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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 (창비청소년문학 96) (2020년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의 표지 이미지

유원

백온유 지음
창비 펴냄

「유원」은 소설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원할 원(願)'이라는 뜻을 가진 유원은 은정동 이동 아파트 화재 사건의 생존자이다. 이불에 싸인 아기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사람들은 유원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그렇게 하면 안 돼." "너는 잘 살아야 해."

살아있다는 사실을 감사하며 살기엔 어깨를 내리누르는 무게가 너무 무겁다. 유원은 겨우 열여덟이다.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해볼 수 있는 나이다. 하지만 유원을 보는 눈이 너무 많다. 너무 조심하며 살다 보니 원래부터 조심성이 많은 아이처럼 되어버렸다.

물로켓 발사 대회에서 은상을 받았다고 하는 장면에서 나왔던 말이 있다. 원이는 '물로켓은 한 번 잘못 발사되면 두 번은 발사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라고 한다. 물로켓에 자신을 빗대어 말한 것 같았다. 말이나 행동을 잘못해서 사람들 눈 밖에 나면 안 될 것 같은, 절대 실수하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자신을 통해 언니를 바라볼 가족들이나 언니의 친구에게 유원은 용기를 낸다. 나를 통해 언니를 보지 말라고.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고. 자신을 온몸으로 받아 구해준 아저씨에게도, 이제는 너무 무겁다고 말한다. 자신의 몸을 무겁게 짓누르던 짐을 내려놓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용기를 낸 유원은 훌훌 날았다. 지금 '나' 그 자체로 말이다. 진정한 받아들임, 그로부터 시작되는 성장을 유원과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2021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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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im

시집 너무 어려워! 라며 덮으려고 했는데, 2부 덕분에 끝까지 읽었다. 웃프게도 공감된다.

뒤에서 누가 아줌마 하고 소리쳐 부르면
갑자기 아줌마로서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가
(복도식으로, 64쪽)

등 뒤에 상사가 있어요 상사 뒤에는 또 상사가 있고
상사가 아주 많이 나오는 꿈이구나

또 늦잠을 잤구나
(꿈의 번영, 73-75쪽)

편의점 직원이 피곤한 눈을 비비면서
뭐가 필요하세요
문을 열고 나온다
(퇴로, 78쪽)

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

남현지 지음
창비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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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우리 아이는 보드게임으로 자란다

한경아 지음
미다스북스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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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mfort Crisis
지나친 편안함은 위기를 초래한다.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계단이 있을 때 나는 계단을 선택하지 않는다. 이 선택은 너무나 쉽다. 무슨 생각을 하고 선택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다. 저자마저 이렇게 말했다. ‘에스컬레이터가 출현한 마당에 계단을 오르내릴 까닭은 무엇일까?’(44쪽) 하지만 또다른 편안함이 등장하면 에스컬레이터는 잊어버릴 것이다. 어쩌면 에스컬레이터를 불편하다고 여길 것이다. 이게 바로 레버리가 말한 ‘편안함에 의한 잠식comfort creep‘(44쪽)이다.

‘오늘 당장 먹을 것을 위해 애쓰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의 편안한 세상은 위대하다. 하지만 편안함으로 기울어진 결과, 우리의 신체는 도전받을 일이 거의 없고, 그 대가로 건강과 강인함을 잃어가고 있다.‘(358쪽)

마이클은 도니, 윌리엄과 함께 알래스카에서 보낸 33일간 편안함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삶과 죽음, 회복력, 건강, 관계 등 다양한 가치를 깨닫고 의미를 재정립했다.

지독하게 힘든 순간, 저자는 마커스 엘리엇의 말을 떠올렸다.
“힘겨운 도전에서 끄트머리에 이르게 되면 이제 막다른 곳까지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어쨌든 계속 가게 됩니다. 그러다가 뒤를 한번 돌아보고 나서, 한때 여기가 끝이라고 믿었던 곳을 넘어서 걸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그런 순간은 영원히 잊을 수가 없죠.”(344쪽)

그가 계속 걷는 동안 나는 8시간에 걸쳐 에벤알프를 걸었던 날을 떠올렸다. 허벅지, 무릎, 발목, 어깨까지 온몸이 아팠다.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하면서 내려왔다. 작게만 보였던 호수가 두 눈 가득 꽉 차게 들어오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컴포트존을 깨뜨리고 얻은 행복이자 성장이었다.

누구나 컴포트존이 있다. 그걸 깨뜨리고 도전하느냐, 안주하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그래서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438쪽) 생각하고 느낄 수 있었다.

편안함의 습격

마이클 이스터 지음
수오서재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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