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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의 시대
노리나 허츠 (지은이), 홍정인 (옮긴이)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1. 약 2년 전 코로나라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 지긋지긋한 전염병이 터지고 나서 느꼈던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역사로 본 전 세계에 닥친 위기 중 전쟁보다는 전염병이 더 낫다는 것(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중고라 많이 안타깝지만..)과 내가 정말 사회적인 동물(?) 임을 깨달았다. 가뜩이나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달로 온라인으로 웬만한 것들은 해결하는 바람에 사람을 만나는 환경이 자주 있지 않은데 모임이 취소되고 친구들과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지 못한 채 집안에만 있으니 정말 우울했다.
2. 코로나가 고립감과 우울감을 더 진화시켰다고 생각도 했지만 이미 전부터 점점 각자의 바쁜 생활에 누군가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절대 하지 않던 혼밥도 한다. 어릴 땐 그래도 옆집 앞집 윗집 등 아파트 단지 내 사람들, 동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지냈었는데 요즘은 봐도 본 척 만 척 인간미가 점점 없어지는 느낌이다. 이제는 모든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하고 편하게 느껴지는데 이렇게 자연스러워지는 게 옳은 걸까? 고립감이 심해진 원인 중 하나였던 집값 상승은 생각지 못했는데 비싼 집값도 서러운데 그로 인해 더 외로운 환경을 조성한다니 그저 슬퍼진다. 돈이 돈을 벌고 없으면 더 살기 힘들어지는 이 사회 구조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삶이 얼마나 더 나아질 수 있을지 도저히 긍정적인 미래는 잘 그려지지 않는다.
3. 몇 달 전 친한 친구가 인스타에서 사라졌다. 이유를 물으니 아이 둘을 집에서 육아하고 있는 친구는 인스타를 볼 때마다 남들과 자신의 상황이 자꾸 비교되는 것이 싫어서 아예 탈퇴해버렸다고 했다. 나 역시 인스타를 할 때마다 느꼈는데 많이들 느끼고 있던 부분이었다. 친구는 인스타를 하지 않으니 한결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 나도 이따위 앱 삭제해버릴까 싶다가도 그 속에 많은 트렌드와 콘텐츠들을 포기하지 못해 오늘도 인스타를 키고 수시로 드래그하며 새 피드를 확인한다.
4. 생각해 보면 보통의 공상과학영화나 미래를 그리는 영화들을 볼 때 영화 속 분위기를 보면 함께 어울려 따뜻하고 친화력 있는 분위기로 그려지지는 않았다. 차갑고 개인적이고 자연스럽기보다는 인위적인 그 분위기 자체가 미래였고 낯선 느낌이었다. 대부분이 자동화된 모습과 로봇이 사람들이 하던 것을 대신 해결하는 것으로 그려져서 그런 듯하다. 친화적이고 따듯한 고립적이지 않은 느낌의 미래 영화는 상상하기 어려운 걸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인정하고 싶지 않고 슬펐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이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 패션 트렌드는 8-90년대로 돌아가는 듯한데 사회적 분위기도 지금보다는 덜 고립적이고 덜 외로웠던 그 시절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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