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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는 흐느껴 울었다. 소매 속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눈물을 닦았으나 흐르는 눈물은 멎지 않았다. 그가 앉은 별당, 어머니 별당아씨가 거처하던 곳, 비로소 서희는 어머니와 구천이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과연 어머니는 불행한 여인이었던가, 나는 행복한 여인인가 서희는 자문한다. 어쨌거나 별당아씨는 사랑을 성취했다. 불행했지만 사랑을 성취했다. 구천이도, 자신에게는 배다른 숙부였지만 벼랑 끝에서 그토록 치열하게 살다가 간 사람, 서희는 또다시 흐느껴 운다. 일생 동안 거의 흘리지 않았던 눈물의 둑이 터진 것처럼. p366
이동진의 산천과 김길상의 강산, 청백리로 이어졌던 선비 이동진의 산천과 버려진 생명을 우관대사가 거두어 길렀으며 윤씨부인 요청에 따라 최참판댁 하인이 된 김길상의 강산은 다르다. 이동진이 이 산천을 위하여 강을 넘었다면 길상도 이 강산을 위하여 간도에 남았다. 그러나 다 같은 길이었지만 길상의 경우는 일종의 귀소본능이라 할 수 있었다. 제 무리에 어우러지기 위한 귀소본능, 이동진은 돌아오기 위해 떠났지만 길상은 제 무리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남은 것이다.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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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마흔여덟이 된 애기씨 서희. 그렇게 세월은 흐른다. 제국주의의 종말로 뛰어드는 일제강점기 배경 속 부부지만 부부 같지 않은 서희와 길상의 오랜만의 만남이 반갑고 빛난다. 알 것도 같았지만 참으로 알기 어려웠던 두 사람의 감정이 오랜만의 만남으로 정리되면서 지나온 세월, 그들 각자의 그리고 함께 한 시간들의 의미가 다시 부여되는 것만 같다. 어느덧 종착지로 달려가고 있음이 한껏 느껴지는 길고 긴 대하소설 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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