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 팔로우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저들은 대체 왜 저러는가?)의 표지 이미지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진중권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현재하는 문제에 대한 진중권의 해석은 대체로 흥미롭다. 가치에 대한 동의가 아닌 일방적 애착으로 비롯된 팬덤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일절 허용하지 않는다는 지적부터, 양정숙 의원은 제명하고도 윤미향 의원은 지키려는 여당의 태도를 어느덧 주류가 된 운동권 서사로 풀이하는 대목 등 유효한 부분이 적지 않다.
2024년 1월 11일
0

김성호님의 다른 게시물

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식민지마저도 자유로울 수 없는 지난 체제의 부조리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봉건사회의 완성형은, 소수의 사디스트와 다수의 마조히스트로 구성된 것'이라는 통찰은 이를 냉철히 되짚어 반성한 적 없는 모든 사회에서 폭력과 존엄의 훼손이란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를 알도록 한다.

잔혹하고 처절한 묘사로 악명 높은 작품이다. 잔혹을 수단 삼아 인간의 극한에 다가선다. 잔혹함을, 또 폭력을 그대로 그를 비판하기 위한 창작의 장치로 활용하는 선택이 천재적이다. 폭력이 짙어질수록 폭력에 대한 비판 또한 강렬해지는 이 영리한 설정은 그를 부담스럽게 여겨온 이마저 일거에 감탄케 한다.

이로부터 일본에도 제 역사를 처절하게 반성하는 작가가 있었단 걸 알았다. 이로부터 봉건질서를 지나온 우리 또한 자유롭지 못한 잘못이 있다는 걸 깨우쳤다. 봉건은, 인간에 대한 인간의 압제는 마땅히 그를 지나온 모두로부터 통렬히 비판되고 반성돼야 하는 것이다.

시구루이 1

야마구치 타카유키 외 1명 지음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펴냄

1일 전
0
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노미영 작가의 데뷔작으로 원나라 침입에 맞선 고려의 무장이 실은 현재로부터의 시간여행을 한 고등학생이라는 상상으로부터 흥미롭게 빚어낸 작품이다. 요즘 또 유행하는 전형적 회귀물이지만 당대에선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원나라 침입 시기를 다뤄 눈길을 끈다.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을 적극 버무린 픽션의 결합. 그 결과물이 민족적 자긍심을 일깨우는 판타지적 사극으로 귀결됐다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고려의 박서 장군이 살리타가 이끌던 원나라 군대를 귀주에서 격파하고, 재차 처들어온 살리타를 승장 김윤후가 처인성에서 사살한 건 의미 있는 전공임에도 널리 알려지진 못한 사실이었다. 노미영 작가는 역사책 한 귀퉁이에 찌그러져 있던 사건으로부터 매력적인 드라마를 뽑아냈고 이것으로 이 만화가 생명력을 얻었다.

매력적이고 아기자기한 이야기와 흥미로운 구성, 자기색깔이 분명한 필치까지 압도적이진 않지만 모든 면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좋았다.

살례탑 1

노미영 지음
대원씨아이(만화) 펴냄

2일 전
0
김성호님의 프로필 이미지

김성호

@goldstarsky

실패한 삶의 기록이다. 격(格)을 잃었다는 뜻의 실격, 인간의 격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요조는 그를 잃고 실패했을까를 거듭 되짚게 된다. 소설 가운데 인간이 끝끝내 지켜야 할 격이 무엇인지, 작가 다자이 오사무와 주인공 오오바 요조가 생각하는 격이 무언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독자는 저마다의 판단으로 그 격과 인간을 실격하게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얻는다. 이야말로 아마도 <인간 실격>이 가진, '얇다'는 것 외에 몇 안 되는 미덕일 테다.

요조는 주변의 기대를 외면하고 도피한다. 저를 받아주는 사람이 생기면 그 곁에 바짝 붙어있다가도, 그가 제게 어떠한 책임감을 요구하면 여지없이 도망치길 반복한다. 중요한 건 그가 부끄러워한다는 점이 아니라 어떤 책임도 거부한다는 데 있다. 무엇이 요조를 실격하도록 했는가. 그건 책임을 다하지 않는 선택, 고통을 피하기만 하는 삶이 아닌가.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지음
민음사 펴냄

3일 전
0

김성호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