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의 본성에 대해 겸손한 사람은 도덕적 실재론자다. 도덕적 실재론자들은 우리 모두가 ‘뒤틀린 목재’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마누엘 칸트의 유명한 말을 빌리자면 “인간이라는 뒤틀린 목재에서 곧은 것이라고는 그 어떤 것도 만들 수 없다.” 인류가 ‘뒤틀린 목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결핍을 적나라하게 인식하고, 스스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투쟁의 과정에서 인격 형성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토머스 버튼의 주장과 일치하는 견해다. “영혼은 운동성수와 같아서 싸울 가치가 있는 상대가 필요하다. 시련을 겪고, 스스로를 확대하고,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 뿐이다.”
우리는 모두 트라우마를 견디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해야 할 때가 있다. 대부분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잘 모르지만, 그걸 잘 아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우선 그저 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다. 자기존재를 그 자리에 두는 것 자체가 돌보는 일이다. 다음으로 그들은 비교하지 않는다. 사려 깊은 사람들은 각 개인의 시련이 유일무이한 경험이라는 것을 이해하며 따라서 다른 사람의 시련과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런 다음 그들이 하는 일은 매우 실질적인 것들이다. 점심을 차리고, 방을 청소하고, 수건을 세탁한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애써 축소하려 하지 않는다. 달콤하고 거짓된 감정으로 안심시키려 하지 않는다. 지금 받는 고통이 결국은 잘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불행 속에서 한 가닥 희망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을 떨지 않는다. 사려 깊은 사람은 고통 받는 사람이 스스로 존엄성을 잃지 않고 그 과정을 거쳐 갈 수 있도록 배려한다. 고통 받는 사람이 스스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의 의미를 찾도록 하는 것이다. 그들은 실질적이고, 인간적이고, 단순하고, 직접적으로 그저 고통과 어둠의 밤을 함께 새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