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로우
우리가 세계에 기입될 때
한유주 (지은이) 지음
워크룸프레스(Workroom) 펴냄
한유주는 어느 오후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순간을 포착한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그러나 "한 번 죽었던 자가 사력을 다해 되살아나고 있던"(45쪽) 오늘을. 이 책에서 화자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나와 당신이 서로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것처럼. 그는 흘러가는 시간을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흘러가게 한다. 그 사이로 공간과, 거기 존재하는 생명의 양태를, 세세히, 서술한다. 그리하여 다음과 같은 사람들의 족적이 비로소 세계에 기입된다: 401호 여자, 102호 노인, 아파트 경비원, 가스 점검원, 택배 기사, 404호 아이, 402호 노인, 406호 세입자 등.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사력을 다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끝끝내 펄럭이는 깃발처럼, 지금 한 사람이 303호 앞에서 또 다른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는 것을. 어제 죽었던 두 사람이 사력을 다해 살리고자 했던 한 사람이, 오늘 다시금 세계에 기입되는 순간을 우리가 목도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그를 환대할 준비가 다 되었다.
(얼마 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2010)을 다시 봤다. 꿈에서는 현실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꿈속의 꿈에서는 꿈에서보다 더 느리게 흐르는 시간. 책을 읽다 문득 두 작품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1
샤대프린스님의 인생책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