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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의 채식주의자 (휘뚜루마뚜루 자유롭게 산다는 것)의 표지 이미지

해방촌의 채식주의자

전범선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지난번 읽었던 [비혼이고요 비건입니다] (편지지, 전범선) 책을 읽고 작가님에 대해 궁금해졌다. 전범선 작가님의 담백하면서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힘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서둘러 작가님의 책 중 하나를 골라 읽기 시작했다.

나의 자유가 소중하다면 타자의 자유도 소중하고, 그렇다면 그들의 해방도 중요하다.

난 고기를 먹는다. 어렸을 때부터 고기를 먹어왔다. 가족과 함께 장을 보러 갈 때, 며칠에 한 번씩은 꼭 육류를 바구니에 담았다. 판매대에 놓인 포장된 고기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고 궁금해하지 않았다. 육류 코너에 가면 판매를 위한 영상 광고도 볼 수 있었다. 판매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상에서는 귀여운 돼지, 소, 닭과 같은 동물들이 들판을 뛰어다니며 그들의 신선함을 입증했다. 그래서 당연한 줄 알았다. 책을 읽으며 동물들이 자라는 환경의 실제, 도축 과정 속 무자비함 등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단지 말 못 하는 짐승이라고 해서 당연한 줄 알고 먹어댄 내가 부끄러웠다. 인용한 문구를 읽으며 마음에 확 닿았다. 이제 나는 생각하고 먹을 줄 알기 때문에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먹을 필요가 있겠다고 느꼈다. 동물의 고통과 더불어 동물을 살찌우기 위해 먹이는 사료를 만들기 위해서 소모되는 자원들이 우리가 채식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와 먹거리를 소비한다고 한다. 또 키우는 과정 속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등에서 환경 오염이 가속화되고 있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육류를 소비하던 내게 곧 다가올 환경 문제를 깨닫게 되자 채식해야 하는 필요성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마무리 부분에서 읽을 수 있듯 작가님의 자아성찰기이다. 그러나 읽어보면서 작가님의 생각과 내 생각을 비교해 보며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작가님 한 사람이 이렇게 사회 문제에 대해 외치고 노력하는데, 나는 가만히 앉아서 책장을 넘길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부터라도 육식을 줄여나가고 채식하며 지구의 이상 문제를 국민의 입장에서 해결해야만 한다. 이 책을 읽을 독자들 역시 나와 같은 위기감을 느끼고 함께 움직였으면 한다.
2022년 7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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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귀여웠던 시절로 시간 여행을 해봅시다!
어린이 시절 순수하고 귀여웠던 나.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요?
문장 공유할게요 ㅎㅎ 내 유년기를 떠올려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걱정이라는 조그마한 씨앗이 생기면 매일매일 바지런히 물을 주던 사람. 그럼 그것은 덩굴 식물처럼 쑥쑥 자라나, 나를 캄캄한 덩굴 속에 가두어 버렸다. 하지만 이제 안다. 걱정의 대부분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걱정이 생긴다면 최소한의 크기, 씨앗 그대로 남겨 두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그럼 시간이 흐른 뒤 말라 쪼그라든 씨앗들을 손가락으로 튕겨 내며, ‘아, 그땐 이런 걱정도 했었지.’ 하고 웃을 수 있으니까.

우리는 원래 더 귀여웠다

자토 지음
창비교육 펴냄

2022년 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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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자주 보지는 않지만, 최근 들어 장애를 다룬 드라마가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예전이었다면 장애인이 가정에 있다면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숨겨야 한다는 이상한 고정관념 범벅이 이젠 대중 매체를 통해 감성팔이 식이 아니라 주체로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장애인으로 살고 있는 나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좋지만은 않았다. 가정에서부터 교육 기관까지 장애인에 대한 인식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장애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이기에 당연히 누려야 할 장애인의 권리조차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부끄럽지만, 장애인을 보면 불쌍하고 도와줘야만 하는 존재로 봤었다.

내 인식이 바뀌게 된 대학교 1학년. 이전까지 장애인을 만나본 적이 손에 꼽았기 때문에 이전의 교육 기관보다는 약간 더 많아졌다. 교양 강의 중 같은 팀이었던 지체 장애 학우가 있었다. 처음엔 '도움이 필요하겠구나' 생각에 비장애 학우들보다 장애 학우의 말과 행동에 더 집중하고 도움의 순간이 있으면 돕기 시작했다. 서로 점점 더 친해지며 장애 학우는 나에게 강의 학습 도우미가 되어주는 것은 어떤지 제안했고, 받아들였다(여기서 말하는 학습 도우미란 나라에서 실행하고 있는 근로 학생이다).

교양 강의 진행 방식은 독특했다. 같은 학번의 전교생이 강당에 모여 강의를 들은 후, 각 팀끼리 강의실로 이동해 토론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강당과 강의실에서의 이동이었다. 강의 초반까지만 해도 장애 학우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았는지 같은 건물 내에 있는 강의실이 아닌 내리막 경사로와 주차장을 건너야 하는 건물에 3층 강의실을 배정한 것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가고 그 학생들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사용해야 할 학생이 사용하지 못해 우리 팀의 토론 시작은 늘 10분 이상 미뤄졌다. 장애 학생 지원 센터에 상황을 설명해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같은 건물로 장소를 옮기고, 사람이 붐벼 제시간에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는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3분 정도 먼저 이동할 수 있도록 말씀드렸다. 말씀드린 대로 문제를 해결해 주셨기에 다행히 다음 강의부터는 원활한 이동이 됐다.

그러나 부딪히는 벽이 상당했다. 시각 장애인이 혼자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 현재 자신이 타고 있는 층수는 대부분 청력에 의존해 알 수 있다. 엘리베이터가 정지하며 층수를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학교 건물 중 하나가 음성 기능이 없어 혼자 탄 엘리베이터가 몇 층인지를 알 수 없어 무척 곤란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렇게 비장애인 중심으로 지어진 학교와 철저히 비장애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이 집단에게 도대체 장애인의 권리는 이렇게 계속 설명하고 이해시켜야만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더하여 장애 학우와 학교의 불편한 점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강의 이동을 바라보며 이전까지 내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됐다. 비장애인, 장애인 모두 다니도록 허가된 학교가 실은 장애인의 생각은 하지 않은 채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게 화가 났다. 그래서 다른 장애를 가진 학생의 강의 보조를 하며 그들이 느끼는 불편점을 함께 장애 학생 지원 센터에 건의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놀란 점은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휠체어를 이용한 지체 장애인(계단 이용이 아예 불가능함) 혹은 케인을 이용하는 시각 장애인(계단이 건물 내 한 군데밖에 존재하지 않는데, 사람이 붐벼 서로 부딪히며 지나다닐 정도이기에 위험함)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 이용을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럴 때마다 양해를 구하고 엘리베이터에 탈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하지만, 생색내며 비켜주는 모습에 무척 당황스러웠다.

장애인을 곁에서 지켜보며 생각했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도 이렇게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나 인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데 나아갈 사회는 어느 정도일까. 장애 인식에 대한 개선이 무척 필요하다. 책을 읽으며 더 느꼈다. 흘러가듯 하는 대화 속에서 장애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진 않았는지, 평소 장애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말, 나만 불편해?

김효진 지음
이후 펴냄

2022년 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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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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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로 읽고 싶은 책을 가르는 나에게 이 표지는 상당히 고전적으로 느껴져 읽기 꺼려졌다. 그런데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을 추천받고 큐레이션을 들으며 혹했다. 당장 읽어봤다.

이런 분위기의 소설은 처음이라 떨떠름한 느낌이 강했다. 추천받을 때도 추천자의 첫 마디가 강렬했다. “이 책이 사랑에 대한 건데.. 좀 확실해요. 사랑하는 이가 죽자 그를 먹거든요.”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진짜 먹어요?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먹어요?” 되물었을 정도다. ‘시대가 사랑하는 사람을 먹는 게 당연한 배경인 건가’ 진지하게 고민했을 정도로 참신한 충격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지만, 어떤 형태로든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 선택한 방법이 놀라워서 한참을 가만히 멈춰 생각했다. 상대방을 먹는다. 머리카락부터 시작해서 손톱과 발톱, 불룩 솟아있던 성기, 손과 팔, 얼굴까지 전부. 사랑하고 사랑했던 진심 그 이상의 진심이기에 그를 먹었음을 기억한다. 배에 들어간 그는 이제 내 일부가 되었기에 살아갈 수 있다. 같이 살아가는 것이니까. 이건 미친 사랑이다.

읽으며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다. 지금 나는 사랑하는 연인이 없어 ‘이 정도로 상대를 사랑할 수 있을까’는 생각이 들지만, 사랑은 미친 짓이라고 하지 않는가? 사랑하는 이를 집 앞에서 기다리며 그가 어떻게 사는지 쓰레기통을 뜯어 내용물을 살펴보려고도 한다. 생각해보니 연락이 닿질 않아 애가 탄다면 그 정도의 미친 짓은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생각만. 죽기 딱 직전까지 사랑하는 이를 떠올린다. ‘내가 없으면 그는 어떻게 살아갈까.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안타깝게도 그는 연인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사랑이라니.

비슷한 느낌으론 전에 읽었던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가 떠올랐다. 비슷한 삼각관계. 짧았던 사랑의 반짝임. 비극적 결말. 삼박자가 딱 맞았다. 구의 증명이 핵심적 요소만 공략해 독자를 울린다면, 착한 스프는 조금 더 다양한 요소를 가미해 감정적 휩쓸림 소용돌이가 크다.

이 책은 꽤 노골적인 묘사로 이뤄진다. 사람을 뜯어먹는 것부터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성기, 가슴, 살결, 섹스 등. 그러나 절대 거북스럽지만은 않다.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이 책을 다 읽고 책을 덮는다면, 당신 역시 ‘구’와 ‘담’의 사랑 이야기에 가슴이 절절해질 것이다. 본인이 그들과 같은 사랑을 했다면 몰입이 더 잘 될 것이다.

구의 증명

최진영 지음
은행나무 펴냄

읽었어요
2022년 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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