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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Is that so? I'm a giraffe

박민규 지음
도서출판 아시아 펴냄

기린의 눈은 무관심한 잿빛 눈동자.
아버지가 기린이 된 시점은 사실 이전보다 상황이 훨씬 좋아졌고 이제는 좋은 일들만 가득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욱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버지 눈은 계속 잿빛이고 기린이다. 이는 아버지가 이 세상에 회의감을 느끼고 더이상 진짜 인간으로, 가족의 품에 돌아오지 않을 것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이미 전지가 떨어진 계산기의 빛과 같은 눈동자를 지니고 있어서, 상황이 더 좋아졌다고 해도 전지가 없어서 계산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미 기린으로서, 긴 목을 가지고 저 먼 미래를 내다봤을 때, 아버지는 열심히 산수를 해도 결국은 수학이 아닌, 산수만을 하며 삶이 끝날 것이라는 미래만을 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미래를 볼 수 밖에 없는 아버지는 사람으로 살았던 이전처럼 낙관적인 태도를 가지고 다시 가족에게로 돌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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