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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

이사카 고타로 지음
현대문학 펴냄

만일 그때 소년에게 작은 칼을 돌려주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나는 상상해보았다. 여자는 아직 살아 있고, 나는 형사의 차에 탈 필요가 없었을까?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도쿄에서 오사카로 가야 하는 사람은 신칸센 열차 운행이 멈추어도, 비행기가 날지 않아도, 차가 고장 나도, 어떻게든 찾아간다. 경로나 수단이 바뀌더라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전쟁이나 사건, 사고, 질병은 어딘가에 끊임없이 존재합니다. 우는 부모들, 슬퍼하는 아이들,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넘쳐 나지만 우리는 자기의 시간을, 자기의 인생을, 자기의 일을 똑바로 완수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자기 생각만 하면 된다거나, 남의 일은 알 바 아니라고 개의치 않는 것과는 또 다르지만요."
"야, 못난이. 그럼 어떻게 해야 돼?" 기지마 노리코가 상대를 존중하는 건지 모욕하는 건지 모를 태도로 묻자, 사토 와타루는 싫은 내색 하나 비치지 않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어떻게 하면 될지 모르니 여러 문제를 고민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작곡가가 죽기 전에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답니다. '사람은 저마다 주어진 악보를 필사적으로 연주하는 것밖에 모르고, 그럴 수밖에 없다. 옆의 악보를 훔쳐볼 여유도 없다. 자기 악보를 연주하면서 남도 제대로 연주하기를 바랄 뿐이다."
2023년 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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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전략 수업

폴 포돌스키 지음
필름(Feelm) 펴냄

읽었어요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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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가슴, 가족 한 명 한 명의 가슴, 그리고 마지막에는 내 가슴을 가리키며 내가 모르는 말로 뭔가를 말했어. 하지만 분명 이런 뜻이었을 거야. '우리 아들은 아직 살아 있어'."
흔히 듣는 말이다. 기억에서 살아질 때야말로 사람은 진정한 죽음을 맞이한다고.
"아야나 씨는 아직 에구치 형의 마음속에 살아 있어. 그런 그녀를 데리고 함께 죽어서는 안 돼."
"아야나를 만난 적도 없는 네가 그런 허울 좋은 말을 할 필요는 없어."
"그럼 나를 위해 살아줄 순 없어?"
"널 위해서?"
"나는 친구가 많지 않아."
에리사와는 그렇게 말하며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었다.
"스무 살 때 기숙사생이던 나를 기억하는 건 형뿐이야. 형의 기억 안에서만 그 시절의 내가 살아 있어."
농담 섞인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잖아. 네가 무정하게 살아온 대가일 뿐이지."
"형이 죽으면 내 일부도 사라져. 그 시절의 나를, 그 시절의 우리를...... 함부로 죽이지 마."
"너......"
"허울뿐인 말 한마디라도 하지 않으면, 이런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잖아."
에리사와가 입술을 깨물었다.
방 안에 커피 향이 다시 돌아왔다.

매미 돌아오다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내친구의서재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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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돌아오다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내친구의서재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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