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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인자의 마음을 읽는 이유 (모두가 안전한 세상을 위한 권일용의 범죄심리 수업)의 표지 이미지

내가 살인자의 마음을 읽는 이유

권일용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읽었어요
가끔 범죄 현장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사실 범죄자나 범죄 현상에서 느끼는 두려움보다는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이 겪는 그 순간의 고통을, 영원히 회복되지 않을 그 고통을 목격하는 것이 훨씬 더 힘들다. 범인을 검거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지만 피해자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마주하는 순간에는 한없는 죄책감과 고통이 동시에 밀려든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 현장을 마주했을 때 참을 수 없는 분노와 고통을 경험한다.
세상에는 그 어떤 사건도 가벼운 사건은 없다. 보통 ‘살인 사건과 사기 사건은 다르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혹시라도 ‘사기를 당했다고 해서 그렇게 치명적인 상처와 고통을 받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그것은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아서 쉽게 하는 말이다. 피해당사자가 되어보지 않으면 누구도 쉽게, 그리고 가볍게 범죄의 경중을 따질 수 없다. 그 어떤 범죄도 사소하고 가벼운 것은 없다.

법이 존재해야만 질서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힘은 문화나 관습에 의해 정의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명확한 법률적 정의는 없지만 우리는 사회 질서 속에서 살아가면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을 이미 알고 있다. 가령 친구들 간에도 범죄는 아니지만 어떤 행동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서로 알고 있다. 이것은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규칙이다. 이런 규칙들이 기존에는 사람들이 서로를 대면하고 교류하면서 단단하게 다져졌는데, 많은 것들이 사이버 상에서 이루어지면서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는 새로운 규칙들이 채 만들어지기도 전에 범죄에 해당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야?’라고 받아들이면서 그것이 범죄인지 아닌지에 대한 인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법은 사회 현상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되어야 한다. 즉각적으로 따라가지는 못하더라도 성숙된 사회 문화 속에서 관습이나 인식의 변화를 통해 법을 정교하게 다듬어 나갈 수는 있다.
2022년 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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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yuayt

"실전에선 기세가 팔 할이야. 실령 승부에선 지더라도 기세에서 밀리면 안 돼. 차라리 감춰. 니 생가, 감정, 숨소리까지,,,, 그 어떤 것도 상대에게 드러내지 마."

"모든 것은 체력이다... 불쑥 손이 나가는 경솔함, 대충 타협하려는 안일함, 조급히 승부를 보려는 오만함... 모두 체력이 무너지며 나오는 패배의 수순이다. 실력도 집중력도, 심지어 정신력조차도 종국에 체력에서 나온다. 이기고 싶다면 마지막 한 수까지 버텨낼 체력부터 길러."

"그렇게 견디다가 이기는 거요. 쓰라린 상처에 진물이 나고, 딱지가 내려앉고, 새살이 돋고! 그렇게 참다 보면 한 번쯤은 기회가 오거든.... 조국수. 바둑판 위에선, 한 번 피하기 시작하면 갈 곳이 없습니다."

승부 각본집

윤종빈 외 1명 지음
스튜디오오드리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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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yuayt

우리를 계속 살게 도와주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종교가 있으면 자살이 ‘그릇된 짓’이라는 생각이 윤리적 저지책 역할을 한다. 물론 죽음이 사랑하는 이들에게 미칠 영향이나 모방 자살 염려도 자살을 저지한다. 또 앞에서 봤듯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진화적 항상성(내부와 외부의 자극에도 형태와 생리적 특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것 - 옮긴이)이라는 자기 보존 본능도 있다.
인지 붕괴에 빠지면 이런 장벽들이 하나씩 무너진다. 의미 있는 생각을 하는 사고력을 잃고, 구체적인 세부 사항에만 몰두한다. 정상일 때는 고통의 숨은 의미를 찾는 생각이나 영적인 생각을 낳는 추상적인 사고를 한다. 그런데 자살 앞에서는 이런 사고가 놀랍도록 사라진다. 슈나이드먼은 "자살학에서 가장 위험한 어휘는 네 글자로 된 단어(욕설 fuck을 의미 - 옮긴이)뿐이다." 라고 말했다. 달리 말해 자살 의향자는 모아니면 도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에 젖는다. 상황이 흑백이 되었고, 은유적 미묘함 따윈 없이 오직 죽기 아니면 살기밖에 없다.

나는 죽으려고 했던 심리학자입니다

제시 베링 (지은이), 공경희 (옮긴이) 지음
더퀘스트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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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y

@lucyuayt

"'인생은 게임'이라니,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인간은 믿으면 안 돼."
신발장에서 로퍼를 꺼내는 마토는 웬일로 저기압이었다. 5교시 수학 시간에 하시모토 선생님이 잡담을 하다 꺼낸 한마디가 아무래도 마음에 안 든 모양이다.
- 대학 입시에 취업 준비에 육아. 앞으로 많은 시험대가 너희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뭐든지 즐기지 않으면 손해야. 인생은 게임 같은 법이니까.
"마토는 그런 사고방식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어? 내가? 에이, 무슨 소리야, 고다. 오히려 그런 사고방식은 싫어하는 편이랄까."
"왜?"
"인생은 무를 수 없잖아."

지뢰 글리코

아오사키 유고 지음
리드비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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