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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지도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의 표지 이미지

사물의 지도

아키모토 유지 지음
샘터사 펴냄

과감히 던질 건 던져야 새로운 것이 유입될 수 있으니,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방법이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히 도전하라. (P.242 신상호 작가)


올해도 청주에는 공예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2023청주공예비엔날레는 2023년 9월 1일부터 10월 1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생각해보면 몇번이나 공예비엔날레에 방문했던 것 같은데 어쩐일인지 이번엔 시간이 잘 맞지 않아 아직 가보지 못하여 아쉬운 마음으로 언론만 뒤적이던 찰나, 샘터사에서 『사물의 지도』라는 책을 출간하셨다. 이는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주제기도 한데, 공예의 사회적 책무나 가야할 방향, 문명 속에서 공예가 이어온 것들을 복합적으로 생각해보는 의미라고 한다. 제목부터 감성 넘치는 『사물의 지도』는 식탁에 앉은 나를 청주에 데려다놓기에 충분했다. 어디 청주뿐인가, 미래로- 과거로- 또 다른 문명 어딘가로- 분주하고도 안락한 여행을 선물해주었다. '아름다움'을 향한 티켓, 『사물의 지도』를 소개한다.

『사물의 지도』는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사명과 목적, 공예가 인류에게 주었던 영향과 앞으로의 방향, 2023청주공예비엔날레의 전시 주제에 대한 강재영 예술감독의 이야기로 문을 연다. 그의 예술적 지향도 무척이나 인상깊었는데, 뒤에 이어지는 '대지와 호흡하는 사물', '인간ㆍ자연ㆍ사물을 연결하는 문화', '손, 도구, 기계, 디지털의 제작방식과 기술', '기록문화와 공예', '생태를 지키는 공예', '생명사랑을 존중하는 공예'등의 테마로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는 것은 한층 의미있었다. 그들의 작품과 더불어 작가들이 가진 생각까지 공유할 수 있었기에 큐레이팅을 넘어 엄청난 깊이의 도슨트를 만난 기분이랄까.

『사물의 지도』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작가님은 우리나라 자수로 작품활동을 하시는 장영란 작가님이었다. 우리나라의 여러 물건들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한국자수는 시대의 생활상을 담았다고 표현하셨는데, 익숙해서 귀하다고 여기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만난 기분이었다. “한국 자수의 매력 중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특징은 무심한 듯 표현된 즉흥적이고 정형화되지 않은 간결한 선에 있다. 신속하고 간단하게 수놓아진 풀의 형태나 생략되듯 단순히 표현된 달무리 같은 것이 그것이다(P.109)”는 문장을 읽은 후 떠올려보는 우리 자수모양이 새삼 더 아름다운 무엇인가로 느껴졌다. 예쁜 눈으로 바라보아야 더 예뻐진다는 말처럼, 우리는 우리 전통의 공예들을 더 예쁜 눈으로 바라봐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장석현 작가님의 옹기에 대한 이야기도 같은 선상에서 마음에 깊이 닿았다. 우리가 너무 흔히 보고자라 귀한줄도 모르는 장독대들. 그 장독대들이 가지는 푸근함과 깊은 정은 사실 그 어떤 사물에서도 쉬이 찾아보지 못할 감정일지도 모른다. 세계 여러나라의 작가님 작품 속에서 이렇게 유독 우리작가님들의 작품이 눈에 어리는 것은, 그 작품들이 가지는 익숙함과 안정감도 있겠지만, 그 안의 정서를 이해하기 때문이리라. 그 맥락에서 『사물의 지도』라는 제목이 더욱 깊게 느껴진다. 내가 만나온 수많은 사물들은 저마다의 지도와 맥을 가지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나에게는 그것을 어떻게 잘 표현하고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며 작업을 할수록 변화가 생기고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아직도 작업에 긴 여정이 남아있습니다(P.241)”는 신상호 작가의 말이 어쩌면 그 모든 예술, 사람의 이야기는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의 소재는 흙이지만 우리의 소재가 각기 다르다고 말이다. 『사물의 지도』는 단순한 전시도록이 아니다. 여러 예술가들의, 여러 공예품들의 지나온 시간과 역사- 그리고 미래를 담은 책이다.
2023년 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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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같은 인간임을 확인하는 행위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식사를 함께하는 것처럼 서로 눈을 맞추며 일상을 나눌 때, 상대 역시 인간의 존엄성과 감점을 가진 존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 아닐까요? 의미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 식사를 함께하는 것도 같은 의미 아닐까요? 감정과 이성이 함께 어우러진 공감은 신뢰를 키우고 유대감을 강화해줍니다.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특히 갈등 상황에서는 상대방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알려고 노력하면서 대화를 생산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만 아는 사람에서 자신과 남을 모두 아는 사람,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p.132)


정신없이 살다보니 어느새 2025년의 끝자락이다. 2025년은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은 해였다. 엄마가 아프셔서 긴장이 이어진 상태였고, 남편의 이직 등 개인적으로도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 무척 많았다. 여기에 매일 화는 내는 사람과, 매일 짜증을 내는 사람이 동시에 있는 직장에 근무하다보니 정신적으로도 무척 지치곤 했다. 그런 나에게 권석천 작가가 묻는다. “멈춤버튼증후군”을 아느냐고. 아마 나도, 타인도 처음 만나는 단어일 “멈춤버튼증후군”은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해 중요한 순간에 잠시 멈추고싶은 심리적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맙소사, 딱 나의 마음이잖아. 그러나 우리는 단 1초도 삶을 멈출 수 없지 않나. 작가도 정지버튼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순간을 견디기 위해 스스로에게 보낸 편지이자 치유의 기록으로 이 책을 남겼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최선의 철학』에 한번 속아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최선의 철학』은 고대 철학가 12명의 사상을 바탕으로 현대의 삶에 적합한 지혜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는다. 자신의 경험 위에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마르쿠스, 호메로스, 세네카 등의 고대철학가들로부터 얻은 지혜를 투영하는 형식의 책이다보니 때로는 깊은 공감을 얻기도 했고, 때로는 이런 방향으로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내 심리상태때문인지 아우렐리우스의 철학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부분에서 큰 공감을 얻었다. 그래서 또 다시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말자는 다짐을 할 수 있었고, 그들과의 거리두기와 더불어 내 감정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자세도 필요함을 다시 인식할 수 있었다.

솔직히 『최선의 철학』을 읽기 시작할 때 만해도,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마르쿠스 등을 다 따로 읽어왔기에 기대감이 그리 크지않았다. 오히려 고전을 인용하고 감언이설로 살짝 덧칠한 책이 아닐까 하는 부정적 마음이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선의 철학』은 인용된 철학에 대한 타인의 촘촘한 시선을 읽을 수 있었고, 타인의 받아들임을 배울 수 있었다. 또 작가가 정리해놓은 여러 비법(?)들을 간편히 읽으며, 이 분야에 해박한 이들과 독서토론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친숙한 언어로, 쉬운 어휘로 철학가들의 사상을 꼼꼼히 기록해두었기에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고전이 한층 가까이 느껴졌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복잡하고 불안한 이들에게 『최선의 철학』을 권해주고 싶다. 마음이 복잡한 순간 철학이 가야할 방향을 비추고 있던 것처럼, 당신들의 삶에도 그런 등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선의 철학』은 분명 그런 나침반이 되고, 등대가 되어줄 책이었다.

최선의 철학

권석천 지음
창비교육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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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또 열심히 살다 만나.
그 한마디에 내 심장이 오랜만에 쿵, 하고 요동쳤다. 그 문장은 나의 마음을 선명하게 깨웠다.
나라는 사람은 원래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고, 다양한 일에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무기력의 그림자는 슬그머니 찾아오곤 한다. 갑자기 늦잠을 자거나,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지는 날도 있고, 하루종일 릴스와 쇼츠만 넘기다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허무하게 저물어버리는 날도 있다. 그런 나에게 “열심히 살다 만나자”라는 말은 마치 심장 한가운데로 날아든 작은 폭죽 같았다. 잠자고 있던 나를 깨우는, 작지만 선명하게 반짝이는 울림. (p.139)


나는 연예인 자체보다는 배역에 몰입하는 사람이라 같은 배우가, 완벽히 다른 사람처럼 등장하는 것에 깊이 매료되는 편이다. 프레임 밖의 그들의 삶에는 그닥 관심이 없다. 그렇다보니 이미 애가 둘이나 있는 연예인부부의 결혼 소식을 몰라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사건사고 소식을 듣고도 “그게 누구?” 할만큼 관심이 없다. 그런데 그토록 몰라서 좋을 때도 종종 있는데, 바로 『완벽한 유결점』같은 책을 아무런 프레임 없이 만날 수 있을 때다.

나는 『완벽한 유결점』의 제목에 매료되었을 뿐인데, 책을 다 읽고나서야 작가님이 무척이나 유명한 분들의 딸이자, 본인도 매우 유명한 분이었던 것. 하지만 나는 그녀의 그 모든 배경을 몰랐기에 문장 자체의 맛에 빠져들 수 있었고, 그녀의 생각을 편견없이 읽고 느낄 수 있었다.

『완벽한 유결점』은 치열하게 노력하며 촘촘히 채워가는 기록들이다. 짤막한 에세이 형태기에 읽기에 부담도 없고, 술술 읽히는 매력적인 문장력이 돋보이는데, 그 안에 담긴 울림은 적지 않다. 사실 평소 에세이에 인덱스를 5개 이상 붙여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 책에는 수십개의 인덱스를 붙였다. 내가 평소 생각하고 사는 것들을 타인의 문장을 통해 만나는 반가움도 있었고, 미처 나아가지 못한 영역의 생각들을 접하는 감사함도 있었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만난 하루하루들을 유별나지 않게 차곡차곡 모아온 흔적들에서 삶을 배우고, 끈기를 배우고, 노력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그래서 『완벽한 유결점』을 읽는 내내 내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고,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동기부여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포기한 몇몇을 떠올렸다. 나 역시 나름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내 환경을 핑계로 접어온 것들이 많았는데 “중요한 건 단 하나, 움직이는 것(p.27)”이라는 그녀의 말이 마음을 둥둥 쳤다. 봄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는 말에는 눈물이 조금 났다. “꺾인 가지에서도 잎은 자란다. 그것은 꺾였을 뿐, 아직 죽기 않았기 때문이다(p.89)”라는 말에 꺾였다고 방치해버린 꿈이 떠올랐다. 그래, 나도 힘들어도 늘 웃어야 할 이유를, 살아야 할 이유를 부지런히 찾아온 사람인데, 나이먹어가며 점점 그런 노력까지 놓아버린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되더라.

성당 마당에 앉아 『완벽한 유결점』을 읽으며 가을볕을 한껏 받았다. 하얀 책 위로 십자가 그림자가 지는 것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녀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짊어져야 했을 것들을 내려놓고 보다 자유로워지길 생각했다. 혹자는 그녀가 부모의 유명세로 더 쉬운 삶을 살았다고 했을지 모르겠지만, 겪지 않아도 될 것들을 너무 겪은 삶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겠나. 그 삶위로 쌓아온 그녀의 지난 하루들을, 다가온 하루들을 가만히 응원해본다. 더불어 우리의 하루하루들도 함께, 격한 마음으로 응원해보며, 우리의 『완벽한 유결점』들도 치열히 채워가길 바라며.

완벽한 유결점

서동주 지음
필름(Feelm)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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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워킹맘이다보니 아이를 방과후나 학원으로 본낼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공백 등에 아이가 사용할 수 있도록 일찍 체크카드를 쥐어주었던 것 같다. 아이가 이 돈을 지혜로이 쓸 수 있나 없나도 판단하지 못한 채, 쥐어준 카드의 뒷맛은 썼다. 카드를 쥐어준 첫 날, 한 친구가 “너 카드 생겼어? 그럼 그 기념으로 우정반지를 맞추자”고 아이를 꼬셨고, 금전 개념이 없던 아이는 홀랑 그 친구가 원하는 것들을 잔뜩 사준 것. 영악한 아이에게도, 우리 아이의 생각없음이 화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돈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은 채 카드를 쥐어준 내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그 후 아이는 한동안 돈 자체를 쓰지 않으려 했고, 지혜롭게 돈 쓰는 법을 알려주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돈이 좋은 열한 살』을 만났을 때, 우리 아이처럼 용돈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없는 나이의 친구들에게 꼭 소개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 그 사건 이후 몇 권의 경제책을 읽고 공부했지만, 가장 “용돈”에 집중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

『돈이 좋은 열한 살』에서는 강하의 일상을 통해 돈의 가치에서부터 금전의 희소성, 합리적인 소비, 착한 소비, 피해야 할 소비습관, 용돈 벌기, 물질만능주의, 용돈관리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이 일상에서 경험하고 접하게 될 거의 모든 영역을 다루고 있다. 또 아이들이 공감하기 쉬운 물품이나 사례를 들고 있어, 더 쉽게 공감하고 이해하며 돈에 대해 제대로 배우도록 돕는다.

더욱이 아이들이 재미있어할 동화형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기에 더욱 쉽게 느껴질 뿐 아니라, 중간 중간 제시되는 과제로 인해 아이의 참여도 유도하여 보다 심층적인 읽기를 도와준다. 또 생각더하기 꼭지를 통해 아이의 생각을 확장하고, 이야기나눌 주제를 제시하기 때문에 보다 쉽고 재미있게 금전 대한 개념을 잡도록 돕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 우리 아이의 학급에서는 교실화폐를 통해 월급을 벌고, 세금을 내는 등 실질적인 경제수업을 하고 있던 터라, 이 책을 통해 더욱 제대로 금전개념을 익히게 되어 큰 도움을 얻었다. 리셀마켓이나 착한 소비, 공정무역 등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용어들에 대한 학습도 가능해 더욱 유용한 읽기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무척 재미있고 쉽게 용돈에 대한 개념을 익히고, 돈을 보다 지혜롭게 쓰도록 도와준 책, 『돈이 좋은 열한 살』였다.

돈이 좋은 열한 살

박현아 지음
노란돼지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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