내가 죽는날까지 너는 내 기억 속에 있을 거야."
겐지로다운 생각이다. 구니마사가 보일락 말락 미소를 짓는다.
“그 주장대로라면 노망나지 않기를 빌어야 되겠군.”
“야, 말본새하곤!”
발끈하는 겐지로를 보며 구니마사가 이번에야말로 소리를 높여 웃었다.
죽고 나서도 가족과 벗의 마음속에 산다. 그렇다, 겐. 좋은 생각이야.

“매사 ‘건실’하게만 살 수가 있냐? 그런 거 어차피 불가능해. 도착점도 정답도 없으니까 좋은 거잖아.”
“그럴까?”
“그렇대도.” 겐지로는 바람에 너울거리는 천 자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사는 거잖아.”
도착점도 정답도 없으니까 끝도 없다. 그저 행복을 찾는 마음이 있을 뿐이다. 자신이 해온 일들이 있을 뿐이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서 죽는 날까지 묵묵히 사는 것, 그 시간을 영원이라 부르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어딘가에 이어져 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든든해졌다.
2021년 8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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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에선 기세가 팔 할이야. 실령 승부에선 지더라도 기세에서 밀리면 안 돼. 차라리 감춰. 니 생가, 감정, 숨소리까지,,,, 그 어떤 것도 상대에게 드러내지 마."

"모든 것은 체력이다... 불쑥 손이 나가는 경솔함, 대충 타협하려는 안일함, 조급히 승부를 보려는 오만함... 모두 체력이 무너지며 나오는 패배의 수순이다. 실력도 집중력도, 심지어 정신력조차도 종국에 체력에서 나온다. 이기고 싶다면 마지막 한 수까지 버텨낼 체력부터 길러."

"그렇게 견디다가 이기는 거요. 쓰라린 상처에 진물이 나고, 딱지가 내려앉고, 새살이 돋고! 그렇게 참다 보면 한 번쯤은 기회가 오거든.... 조국수. 바둑판 위에선, 한 번 피하기 시작하면 갈 곳이 없습니다."

승부 각본집

윤종빈 외 1명 지음
스튜디오오드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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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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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계속 살게 도와주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종교가 있으면 자살이 ‘그릇된 짓’이라는 생각이 윤리적 저지책 역할을 한다. 물론 죽음이 사랑하는 이들에게 미칠 영향이나 모방 자살 염려도 자살을 저지한다. 또 앞에서 봤듯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진화적 항상성(내부와 외부의 자극에도 형태와 생리적 특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것 - 옮긴이)이라는 자기 보존 본능도 있다.
인지 붕괴에 빠지면 이런 장벽들이 하나씩 무너진다. 의미 있는 생각을 하는 사고력을 잃고, 구체적인 세부 사항에만 몰두한다. 정상일 때는 고통의 숨은 의미를 찾는 생각이나 영적인 생각을 낳는 추상적인 사고를 한다. 그런데 자살 앞에서는 이런 사고가 놀랍도록 사라진다. 슈나이드먼은 "자살학에서 가장 위험한 어휘는 네 글자로 된 단어(욕설 fuck을 의미 - 옮긴이)뿐이다." 라고 말했다. 달리 말해 자살 의향자는 모아니면 도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에 젖는다. 상황이 흑백이 되었고, 은유적 미묘함 따윈 없이 오직 죽기 아니면 살기밖에 없다.

나는 죽으려고 했던 심리학자입니다

제시 베링 (지은이), 공경희 (옮긴이) 지음
더퀘스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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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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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yuayt

"'인생은 게임'이라니,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인간은 믿으면 안 돼."
신발장에서 로퍼를 꺼내는 마토는 웬일로 저기압이었다. 5교시 수학 시간에 하시모토 선생님이 잡담을 하다 꺼낸 한마디가 아무래도 마음에 안 든 모양이다.
- 대학 입시에 취업 준비에 육아. 앞으로 많은 시험대가 너희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뭐든지 즐기지 않으면 손해야. 인생은 게임 같은 법이니까.
"마토는 그런 사고방식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어? 내가? 에이, 무슨 소리야, 고다. 오히려 그런 사고방식은 싫어하는 편이랄까."
"왜?"
"인생은 무를 수 없잖아."

지뢰 글리코

아오사키 유고 지음
리드비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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