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북 앱으로 보기
+ 팔로우
<로기완을 만나다> <단순한 진심> <완벽한 생애>에서 탈북자, 입양아, 세월호 등 굵직한 주제로 담담히 강하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온 조해진 작가의 신작 소설이 나왔다. 이 계절에 맞는 표지가 따뜻하고 포근하다.
이번 소설은 엄마와 딸에 관한, 혹은 엄마를 떠나보내는 딸의 이야기이다. 갑작스레 암선고를 받은 엄마와 남은 시간은 고작 석달 정도. 주인공은 일을 모두 미루고 고향으로 돌아가 엄마를 돌보며 시간을 함께 보낸다.
장례를 치른 후, 가족들과 친척들은 모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주인공은 엄마의 집에 홀로 남는다. 엄마의 옷을 입고 엄마의 털신을 신는다. 엄마의 물건에서 구불거리는 흰머리카락을 발견한 날이면 핏셋으로 조심조심 떼어내 빈 유리병에 모으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그건 딸의 즐거운 취미가 됐다. 엄마가 쓰던 비누와 로션도 쓰며 엄마의 냄새를 맡기도 한다. 엄마가 생전에 운영하던 식당의 문을 열어 칼국수를 만들기도 한다. 딸은 그렇게 서서히 엄마와 이별한다.
모든 딸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유일무이하기에 특별하다. 어떠한 모습이건 딸은 엄마를 답습하고 애정하고 미워한다. 그래서 이 책은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들에게 바치는 헌사'처럼 느껴진다. 나 또한 엄마가 없는 세상을 생각해보면, 그 생각만으로 가슴이 무너지는데, 그 시간을 딸들은 각자 어떤 모습으로 견딜까...생각해본다.
겨울은 누구에게나 오고 기필코 끝날 수 밖에 없기에...차갑고 매서운 아픔의 시간이건, 포근한 니트를 입은 거대한 존재이건 내 곁에 영원히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작별하는 법을 터득할 것이다.
훗날 나에게도 그 시간이 다가오면, 엄마의 모습을 온전히 기억하고 추억해줄 사람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몸에 남은 온기를 기억하며 완전히 혼자가 아니라는, 그 힘으로 걸어나갈 수 있을 거라는 위로를 얻을 수 있을거라 희망해본다.
8
달책빵님의 인생책은?
더 보기
Grace
추천감사합니다^^
2024년 1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