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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 (수천 년 세계사의 흐름이 통째로 이해되는)의 표지 이미지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

김봉중 지음
빅피시 펴냄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정복자들에 의한 원주민들의 고통과 희생을 다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유럽 중심적인 해석에서 벗어나 쌍방적 교류로서 그 시대를 바라보는 것은 그들의 아픔을 감싸는 최소한의 태도일 것이다. (p.87)


과거에는 전쟁을 그저 전쟁으로만 바라보는 한심한 눈을 가지고 살았던 것 같다. 그저 “힘 있는 쪽이 힘없는 쪽을 누르기 위해 벌이는 무서운 짓” 정도가 전쟁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었던 것 같다. 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역사를 공부하면 할수록 전쟁이 벌어지게 된 계기, 전쟁의 진행 방향, 전쟁의 결과 등이 세계사가 흐르는 방향이었다가, 세계사 그 자체였다가, 세계사를 흔드는 손이었다를 반복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욱이 우리는 여전히 전쟁이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나라라고 본다면 전쟁의 흐름을 이해하지 않고는, 우리의 역사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다. 그만큼 전쟁은 세계사의 동맥 같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야 말로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는 앞서 출간되었던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의 후속작으로, 방대한 전쟁의 역사 중 18가지 큰 전쟁을 다루고 있다. 흥미로웠던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배운 것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돈과 권력', '인간의 추악함', '문명의 흐름', '종교의 탈' 등의 큰 주제로 전쟁을 풀어간다. (시대순 연표도 포함되어 있어, 헷갈릴 때마다 펼쳐보며 정리할 수 있다.)

이 전환이 내게 특별했던 까닭은, 전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사실 수십 년 시간의 흐름으로 역사를 배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전과 후에 맞춰진 '원인과 결과'에만 집중하며 전쟁을 바라봤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을 읽는 동안 나는 “왜”와 “어떻게”에 집중했다. 푸틴이 왜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는지, 노예제도를 두고 왜 미국이 반으로 갈려야 했는지, 제2차 세계대전은 어떻게 역사의 흐름을 바꾸게 되었는지, 수니파와 시아파는 어떻게 1400년간 싸우고 있는지 등에 집중하며 이 책을 읽다 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도 많이 볼 수 있었고, 오래도록 가지고 있던 인과의 역사도 조금 더 확실하게 보이더라. 사실 그동안 “역사를 공부할수록 역사가 어렵다”라고 말해왔지만,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을 통해 내가 그럼에도 역사에 한발씩 다가가고 있었음을 깨닫기도 했다.

빅피시의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는 다소 어렵다고 여길 수 있는 부분도 무척 풍성한 스토리와 자료를 함께 제시해주었기에 굵은 뼈대에 살을 붙여가는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사실 역사서나 인문학서가 '뼈'만 가지고 있어 재미없거나, 재미를 쫓다 '맥'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나.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는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완벽하게 지켜낸 책이란 생각이 든다. 전쟁이 세계의 역사와 경제의 판도를 가르는 묵직한 이야기 위에 영화 같은 서사들을 잘 버무려 이해와 재미를 동시에 얻는 기분이랄까.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를 마무리하며 문득, '인간의 민낯'처럼 사실은 가장 솔직하고 진실한 '역사의 민낯'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제야 문득, 빅피시의 인문학 시리즈가 왜 “최소한의”로 이름 붙어졌는지 알 것 같다. 이어질 한국사와 미국사를 기대해보며, “이것만큼은 알고 살아가는” 어른이 되자 다짐했다.
2024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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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익숙한 느낌이지만 낯선 책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그림책이라고 소개해야할지, 동화책이라고 소개해야할지, 사진집이나 작품집이라고 해야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꼭, 반드시, 제발 만나보라고 말하고 싶다. 간절한 마음으로 추천하는 책, 『유리잔 속의 숲』이다.

『유리잔 속의 숲』은 사진 위에 그림이 덧입혀진 형태의 책이다. 배열도 한쪽에는 글씨만 한쪽에는 사진만으로 편집되어 도록의 느낌이 강한데, 종이재질 역시 도록스러워서 『유리잔 속의 숲』을 읽는 내내 마치 작품집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후에 알았지만, 긴 시간을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한 작가의 이력을 바탕으로, 자연파괴가 영화나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현실임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형태로 작업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유리잔 속의 숲』은 그 어떤 소설이나 영화, 동화보다 진한 메시지로 다가왔다.

『유리잔 속의 숲』은 ‘나’가 오래전 할머니가 남겨놓은 씨앗하나를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할머니가 남긴 씨앗을 싹틔우고 싶다는 아이에게 엄마는 비현실적인 일이라며 연설을 늘어놓고, 아빠는 싹트지 않으면 상처만 받을거라고 걱정을 한다. 이때 우리 아이는 “왜 싹을 못 틔워?”라며 의아해했고,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이에게 더 이상 생명을 틔울 수 없다고 말해야 하는 세상이 올까봐 무서워졌던 것. 『유리잔 속의 숲』에는 이미 겨울이 사라지고 없었다. 11월이라기엔 너무 더운 날씨, ‘나’는 가만히 씨앗을 들여다보다가 그 안에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유리잔 속의 숲』으로 들어가게 된 아이는 그 곳에서 봄도, 여름도, 가을도, 사라져버린 겨울도 만나게 된다. 우리는 당연하게 지나온 겨울이지만, 『유리잔 속의 숲』에서는 이미 차갑게 등을 돌린 상태. 이 페이지를 읽을 때부터는 이미 더 이상 『유리잔 속의 숲』이 책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가 만나게 될지도 모를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며 두려움이 다가왔고, 우리가 이미 잃어버린 것들과 점점 잃어버리게 될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때 아이도 “엄마, 이거 지구과학관에서 본 ‘지구의 5도’처럼 겨울이 사라진거야”라며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더라. 아이의 표정을 바라보며, 우리의 숲이 절대 『유리잔 속의 숲』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다짐과, 걱정이 뒤섞인 마음이 되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잃어버린 수많은 생명들을 생각해본다. 이미 수많은 생명들이 책에서만, 사료 속에서만 존재하게 되었고, 또 수많은 생명들이 멸종위기 딱지를 붙이고 간신히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생명들을 잃어가게 될지,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잃어야 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 다음 순서가 우리라는 것도.

우리가 만난 책, 『유리잔 속의 숲』이 영원히 ‘책 속 이야기’로 남으려면 오늘을 조금 더 책임감있게 살아야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을 두려워 해야하고, 감사하면서. 우리가 빌려쓰고 있는 것임을 자각하면서.

그래서 나는 『유리잔 속의 숲』을 우리 모두가 만나보면 좋겠다.

유리잔 속의 숲

이자벨 리크 지음
이마주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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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이 가득한 그림책, 『누가 먼저 목욕탕』을 소개한다.

제제의 숲의 신간 신간그림책- 제제의숲 누가먼저목욕탕은 우리가 일상속에서 흔히 접하는 목욕탕을 재미있고 즐거운 장소로 바꾸어 줌으로써, 아이들이 목욕탕을 더욱 좋아하고 즐거워할 수 있도록 전환시켜주는 묘미가 있는 그림책.

『누가 먼저 목욕탕』은 장난꾸러기 남자아이 셋이 목욕탕으로 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이들은 먼저 옷 벗기, 먼저 물적시기, 먼저 거품내기, 먼저 헹구기, 냉탕에서 오래버티기, 누가 먼저 몸 닦기 등의 경쟁을 하며 익살스럽게 목욕을 한다. 만약 씻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가 있다면 『누가 먼저 목욕탕』를 통해 목욕이 얼마나 재미있고 즐거운 것인지를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우리집에는 목욕을 좋아하는 꼬마가 살고 있어서, 그런 자극은 필요없었지만, 일상도 즐거운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주어 반갑고 재치있게 느껴졌다. 종종 아이가 무엇인가 일상의 행동들을 하기 싫어하는 날, 이렇게 『누가 먼저 목욕탕』처럼 재미있는 게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누가 먼저 목욕탕』의 일러스트도 어찌나 익살이 넘치는지! 아이들의 표정이나 장난, 배경 모두 웃음을 줄 수 있는 요소가 가득하다고 느껴졌다. 또 하나의 웃음포인트는 아이들의 경쟁을 어떤 할아버지가 알고 있었다는 것! 이 할아버지는 아이들과 묘한 경쟁을 함께 하는 등의 재미를 더해주었는데, 마지막에 정체가 바뀌며 또 한번의 반전재미를 주더라. 우리 아이도 “우리 집에도 혹시 이렇게 누가 숨어있는거 아니야?”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이렇듯 『누가 먼저 목욕탕』은 아이와의 일상을 재미로 바꾸어주고, 사소한 것에서도 재미를 찾는 묘미를 알려준다. 만약 일상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과 읽는다면 생각의 전환을 가지고 올 수 있을 듯하다.

또한 『누가 먼저 목욕탕』의 뒷 표지에는 목욕탕에서 지켜야 할 안전수칙과 예절을 다루고 있기에, 목욕탕이나 수영장 등을 갈 때 아이들에게 학습차원에서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일상을 즐겁게 만들어줄 수 있는 그림책, 『누가 먼저 목욕탕』이었다.

누가 먼저 목욕탕

배은영 지음
제제의숲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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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소개했던 『우리 숲을 살린 과학자 현신규』를 기억하는가. 일본으로 인해 헐벗었던 한반도를 푸르게 만든 과학자의 이야기였다. 그때 시드볼트에 대해 잠시 거론했는데, 오늘은 세계 최대의 씨앗은행, '밀레니엄 시드뱅크'가 있는 영국의 큥황립식물원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식물원에서 온 초대장』은 영국의 큐왕립식물원을 여기저기 만나볼 수 있는 그림책.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와 식물에 대한 지식, 큐왕립식물원을 직접 보며 설명을 듣는 것같은 재미까지 만날 수 있는 그림책이니 꼭 한 번 만나볼 것.

귀여운 VIP초대장을 받고 『식물원에서 온 초대장』안으로 입장해본다. 식물원의 매표소부터 식물원 관람순서 안내판까지 정말 큐왕립식물원에 온 것같은 느낌을 안고 설렘을 채워 책을 펼쳤다. 첫장에서는 정원과 산책로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 알록달록 예쁜 꽃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또 수분이 무엇인지, 정원사가 주고 있는 퇴비가 식물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배울 수 있어, 한창 꽃을 심고 나무를 심는 지금 아이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채워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식물원에서 온 초대장』의 진짜 매력은 책장을 넘길수록 더해진다. 유리온실 페이지를 보며 글씨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양쪽 페이지가 모두 양쪽으로 펼쳐지며 온대식물온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즐겁고 신날텐데, 안에 담긴 내용도 무척이나 풍성하여 엄마도 아이도 마치 진짜 식물원에 와있는 듯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식물도 있고, 흔히 볼 수 없는 식물도 있어서 더욱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어 좋았다. 이렇게 쫙 펼쳐지는 페이지가 계속 이어지는데, 그 확장감이 주는 몰입도가 무척 커서, 아이들이 자칫 어려워할 수 있는 식물에 대한 이야기에 끊임없이 집중하도록 돕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도 열대식물 양묘장, 번식, 식충식물, 퇴비 등에 대해 무척이나 다양하게 다루고 있어서 정말 식물에 대해, 식물원에 대해 다양한 각도의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 아이가 가장 흥미로워했던 페이지는 보호풀밭. 처음에는 이름이 낯설게 느껴졌는데, 가지각색의 야생식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이 곳에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야행식물과 동물 등을 보며 생태계에 대해 또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우리가족이 좋아하는 수목원, 어린이정원 등 큐왕립식물원의 이곳저곳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 좋았다. 더불어 『식물원에서 온 초대장』의 일러스트가 전체적으로 색감도 따뜻하고 부드러워 보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이가 『식물원에서 온 초대장』를 읽으며 “엄마,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가 웃고 있어요. 역시 자연에 가까이 살아야 행복한가봐.”라고 말해 엄마를 놀라게 하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아이의 말대로 자연에 가까이 살며, 더 행복한 사람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아이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기를 기도했다.

식물원에서 온 초대장

샬럿 길랭 지음
마음이음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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