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로우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톰 올리버 지음
브론스테인 펴냄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 톰 올리버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나'라는 존재가 가능할까? 우리는 자신을 주변과는 분리되고 구분할 수 있는 별개의 주체라고 생각하지만, 신체에서부터 뇌와 마음에 이르기까지 여러모로 주변 세상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이 책은 이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독립적 인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우리를 둘러싼 주변 세상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의 독립성은 단지 환상일 뿐, 과거 한때는 적응을 위해 필요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인간종의 생존에 위협이 되고 있다. 자기중심적인 관점의 근본적 변화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속적인 진화 과정에서 겪을 다음 단계이다.
앞으로 알게 되겠지만, 우리가 개인주의적 생각과 원자론적 생각에 갇히면 끔찍한 결과가 발생하는 만큼 이는 시급한 문제이다. 21세기에 당면한 시급한 환경 문제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 개별 인간이 중심이라는 환상을 깨고, 생각을 전환해야 할 때이다. 자아라는 ‘환상’을 극복해야 할 시점이다.
어쩌면 인간 사회는 너무나 오랫동안 한 가지 방식으로만 세상을 보도록 정해져 있었고, 이제는 이 인식에 갇혀버린 듯하다. 이로 인해, 세상을 역동적으로 계속 움직이는 연결성으로 보는 정반대의 시각으로 볼 수 없게 됐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관점을 바꿀 수 없다면, 인간이라는 종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구와 그곳에서의 우리 위치를 생각하는 관점을 찾아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에는 우리의 전통적인 환원주의적 접근방식은 한계에 도달했으며, 우리의 환경과 사회제도의 높은 연관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외부와 얼마나 밀접하게 옄결되어 있는지 몸의 관점, 마음의 관점 그리고 사회적 관계에서의 관점으로 설명한다.
연결되어 있는 우리의 몸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군유전체(마이크로바이옴)인 전체 박테리아 수는 약 38조 개로 추산된다. 인간 세포 수보다 약간 많은 수치다. 미생물 세포에 들어 있는 DNA 수를 보면, 그 비율은 더 놀라운데, 인간은 약 2만 4,000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 몸과 관련된 미생물의 전체 유전자 수는 약 2백만 개로 추산된다. 얼굴에서 겨드랑이까지, 입안에서 우리의 장 가장 깊은 곳까지, 우리 몸의 모든 표면은 이러한 미생물들로 덮여 있다.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
(Human Microbiome Project)는 우리와 관련된 미생물의 수를 확인하려는 거대한 공동 프로젝트로, 박테리아 종이 우리의 입속에 1,000개 이상, 팔꿈치에는 440종, 귀 뒤에는 125종 있는 것을 알아냈다. 게다가 이 비밀스러운 미생물 세계를 관찰하는 과학적 방법이 점차 발전하면서, 더 많이 발견되고 있다. 더 많이 살펴볼수록 더 많이 발견된다. 심지어 폐, 눈, 뇌와 같이 무균 상태라고 여겼던 부위에서도 인간 이외의 생명체가 발견된다.
우리의 미생물군유전체는 역동적이며 우리 삶 전체에 걸쳐 변화하며, 때로는 불과 며칠 사이에 급격하게 바뀌기도 한다. 우리의 식습관이 바뀌면, 장 속 박테리아 구성도 바뀐다. 우리 피부의 박테리아 종류도 비누와 스킨케어 제품과 데오드란트에 의해 바뀐다. 얼마나 오랫동안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며 누구와 같이 사는지와 같은 일반적인 환경 역시 미생물군유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박테리아 종은 우리와의 관계가 훨씬 더 긴밀해 우리의 생애 동안뿐만 아니라 우리 자녀들에게 전달되어 아이들의 생애에도 함께한다. 이처럼 수직 전파되는 박테리아 종은 여러 세대에 걸쳐 인간과 상호작용했다. 진화와 함께 인간과 이러한 종들의 경계선이 점차 흐려졌다.
박테리아 종들이 주는 주요한 이점으로 인해, 우리 몸속에 사는 박테리아 생태계를 유지하는 복잡한 메커니즘이 진화하게 되었다. 우리 장 속의 박테리아 종들은 우리가 먹는 음식을 분해해 비타민 섭취를 돕고, 우리의 영양 균형뿐 아니라 에너지 레벨과 심지어 기분에도 도움을 준다. 미생물군유전체의 파괴는 우울증과 같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질병과 점점 더 관련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생물군유전체와 긴밀하게 진화하면서 이들에 대한 우리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주요 종들이 사라지면 마치 다리를 하나 잃거나 신장과 같은 장기를 잃는 것과 같이 우리 몸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 몸은 미생물군유전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또한 현미경과 특수 염색으로 어떻게 각 세포에 미토콘드리아라 불리는 많은 ‘소기관(organelles(문자 그대로 작은 장기라는 뜻))’이 들어 있는지를 볼 수 있다. 소기관은 우리 세포의 발전소로 우리 몸이 움직이는 데 필수적인 화학 에너지를 생산한다. 이러한 미토콘드리아는 원래 독립적인 박테리아에서 유래했다. 광합성을 위한 식물의 발전소인 식물 세포의 엽록체도 독립적인 박테리아에서 유래했다. 약 20억 년 전에 어떤 사건으로 원생미토콘드리아박테리아가 소화되어, 모든 동식물을 구성하는 진핵세포
(eukaryotic cell)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진화된 의존성’을 통해 이 긴밀한 관계가 다져졌다. 박테리아는 숙주세포가 제공하는 기능들로 인해 필요 없는 유전자를 많이 잃어버리게 되었으며, 이와 비슷하게 숙주세포는 에너지 생산을 위해 박테리아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었다. ‘핵’과 미토콘드리아라는 두 개의 유전자는 서로를 조절하는 화학 신호를 보내면서 함께 밀접하게 진화했다. ‘나’와 ‘타인’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며 우리는 우리 몸의 거의 모든 부분을 점령한 모낭충, 박테리아, 균과 바이러스까지 다 통틀어 인간을 초유기체
(superorganism)의 한 형태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우리 몸을 점령한 박테리아들 이외에도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인간을 숙주로 하는 기생충들도 인간을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일례로 많은 인간의 뇌에서 발견되는 단세포 원생동물 기생충인 톡소플라즈마 곤디(Toxoplasma gondii)가 있다. 우리 중 30~50%는 뇌 속에 이 기생충을 가지고 있다.
6
고양이가 이 기생충이 증식하는 주된 숙주이며, 쥐는 이 기생충을 가지고 있거나 전파하는 두 번째 숙주이다. 그런데 톡소플라즈마는 인간의 몸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이 기생충은 쥐에서 고양이로 옮겨가는 똑똑한 조종 수단이 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잘 알듯이 고양이는 사냥을 잘하고, 쥐는 조심스러운 생명체로 고양이를 피해 자주 숨거나 도망간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톡소플라즈마는 쥐의 신경계를 조종하도록 진화해, 쥐를 감염시켜 고양이의 소변 냄새를 피하지 않고 좋아하게 만든다.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된 쥐는 훨씬 더 활동적으로 바뀌어 새롭고 노출된 환경을 탐험하게 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기억하지 못해 위험에 더 노출된다.
이 모든 변화로 인해 쥐는 고양이에게 붙잡힐 가능성이 커진다. 이제 우리는 기생충이 어떻게 이 같은 행동 변화를 유발하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인간이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되면 나타나는 많은 심각한 영향들이 밝혀지고 있다. 뇌 속에 톡소플라즈마가 있는 사람들은 교통사고를 내거나, 자살하거나, 조현증을 앓게 될 확률이 더 높다.
연결되어 있는 우리의 마음
뇌는 약 1,700억 개의 세포로 꽉 차 있으며, 대부분이 뉴런(신경세포)으로 피질이라 불리는 3~4mm 두께의 켜켜이 쌓인 층에 들어 있다. 치밀하게 접혀 있는 피질은 표면적을 증가시켜, 뉴런들이 식물의 초미세 뿌리처럼 보이는 세포막의 아주 미세한 돌기를 이용해 서로 연결할 수 있게 한다. 신경돌기라 불리는 필라멘트를 연결하는 가는 전선같이 생긴 돌기의 두께는 약 0.1㎛다.
인간의 뇌 속에 있는 신경돌기의 총 길이는 수백만km이니 신경세포는 엄청나게 복잡하게 연결될 수 있다. 이런 연결이 바로 우리 뇌가 정보를 저장하는 방법으로, 신경세포의 네트워크를 통해 전기 활성화 파의 형태로 이뤄진다. 각 신경세포는 동시에 수천 개의 신경세포와 연결될 수 있으며, 인간의 뇌가 연결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우주의 원자 수보다 더 많다. 우리의 뇌에서 잠재적인 전체 연결성은 흰색 도화지와 같으며, 모든 사람은 항상 작은 수의 신경세포만이 연결되어 있는데, 이를 ‘커넥톰(Connectome(뇌 지도))’이라 부른다.
우리가 무엇에 어떻게 관심을 쏟느냐는 현재 우리의 뇌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 즉, 커넥톰의 상태에 달린 것이다. 커넥톰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데, 우리가 얼마나 외부 지향적인지 또는 내면 지향적인지에 좌우된다. 또 언제든지 우리의 기대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들마다 관심의 초점은 상당히 다르다. 개인의 커넥톰도 끊임없이 변하지만, 개인의 내면 커넥톰 차이보다 사람들 간 커넥톰 차이가 꾸준히 증가하는데, 이것이 사람마다의 성격 차이를 설명한다.
한 사람의 커넥톰은 말과 글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된다. 말과 글을 넘어서 신경과학자와 인지과학자들은 최근 우리의 커넥톰이 다른 사람의 커넥톰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여러 프로세스 가운데 특히나 원시적이지만 중요한 ‘공명(resonance)’이라는 과정이 있다. 여기에서 신경 패턴은 생각이 아니라 감정을 촉발한다. 아이가 울고 있는 비디오를 보면, 우리는 공감 상태가 되어 아이가 겪는 고통이 반영된 깊은 감정을 느낀다. 이러한 감정은 우리가 고통을 단지 관찰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뇌 속에서 정확히 똑같은 통증 센터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우리가 이러한 공감 상태에 있을 때 타인의 고통을 실제로 느낀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명 과정은 기쁨의 감정에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누군가 미소를 짓고 웃으면, 본능적으로 우리 내면에도 같은 감정이 솟구치는 걸 느낀다.
우리는 매일 대부분의 시간에 다른 사람의 커넥톰과 연결되어 있다. 같은 책을 읽으면서 글을 통해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을지 모른다. 동시에 주위에 목소리가 들리거나, 음악을 듣거나, 방 안에 있는 다른 사람을 의식하면 우리의 신경 패턴이 다른 사람의 신경 패턴과 연결되어 있는지 모른다. 따라서 우리가 진짜로 고립된 적이 있다고 주장하긴 힘들다. 그것은 단지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
이 책은 이렇게 생물학적 증거에 깊이 뿌리내린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의 관계에 관한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다. 우리 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박테리아의 생애와 그것이 어떻게 사람들 간에 전파되는지, 우리가 정체성을 어떻게 창조하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까지 저자는 흥미롭게 이야기해준다. 재미와 교훈을 모두 주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꼭 읽어보길 권한다.
👍
힐링이 필요할 때
추천!
0
세진님의 인생책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