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콘을 만들 남자님의 프로필 이미지

데카콘을 만들 남자

@izrin

+ 팔로우
좋은 불평등 (글로벌 자본주의 변동으로 보는 한국 불평등 30년)의 표지 이미지

좋은 불평등

최병천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1.
‘불평등’이라는 단어를 보면 바로 떠오르는 감정은 부정적인 쪽에 가깝다. ‘좋다’라는 단어는 긍정적인 쪽이다.

그런데 ‘좋은 불평등’이라니. 매우 모순적인 조합이다. 그렇다면 이것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불평등’은 정말 나쁜 것일까?

빈부격차 없이 사회 구성원 모두가 평등하다면 어떻게 될까? 그 사회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근로 의욕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수많은 공산주의가 체제를 포기하고, 결국 자본주의 길을 걷고 있다.

빈부격차가 커지고 불평등의 정도가 심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 사회 또한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하층에 있는 사람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들이 지탱하고 있던 상류층의 사람들도 잇따라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적당한 불평등은 어떨까? 근로 의욕을 고취 시키면서 최소한의 삶은 보장받는 불평등. 이를 좋은 불평등이라고 지칭한다.

2.
불평등을 줄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이다. 하나, 상층의 수입이 줄어든다. 둘, 하층의 수입이 늘어난다. 셋, 중간층의 사람들이 많아진다.

불평등을 늘리는 방법은 위와 정확히 반대이다. 상층의 수입이 늘거나, 하층의 수입이 줄거나, 중간층의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이다.

첫 번째 경우부터 보자.
우리나라는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국가이다. 즉,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기에, 수출량에 따라 대기업의 실적과 직원들의 급여가 달라진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줄어들 때, 상층의 수입이 줄어들고, 불평등도 줄어든다. 그렇다면 과연 이게 불평등 해소에 있어 적절한가?

두 번째 경우다.
지난 5년간 물가는 평균 2% 상승했고, 최저 임금은 평균 3.4%가 올랐다. 이로 인해, 실제로 임금 불평등은 줄어들었다. 하층의 수입이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 오류가 있다.

임금 불평등은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통계를 구한다. 다시 말해, 은퇴를 했거나, 실직을 한 사람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비근로자까지 포함하는 통계는 소득 불평등으로 나타낸다.

최저 임금이 대폭 상승되었던 2018년, 임금 불평등은 줄어들었으나, 소득 불평등은 더 늘어났다. 최저임금 상승의 여파로 일자리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전체를 보았을 때, 최저임금 상승은 불평등을 확대시켰다.

세 번째 경우다.
기술의 전문성과 임금은 대체로 비례한다.

고숙련 기술은 대기업이 지니고 있고, 이들의 임금이 높다.
중간 숙련 기술은 중견기업이 지니고 있고, 이들의 중간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
자영업, 도매업, 중소기업 종사자는 저숙련 기술을 지니고 있으며, 낮은 임금을 받는다.

자영업, 도매업은 수출보다 내수 고객이 타겟이다. 국제 정세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대기업은 다른 국가에서 쉽게 대체하지 못할 기술들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대기업이다.

문제는 중견기업이다. 이들은 내수보다 수출에 의존하지만, 기술의 전문성이 깊지 않기에 다른 나라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이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1994년에 한국과 수교를 맺었고, 세계 자본 시장에 문호를 열었다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은 수많은 나라의 공장이 되었다. 중국의 제조업은 해가 갈수록 성장했고, 한국의 수출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한국의 중간 숙련 기술의 일자리가 줄었고, 중간 임금을 받는 사람들도 줄어들었다.

결국 빈부격차는 세계 정세에 많은 영향을 받으며, 이를 고려하지 않고 국내 상황만을 고려한 정책은 오히려 나쁜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3.
그렇다면 좋은 불평등이란 뭘까? 바로 대기업의 수출도 증가하면서, 저임금 일자리도 늘어나는 것이다. 상층의 소득과 하층의 소득이 같이 증가하면서 생기는 불평등은 오히려 모두에게 좋은 불평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상층의 소득을 키우는 방법은 대기업을 육성하는 것이고, 저임금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저숙련자를 위한, 즉 노인을 위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대기업을 육성한다고 하면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는 대기업과 재벌을 혼동해서이다. 대기업 총수들이 재벌가를 이루는 경우가 많았지만, 재벌을 키우는 것과 대기업을 육성하는 것은 다르다. 대기업이 많아질수록 국가 경제도 살고, 상층의 일자리도 많아진다.
그렇다면 대기업이 많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전문 역량을 갖춘 인재가 많아져야 한다. 누구든지 경제적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빈부격차로 인해 교육의 기회도 불평등해진다면, 더더욱 인재는 나올 수 없게 되고, 국가 경쟁력은 후퇴할 것이다.

그리고 노인 일자리가 늘어야 한다. 임금 불평등과 소득 불평등을 혼동해서는 안되며, 소득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근로자 자체가 많아져야 한다. 소득 불평등에서 하층을 차지하는 것이 은퇴한 노인들이다.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 성장과 고령화를 거치고 있는 만큼, 노인 빈곤율이 높다. 노인 연금제도가 도입된 것은 2013년 박근혜 정부 때다. 이제 겨우 10년 되었다.

노인 일자리를 늘려야 노인 빈곤율이 줄어들고, 소득 불평등이 줄어든다. 그리고 대기업의 수출이 늘어야 세수가 늘고, 그 세수로 노인들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즉, 좋은 불평등이란 평균 소득의 상한선도 위로 올리고, 하한선도 위로 올리면서 그 격차를 유지하는 것이다.

4.
흔히 진보는 평등을 우선시하고, 보수는 경제를 우선시한다고 한다. 하지만 둘 다 옳지 못하다. 평등과 경제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다.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평등이 필요하고, 평등하기 위해서는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

이제는 진보, 보수도 무의미한 단어다. 세상은 많이 변해왔고, 변해가고 있다. 특정 이념에 매몰되어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지 않나 싶다.
2023년 2월 17일
0

데카콘을 만들 남자님의 다른 게시물

데카콘을 만들 남자님의 프로필 이미지

데카콘을 만들 남자

@izrin

거대한 자연 앞에서, 어떤 것이 자연스러운지 부자연스러운지 구분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진화의 방향은 없다. 우리는 여전히 진화 속에 있고, 그저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한 나와 너와 우리 환경과의 상호작용 과정일 뿐이다

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

앤디 돕슨 지음
포레스트북스 펴냄

3일 전
0
데카콘을 만들 남자님의 프로필 이미지

데카콘을 만들 남자

@izrin

  • 데카콘을 만들 남자님의 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 게시물 이미지

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

앤디 돕슨 지음
포레스트북스 펴냄

읽었어요
3일 전
0
데카콘을 만들 남자님의 프로필 이미지

데카콘을 만들 남자

@izrin

물이 서서히 차오르는 배. 아무도 인지를 못한 채 침몰하는 배.

가장 위쪽에 올라가면 희망이 보일까? 나는 무엇을 해야하나

인구 대역전

찰스 굿하트, 마노즈 프라단 (지은이), 백우진 (옮긴이) 지음
생각의힘 펴냄

4일 전
0

데카콘을 만들 남자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