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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오면 우리는

정보라 지음
현대문학 펴냄

내가 사라지면 여자를 기억하는 사람이 남지 않을 것이다. 여자의 마지막 순간을, 여자가 존재하고 사랑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했다는 사실을, 아이들과 함께 지냈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 버려진 분수대가 있는, 물 냄새가 나는 공원을 헤매다녔다는 사실을 세상 그누구도 알지 못하고 상관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울고 싶었다. 그러나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인간이 아니게 된 후로 나는 눈물을 흘리지 못했다. 나는 빌리가 질문했던 인간의 조건을 생각했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액체가 몸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인간의 조건인지도 모른다. 눈물, 땀, 피. 혹은 진물이나 오물.
나에게는 없다. 피도 눈물도 땀도 체온도. 생명도.
여자는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여자는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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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50만 원으로 8억 만드는 배당머신

평온 외 1명 지음
이나우스북스 펴냄

읽었어요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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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기억을 잃지 않았다면 나는 어떤 인간이었을까?"
"기억을 잃지 않은 사람도 같은 생각을 해."
나는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린을 바라본다.
"다시 말해서 다들 과거를 돌아보며 생각하는 거지. 만약에 다른 집에서 태어났다면, 만약에 다른 직업을 택했다면, 같은 생각들. 하지만 생각해 본들 하는 수 없어. 우린 단 하나의 과거밖에 택할 수 없었고, 단 하나의 현재만을 살아갈 수가 있어. 지금의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 오직 현재만이 존재할 뿐."

"어째서 나만 나무라는 거지? 갓난아기인 채로 변하지 않는 인간이 있어? 게다가 원래 난 이런 인간이었을지도 몰라. 어쨌든 난 내가 누군지 알고 싶어."
"그런 건 몰라. 당신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몰라. 자신이 누구인지 계속 생각하다가 사람은 평생을 끝마쳐. 그저 현재를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나와 달리 과거가 있어."
"그런 건 없는 편이 더 행복한 걸. 과거 따윈 돌이켜보지 않는 게 좋은데도 돌이켜보곤 해. 미래 따윈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데도 두려워해. 지금 당신이라면 이 의미를 알기 시작했을거야."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황금가지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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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황금가지 펴냄

읽었어요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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