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지인들에게 추천을 종종 받았던 책이다. 그의 이전작품인 채식주의자도 감명깊게 읽었기 때문에 이 분의 책을 더 읽고 싶었으나 도서관에서 항상 대여중이라 기회가 없다가 간신히 받아 읽게 되었다. 읽는 시기가 딱 제주 4.3과 5.18 광주항쟁의 사이라 읽는 동안 이 계절에, 이 서늘한 밤에, 이 따뜻한 낮에, 이 꽃피는 시기에 그들이 그랬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광주항쟁에 대한 다양한 저작물들을 경험했지만 이 소설이 특별히 와닿았던 것은 어린 소년, 미싱사, 작가 등 다양한 눈으로 한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광주항쟁이 민주화 역사에 미치는 영향과 가치, 군부가 얼마나 무자비했는지에 대한 고발 등 기존 저작물들이 다루었던 메시지와는 살짝 결이 다른, 사람의 존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 곳에 숨을 쉬고, 뜨거운 피가 흐르고, 카스테라와 요구르트로 웃음짓는 사람들, 사람들이 그 곳에 있었는데 발포하라는 차가운 명령이 그 인생들을 앗아갔다고 생각하니 이 학살의 무게가 정말 무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민주화를 위해 두려움을 이기고, 아픔을 견디며 그 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무덤 위에 내가 지금 서 있는 것이 감당할 수 없이 미안하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5월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예쁜 꽃이 피는 이 시기에 이 것을 누릴 수 있게 해준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른 이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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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에게 추천을 받아 읽어봐야지 하고 했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반납일 전날에 읽기 시작해 이틀만에 완독했다. 프롤로그부터 심상치 않은 흡입력에 완전 매료됐다. 역시나 저자의 전공이 문학이었다. 글을 보면 평소에도 얼마나 책을 가까이 하셨을지도 대략 느껴졌다. 굉장히 유식하시고, 관찰과 묵상과 해학이 있는 글이다. 너무나 놀라운 점은 그가 회의주의자인데 (책에서 스스로 밝히시는데 그 전부터 알아챘음) 또 세상에 굉장히 친절하다는 것이다. 죽음을 언제나 가까이에 두기 때문인지 어느 생명조차도 무시하지 않고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시고, 계속해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신다. 관조와 친절...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저자의 관점에서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작년에 어떤 일을 겪고 나서 짐을 정리하는 기준이 '내가 죽고 나서 누군가 내 짐을 정리할 때 이런 걸 왜 굳이 갖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은 버리자!'가 되었다. 살아있을 때에는 내가 언젠가 필요할 수도 있다도 쌓아두게 되지만 죽음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고,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소유가 사실 내 지인에게는 처분해야할 짐덩이가 되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생각하면 집착을 내려놓게 된다. 저자는 물론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면서 짐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경건한 마음으로 죽은 자를 생각하고 한결같이 친절하고 따뜻한 시각으로 집을 채운 것들을 바라본다. 아무튼 나는 죽은 이후에도 누군가에게 또 빚을 지우고 싶지는 않아서 정리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대게 가난한 사람들이 고독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부분은 사람이 죽은 후 남기는 흔적들이 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씁쓸했던 것은 돌아가신 후에야 비로소 그/그녀의 삶을 궁금해하고 관심갖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공감이 되었던 것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을 그가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업무 특성 상 사람들의 편견어린 시선을 받을 때가 있는데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생산이 있으면 폐기가 있는 것처럼 모든 것엔 양면성이 있고, 밝은 면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려진 면을 담당해야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러니 직업에 귀천을 두지 말고 둘 다 존중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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