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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김멜라, 남현정, 이미상 (지은이)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크리스마스 전전날, 신촌 아크앤북에서 샀는데, 이후 시기를 놓쳐 못 읽었다. 작년 겨울을 추억하며 읽었다.

*

김멜라 「저녁놀」. 2022년 젊은작가상을 받은 작품이다. 자신들을 "K-레즈"라 명명하는 여성 퀴어 화자들. 그들은 서로를 서로의 이름으로 부를 수 없어 각각 '눈점'과 '먹점'이라 지칭한다. 이외에도 수많은 단어가 그들에 의해 새롭게 호명된다. 퀴어는 왜 이름을 다시 부르는 데 집중하고 있지? 그것은 비정상적이라고 '여겨지는' 그들과 그들의 행위를 정상성의 영역으로 편입시키고자 함인가, 혹은 비정상과 정상의 경계를 무화하려는 것일까.

남현정 「부용에서」. 나 이런 소설 좋아한다. 뭔가 모호하고 서사도 없고 인물은 딱히 뭐 안 하고 그냥 돌아다니다가 뭘 보다가 말다가 하고. 함윤이 「강가/Ganga」와 비슷하면서도 좀 더 불친절하달까. 믿을 수 없는 화자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신 나간 화자? 재작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등단작인 「그때 우리」를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스탠스를 정해야지.

이미상 「이중 작가 초롱」. 『에픽』 4호에서 읽었다. 이미상 이야기할 때마다 이 작가의 작품이 정말 괴상하고 요란한 방식으로 좋다는 말을 빼놓을 수 없다. 진짜 이상하고 괴랄하고 도대체가 이게 뭔지 싶은 것이다. 근데 좋다. 이상하게 좋다. 이 '이상한 좋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미상은 더 알아가고 싶게 쓴다. 그의 작품 세계, 그러니까 이미상 월드를 구축하는 데에 나도 한몫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내친김에 등단작이자 2019년 젊은작가상을 받은 「하긴」도 읽어봤다. 오, 이것도 만만치 않더라. 이 작가는 두고 봐야겠다.
2022년 8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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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보러 다대포 가는 1호선 안에서 박솔뫼의 「여름의 끝으로」를 읽다가 이런 부분이,

“차미를 안고 등에 코를 묻으면 땅콩 냄새 같은 고소한 냄새가 났다. 일정한 소리로 코를 골며 자는 차미의 등에 코를 대고 고소한 냄새를 맡았다. 잠이 올 것 같은 냄새였다.” (33쪽)

어젠 요가원에 좀 빨리 갔고, 한참 동안 나와 선생님 그리고 고양이 샨티밖에 없었는데, 샨티는 내 요가 매트 위에 올라와, 내게 등을 돌린 채로 앉아 있고, 바즈라아사나로 요가를 준비하려던 나는, 금세 샨티의 집사가 되어, 샨티의 등을 주물주물, 코를 대고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어느덧 서늘해진 바람과 따듯한 샨티의 등을 동시에 만졌다. 여름의 끝이구나.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박솔뫼 지음
스위밍꿀 펴냄

2023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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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부산 가는데 『미래 산책 연습』 진짜 안 챙기려 했거든? 방금 후루룩 훑었는데 도무지 안 들고 갈 수가 없네··· 이를테면 이런 장면,

"된장찌개를 시켰는데 비빔밥을 시킬걸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제 하루가 지났고 남은 휴일은 무얼 하지 머릿속으로 일정을 정리하려 했지만 때마침 테이블에 커다란 보리차 주전자가 탕 소리를 내며 놓였고 커다랗고 따뜻한 주전자를 보자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졌고 보리차를 마시자 반찬이 나오고 상추가 나오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할 틈도 없이 테이블 위에 빠짐없이 차려진 밥을 먹기 시작했다." (47쪽)

나도 정말 제발 진실로 진정 이렇게 여행하고 싶다···
2023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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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문학평론가가 주고받은 열두 편의 서신을 모아 놓은 책. ‘지금-여기’의 책들에 관해 나누는 이야기라 무척 재미있다. 두 분이 함께 읽은 책 중에는 내가 살펴보았거나 읽었던 책이 왕왕 있었고. 김대성, 김봉곤, 김지연, 김혜진, 서이제, 알렉세이 유르착, 유성원, 임솔아, 임현, 장류진, 조지 오웰, 한병철의 작품. 3분의 1 이상은 알고 있어서 어찌나 다행이었는지. 그러나 내가 모르는 작품에 관해 나누는 서간을 읽을 때도 역시 즐거웠다. 온종일 한국문학 이야기 정말로 자신 있는 나로서는,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 가지고 양껏 수다 떠는 걸 지켜보는 게 못내 좋았다. 문학이 수다를 떨게 만드는 순간은 정말로 좋다!

*

“차이에 대한 기만적인 인정으로 무언가를 봉합해버리려는 편의적인 행태에 대해, 저 역시 선생님과 똑같이 못마땅해하고 있습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서로의 생각 안으로 들어가 그 다름 속에서 한껏 부대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계기를 촉발하지 않는 타자는, 아무리 ' 차이'라는 명분으로 세련되게 포장하더라도 결국 동일성의 반복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듯 선생님과의 대화 혹은 열띤 논쟁이 즐거웠던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우리의 대화에서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합의와 존중의 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67쪽)

이 부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작년에 친구들과 (독서모임)을 시작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역시나 서로의 생각이 이렇게나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서로의 생각 안으로 들어가 그 다름 속에서 한껏 부대”꼈을 때. 올해도 앞으로도 마음껏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 가는군요

장정일 외 1명 지음
안온북스 펴냄

2023년 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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