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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두 번째 소설집 역시 단편들이 쫀쫀하게 서로를 지탱하고 있다.
이번 소설집에는 믿을 수 없는 화자들이 등장한다. 치매로 기억을 잃고 있어서, 사고로 기억을 잃어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어서, 사고의 진상을 알게 되어서,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어서, 그들은 어떤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독자에게 믿을 수 없는 화자다. 그렇지만 일단 나는 이들을 믿고 읽을 수밖에 없다. 작품 대다수가 일인칭 주인공 시점이고, 화자가 그렇다는데 뭐 그런 거겠지 하고 읽어 내려가는 게 당연하니까. 다만, 이 모든 게 다 거짓이었음을, 혹은 진실을 몰랐던 사람에게만 진실이었던 어떤 사실 혹은 허구였음이 밝혀질 때, 이런 또 속았군 하면서도 못내 짜릿하고 즐겁다. 화자를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은 정말 흥미로운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두 번 이상 읽어야 한다. 물론 나는 그러지 못했다. 정소현이 정소현했으니까. 어둡고 아프고 암울하고 뭐랄까 안타깝고, 무엇보다 읽는 내내 머리가 아팠다. 화자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계속 검열하면서 읽어 내려가게 되니까. 그렇지만 작가는 독자를 끝까지 읽게 한다. 그의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유려하게 흘러가다 적확하게 마무리한다. 다 읽은 후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의 마음으로 책장을 덮고 일어나게 한다. 대신 마음에 어떤 소용돌이 같은 파문을 남기지.
문학평론가 신샛별의 해설은 그 파문이 도대체 무엇인지에 관해 흡족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덕분에 독해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고, 내 마음에 새겨진 파문을 가지고 살아나갈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정소현이 계속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 마침 그가 「그때 그 마음」으로 2022년 현대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물론 반년 전의 일이긴 합니다만 제가 정소현을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까요. 여러분도 정소현하세요. 후회는 하지 않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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