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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을 헤엄치는 법 (스노우 에디션) (이연 그림 에세이)의 표지 이미지

매일을 헤엄치는 법

이연 지음
푸른숲 펴냄

읽었어요
별안간 선생님이 내 머리를 물속으로 집어넣었다. "숨이 찰 때는 산소가 필요한 게 아니에요. 이산화탄소가 몸속에 많은 거니 도리어 내뱉어야 해요." 아, 어쩌면 내 삶도 뭔가가 부족해서 숨이 찬 게 아니었을지도 몰라. 내가 내뱉어야 하는 것들을 생각한다. 덜어내야지. 내 안에 가득한 이산화탄소를.

뜨거운 선풍기 바람에 의지하며 느낀 것. 꼭 가깝다고 더 시원하진 않다. 오히려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해야 시원하다. 적당한 거리. 고작 사물인 너와도 이게 중요하다니.

난 언제나 빠른 삶을 살아왔다. 솔직히 나이 먹는 것이 무섭지 않았다. 내가 뒤처졌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으니까. 근데 말이야...... 그동안 나는 어디를 달리고 있던 걸까? 누구와 나를 비교하면서? 삶에는 항상 정해진 트랙이 있었다. 대학, 취업, 결혼... 더불어 거기에 적당한 커트라인이 있는데 다치는 줄도 모르고 애써 맞추며 살았다. 그래도 이만하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숨을 몰아쉬면서, 원치 않는 삶을 살면서. 그래, 이만하면 괜찮아. 그러던 내가 삶의 트랙으로부터 도망쳤다. 아무도 밟지 않은 흰 눈을 밟는 기분과 비슷하다. 발자국이 없는 길을 걷는 삶. 근사하고, 조심스러운 기분. 이 길 위에서 처음으로 발견하게 된 것은 구겨지지 않은 나였다. 정해진 삶의 트랙에서 벗어난 내 모습이 생각보다 초라하지 않고 꽤 반듯하다.
2023년 9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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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실패자가 아니라
아직 실패하는 중이야
거긴 엄연히 큰 차이가 있지
그렇지 않아?

단어가 모인다고 소설이 될 수 없듯
하루를 이어 붙인다고 삶을 설명할 순 없다
삶,
그런 걸 자꾸 지껄이는 놈들을 난 믿지 않는다
그러니 날 믿지마라

- 스토커 -
모기 한 마리 덕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토록 은밀하고 집요하게
나만의 피를 탐하는 암컷이
내 생애 과연 있었던가

외로움은 번역될 수 없는 언어처럼
늘 생경하게
우릴 괴롭히고
쓸쓸하게 걷게 한다

사랑은 개소리지만 넌 예외

권민천 지음
여름 펴냄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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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청만은 아들이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간이 필요해 아들을 찾았다. 아들은 간을 줄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아버지가 죽으면 모든 재산이 자신의 것이니 도망을 가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재산은 한푼도 없었다. 보험 따위는 모두 해지되어 있었다. 어쩌면 그 해약금 중 마지막 남은 돈으로 나형조와 김형래에게 선금을 준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가짜인 가족이었다. 임옥분만 살인자가 되어 버렸다. 이들은 어쩌면 그대로 해체되었어야 할 가족이었는지도 모른다. 억지로 찾아 이어붙일 것이 아니었다.

2인조

정해연 지음
엘릭시르 펴냄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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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챌린지 100

이재진(해피러너 올레) 지음
푸른숲 펴냄

읽었어요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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