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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arte(아르테) 펴냄

결혼 전 자신의 삶과 커리어를 회복하기 위한 아내 미리암과 유명한 가수를 프로듀싱해서 잘나가는 프로듀서를 꿈꾸는 자유로운 영혼인 남편 폴이 두 아이를 맡길 보모를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해서 루이즈는 밀라와 아당을 돌보게 된다. 루이즈는 집안일과 육아를 너무도 완벽하게 해낸다. 소설 중간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그녀의 우울한 삶이 드러난다. 어떻게든 미리암과 폴의 집에서 버티려는 모습이 이해가 된다. 점점 루이즈가 미쳐가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아이들에게 화장을 시키는 것이나 쓰레기통에 버린 통닭을 꺼내와서 씻어서 다시 냉장고에 넣어놓은 것 등. 폴도, 미리암도 나처럼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들은 "당신이 너무 과한 거야. 루이즈는 잘 하고 있어."라고 하며 넘어간다. 소설을 다 읽은 시점에서 보면 불안감을 애써 피하려는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미리암도 그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라도 어떻게든 내보냈으면 '그 일'은 생기지 않았으려나 싶지만 부부가 막아설 방법은 없었던 것 같다. 어떻게든 일어날 일이었던 거라 생각하니 참담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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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부엌에서, 루이즈 앞에서, 그녀는 상황의 아이러니를 헤아려본다. 모두들 감탄해마지 않는 투쟁정신의 소유자인 그녀, 상대에 맞서는 용기에 대해 파스칼이 칭송하는 그녀, 그런 그녀가 이 작은 금발 여인 앞에서 목이 멘다. ... 물론 그냥 끝내면, 모든 것을 멈추면 된다. 하지만 루이즈는 그들의 집 열쇠를 가지고 있고, 모든 것을 알고 있고, 그들의 삶 속에 너무 깊이 박혀 있어서 이제 밖으로 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그들이 그녀를 밀어내도 그녀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들이 작별 인사를 해도 그녀는 문을 두드려대고 안으로 들어올 것이며, 상처받은 연인처럼 위험할 것이다.
- 본문 중
2021년 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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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mfort Crisis
지나친 편안함은 위기를 초래한다.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계단이 있을 때 나는 계단을 선택하지 않는다. 이 선택은 너무나 쉽다. 무슨 생각을 하고 선택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다. 저자마저 이렇게 말했다. ‘에스컬레이터가 출현한 마당에 계단을 오르내릴 까닭은 무엇일까?’(44쪽) 하지만 또다른 편안함이 등장하면 에스컬레이터는 잊어버릴 것이다. 어쩌면 에스컬레이터를 불편하다고 여길 것이다. 이게 바로 레버리가 말한 ‘편안함에 의한 잠식comfort creep‘(44쪽)이다.

‘오늘 당장 먹을 것을 위해 애쓰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의 편안한 세상은 위대하다. 하지만 편안함으로 기울어진 결과, 우리의 신체는 도전받을 일이 거의 없고, 그 대가로 건강과 강인함을 잃어가고 있다.‘(358쪽)

마이클은 도니, 윌리엄과 함께 알래스카에서 보낸 33일간 편안함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삶과 죽음, 회복력, 건강, 관계 등 다양한 가치를 깨닫고 의미를 재정립했다.

지독하게 힘든 순간, 저자는 마커스 엘리엇의 말을 떠올렸다.
“힘겨운 도전에서 끄트머리에 이르게 되면 이제 막다른 곳까지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어쨌든 계속 가게 됩니다. 그러다가 뒤를 한번 돌아보고 나서, 한때 여기가 끝이라고 믿었던 곳을 넘어서 걸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그런 순간은 영원히 잊을 수가 없죠.”(344쪽)

그가 계속 걷는 동안 나는 8시간에 걸쳐 에벤알프를 걸었던 날을 떠올렸다. 허벅지, 무릎, 발목, 어깨까지 온몸이 아팠다.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하면서 내려왔다. 작게만 보였던 호수가 두 눈 가득 꽉 차게 들어오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컴포트존을 깨뜨리고 얻은 행복이자 성장이었다.

누구나 컴포트존이 있다. 그걸 깨뜨리고 도전하느냐, 안주하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그래서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438쪽) 생각하고 느낄 수 있었다.

편안함의 습격

마이클 이스터 지음
수오서재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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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건축 왜 하고 싶은데?”
근본적인 물음이었지만 나는 늘 근본 앞에서 주춤댔다. 건축이 왜 하고 싶은 걸까? 의도가 어긋나고 계획이 어긋나고 답이 아니라 늘 풀어야 할 숙제를 던져주는데도 왜 건축을 하는 걸까?

이본이 재서에게 던진 질문. 나에게 질문이 날아왔을 때, 나도 재서처럼 생각했다. 왜? 대체 난 이 일을 왜 하는 걸까? 다른 길로 빠지는 동기들을 보고 부러운 한편, 나는 계속 길을 걸었다. 걸어도 걸어도 어려운 길 위에서, 재서의 시선이 위로가 되었다.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는 동안에도 이어지고 버텨내는 것. 그것을 상기하며 나무를 응시했다.’

그 자리에서 딱 버티고 선 나무처럼, 나도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 때

성해나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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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늦가을에 접어들었나.
후치 일행이 찾는 빨간 머리 소녀가 누구일지 궁금하다.
다음편을 보면 알 수 있으려나.

드래곤 라자 =이영도 판타지 장편소설.Dragon Raja

이영도 지음
황금가지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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