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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토노트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열린책들 펴냄

적어도 중반부까지의 몰입감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베르나르 베르베르 특유의 뭉툭한 구성, 그러니까 상상력에 비해 구성의 짜임새와 세밀한 묘사, 템포조절이 조악하다는 인상이 도드라졌지만 어느정도는 공상과학 소설의 어찌할 수 없는 '불가지' 쯤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다만 영계전투와 같은 종교전쟁의 사례에서 보듯 성급하고 단순한 전개가 다분히 안타까웠다.

많은 단점이 엿보였지만 인간 영혼의 '삶' 이후를 그려내려 한 웅대한 상상력 만큼은 베르베르의 진가를 유감없이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단지 이것만으로도 이 소설의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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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이 거세된 공정에 집착하고, 경쟁에 따른 성과에 호의적이며, 페미니즘에 발작적으로 대응하는 집단이 이대남의 정체성으로 제시된다. 그 원인으로 지목된 건 '남성 마이너리티', 사상 최초로 젊은 남성 집단이 스스로를 차별받는 약자로 여긴다는 진단이다. 살피자니 과연 그럴 법도 하단 생각이 절로 드는 가운데, 이대남을 한심하게 여기는 저자들의 오만한 태도와 해석이 은근히 비어져나와 마음을 불편케 한다.

생각할수록 이대남의 피해의식을 마땅한 결과라 여기게 된다. 그러나 어느 세대라고 스스로가 사회적 과실을 누렸다며 감격해할까. 전쟁을 겪은 이들과 전후세대, 독재와 투쟁한 586, 지난 시대 불평등을 감내해온 여성들까지 모두가 저마다의 짐을 지고서 버텨온 것이 바로 이 세상이다. 사회적 자산은 유한하고 성장동력은 꺾여버린 암울한 환경 가운데 시시한 문제에 분노하는 여유없는 세대의 등장이 꼭 한국의 미래인 것만 같아 한숨만 난다.

20대 남자

정한울 외 1명 지음
시사IN북 펴냄

2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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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의 이십대는 우울과 슬픔과 분노로 가득했다고 전한다. 심리상담을 받고 병원을 다니기도 했으나 꾸준하진 않았다. 서른이 넘고 삶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뒤에야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기 시작한다. 그리고 안정감이며 무덤덤한 마음을 얻는다. 처방받은 약을 먹고 가사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창작 활동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는 사람, 창작자의 삶이라 해도 그리 특별하지는 않다. 하지만 한 편으로 그 삶 가운데서 곡이 태어나는 것이다. 누군가를 움직일 수 있는 곡이.

책은 매 장마다 애리의 노래가 태어난 배경을 적는다. 그리고 그 마지막에 이르러 곡의 가사와 함께 곡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QR코드까지 삽입해 놓았다. 말하자면 곡과 에세이의 기묘한 결합이다. 전문적인 글쟁이가 아닌 음악가의 글인지라 조금 정돈되지 않고 감성에 따라 마구 나아가는 듯한 인상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하나하나가 특정한 곡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만큼, 읽는 이는 음악과 삶이 관계를 맺는 방식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겠다.

수많은 내가 다른 곳에 살고

애리 지음
편않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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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인 감상을 절로 일으키는 그림체 위로 들어찬 글은 삶과 죽음이 이어지는 세계, 그 순환을 비춘다. 그러나 순환과 재생에서 그치지도 않는다. 생명이 또 다른 생명으로 이어지는 닿음, 인간의 이성과 과학의 지식으로는 닿지 못한 연결성을 내보인다.

이야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이세 히데코의 책은 그림책이 그저 십분이면 후딱 넘기게 되는 애들 보는 것이 아님을 알게 만든다. 짧게 보아도 오래도록 생각나는 장면, 그런 순간을 선사한다. 삶에 쉼표를 찍고 물음표를 남긴다.

마침표가 아닌 쉼표와 물음표, 그것이 그림책의 역할이 아닐까. 사색이 귀해진 시대, 여백을 채우는 온갖 콘텐츠들 사이로 그림책을 찾는 이들이 어떠한 마음인지를 알겠다. 이따금 그림책을 펼칠 기회를 가져봐도 좋겠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김소연 지음
천개의바람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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