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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박찬국 외 15명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펴냄

서울 리뷰 오브 북스 2024 봄 
 
우연한 기회에 서울 리브 오브 북스 13호를 접하게 되었다. 
계간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책이다. 
 
그동안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서평을 많이 접해왔지만 이 책 만큼 객관적이고 수준 높은 서평 책은 처음 접한다. 
 
2024 봄 호는  4월 선거를 앞 둔 시점에서 특집 리뷰로 다루었던 '민주주의와 선거' 편의 다양한 리뷰를 통해 민주주의의 개념과 선거의 역사에 관해 제대로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서평이 책의 좋은 점 만을 부각 시킨 반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서평은 책의 강점 뿐만 아니라 자료에 대한 오류 부분과 비평을 디테일하게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면 베스트셀러 1위의 철학서인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강용수 지음)'의 경우 저자가 기술한 책의 내용 중에 기본적인 사실 관계가 잘못된 여러 부분을 지적하고 있는데 리뷰를 읽는 동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베스트셀러로 이름 올린 책에도 이렇게 많은 오류가 있었는데 독자들은 인지하지 못하고 책의 내용을 그대로 흡수했다는 사실에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굉장히 충격이었다. 
 
책에서 다루는 다양한 책을 통해 읽지 않은 책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읽어 본 책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민주주의에 반대한다(제이슨 브레넌 지음)'에서는 민주주의가 때로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데도 우리가 민주주의를 수립하고 유지할 이유는 무엇인가? 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이었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판단할 때는 무력한 존재였던 유권자가 민주주의의 폐해를 주장할 때는 권력자가 되어 있다는 지적도 고민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책에는 특집 리뷰를 비롯해 이마고 문디(이미지로 읽는 세계), 디자인 리뷰 등 다양한 챕터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전문가들의 솔직하고 전문적인 리뷰를 접하면서 앞으로 책을 읽으면서 어떠한 시각으로 읽고 어떠한 고민을 끌어내어야 하는 지에 관한 팁도 얻게 되었다. 
 
무엇보다 독서에 관한 방향성과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 지에 관해서도 고민하는 시간이었고, 나의 그동안의 독서와 관련한 리뷰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한 시간이었다. 
 
 '서울의 봄' 영화에 관한 리뷰도 있었는데 리뷰를 읽고 나니 영화를 보았던 시각에도 변화를 가져다 준다.
감독은 전두환과 외적 동일함이 동떨어진 황정민 배우를 왜 캐스팅 하였는지? 의문이 있었는데,
내면의 싱크로율을 만들어낼 배우로 황정민만 한 사람이 없다 판단했기 때문이었다는 리뷰어의 글귀를 보며 나 또한 공감하게 된다. 
 
영화에서 관람객에게 던지고자 했던 두 가지의 키워드 '내전' 과 '정보'에 관한 리뷰를 읽다 보니 보았던 영화에 관한 해석이 달라지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리뷰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인지한다.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 중동경제 3.0' 등의  리뷰에서는 석유 이후의 걸프 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국제 질서의 핵심으로 등장한 석유의 역사와 산유국 경제를 탈피하려는 걸프 국가들의 몸부림을 거쳐 산유국 경제 탈피의 장애물까지 다양하게 다루며 그동안 석유 산유국은 부강국의 상징으로만 알고 있었던 걸프 국가들의 미래에 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걸프 시장은 앞으로의 전망이 밝지 않다. 세계사의 빠른 흐름과 변화로 자칫 매장되어 있는 석유를 캐보지도 못하고 석유 시대 종말을 맞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미처 생각해 보지 않은 보편적인 독자들에게는 충격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세계 어디에서도 석유 시장 만큼 역동적인 시장을 찾을 수 없는 만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걸프 시장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공략할 필요가 있다는 서평에 많은 공감이 되기도 했다. 
 
책의 말미에 전국의 동네책방 책방지기들이 소개하는 '지금 읽고 있습니다' 코너를 통해 책방지기들이 소개하는 책의 내용들을 볼 수 있어 작은 페이지의 활용이었지만 굉장히 유용했다. 
 
신간 책꽂이에서 소개하는 책을 보며 다음에 읽어볼 책을 고르는 시간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으며, 좋은 책들을 유능한 전문 서평가의 리뷰로 읽어보는 시간은 몰입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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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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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학박사  최경희님의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6 게시물 이미지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6

시대의 변화로 사라지는 것 들 중에서 다시 성장하는 이야기~

이 책은 '소멸'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일본 사회와 소비 시장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동시에 그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기업들의 움직임을 통해 전략적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고민하게 한다.

이 책의 아젠다는 양극화, 탈세대, 지방 소멸, 1인 가구, 인구 감소다.
이렇게 놓고 보면 이러한 문제는 곧 대한민국이 마주한 현실이자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고물가 저성장 속에서 사람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현상은 지출을 하더라도 가격이 저렴한 것이 아니라 가성비 높은 제품, 가치가 있는 것에 투자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동시에 명품 브랜드의 매출은 꾸준히 상승 중이다. 바로 소비의 양극화가 진행 중인 것이다.

이제 소비는 단순 구매가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시대가 되었다. 가격보다 상품의 가치와 의미에 더 관심을 가진 소비층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저가 아니면 고가의 소비시장의 양극화로 중산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책을 통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일본의 변화에 나도 모르게 점점 빠져들었다.

다이소, 100엔샵으로 주가를 올리던 일본은 300엔 숍으로 갈아탔다.
소비자 입장에서 특정 없는 천원 짜리 물건보다 기능성이 높은 3천 원짜리 물건이 가치 있다고 느끼면서 '쓰리 코인즈' 같은 300엔 숍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장기적인 저 성장과 실질 소득의 감소, 불확실한 경기 흐름 속에서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전략은 가격 인하가 아니라 가성비를 넘어선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다. 

또한 오랫동안 마케팅의 기본 공식으로 여겨진 20대를 위한~ 40대 여성을 위한 같은 연령별 세그멘테이션(시장 세분화)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취향과 행동 패턴이 세대의 경계를 넘어 혼합되고 있으며, 연령별 차이가 점차 흐려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되는 일본 시장에서는 이 변화를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보고 한정된 인구 속에서 더 많은 시장 기회를 창출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제는 나이 보다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어떤 가치관을 지향하는가' '어떤 경험에 반응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기업들은 새로운 전략을 탐구하고 있다.

지방 소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관계 인구에 대한 공략도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사용하고 있다.
한 달 살기, 1년 살기 외에도 특정 지역과 지속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맺는 사람들에 대한 수요에 대해 전략적인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인구 약 1천 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에 생긴 '미라이 편의점'의 사례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오픈 1년 반 만에 누적 방문객 수 4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이름 없는 산을 브랜딩한 '야마프 앱' 서비스도 놀라운 사례다. 등산 앱으로 지정된 산이나 휴게소에 도달하면 GPS로 디지털 배지를 수집할 수 있고, 이를 3개 모으면 오리지널 손수건을 받을 수 있는 '야마프 캠페인'과 같은 사례는 우리나라의 지자체에서도 밴치마킹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급증하는 시니어 1인 가구를 위한 셰어하우스, 고령자만을 위한 부동산 R65와 1인 가구를 위한 유언신탁도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전략이다.

특히 사라지는 서점 산업에 대해 빠르게 대처하는 일본의 다양한 사례가 부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중산층의 축소, 세대의 해체, 인구 감소
사라짐을 끝이 아닌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는 일본의 다양한 시도들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시작점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도쿄트렌드인사이트2026 #원앤원북스 #북스타그램 #도쿄트렌드인사이트 #책추천 #책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 #독서모임 #일본 #인구소멸 #중산층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6

정희선 지음
원앤원북스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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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학박사  최경희님의 로컬 오딧세이 게시물 이미지
로컬 오딧세이 
 
한 끼에 담아낸 지속 가능성의 여정 
 
이 책은 '오딧세이'라는 제목이 상징하듯 책을 읽는 동안 낯선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넘어, '지금 현재 내가 서 있는 곳'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재발견하는 내면의 긴 여정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매번 감동 받았던 순간은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작가의 생각을 드러내는 지점이었다. 
재료에 대한 경의와 멋 부리지 않은 소박한 아름다움의 추구, 음식과 지역과 자연에 대한 생각이 밑 바닥에 깔린 구조 속에서 잃어버린 지역의 고유한 가치와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깊이 있게 탐구하려는 노력!
글쓴이의 그러한 노력이 독자들에게 글로 전해지는 순간  감동과 함께  자신에 대한 반성의 시간으로 이어지는 것은 나 만의 경험이었을까?  
 
나는 이 책을 추석 연휴 12일 간 여행을 떠나면서 챙겨갔다.
여행의 빡빡한 일정 속에 이 책을 읽을 시간이 있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여행의 순간 숙소, 기차 안, 비행 중, 틈틈이 시간이 날 때 이 책을 펼쳤을 때 내가 그 어느 때 보다 몰입해서 이 책에 빠져있었는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 마음의 허기, 음식이 사라진 후에도 그 순간을 애타게 붙들고 싶어지는 간절한 감정" 
 
"내가 먹은 것이 무엇인지, 나를 둘러싼 환경에 조금 더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음식을 선택하고 싶은......" 
 
책을 읽기 전 도입부에서 읽었던 작가의 이 글귀는 책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였다.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음식을 대하는 작가의 여정을 이해하게 되면서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중앙 집중화된 사회 구조 속에서 잃어버린 지역의 고유한 가치를 떠올리게 한다.  로컬 비즈니스의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진지하게 논하고, 기억 속에서 지워져 가고 있었던 지역적 뿌리와 정신을 새롭게 조명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창의성과 공동체 정신을 발견하게 한다. 
 
책에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의 식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딧세이'의 이야기가 숱한 시련을 딛고 마침내 고향 '이타카'에 닿았듯, 독자들에게 미식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는 여정을 통해 각자의 '이타카'를 발견하도록 이끈다.

우리가 마주하는 한 끼의 식사가 단지 개인의 만족을 위한 소비 행위가 아니라, 환경을 지키고 지역 공동체를 지탱하는 작은 선택이자 실천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하고
음식에 대한 본질적인 가치와 책임감을 발견하기를 희망한다. 
 
미식과 요리 레시피, 로컬푸드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과는 달리 이 책이 담아내는 교훈은 실로 놀랍다,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로컬 식재료로 선보이는 흥미로운 현대 요리들은 그저 따라 해볼 만한 레시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획일화된 맛의 시대를 벗어나 다양성을 회복하고, 환경을 생각하며, 지역 생산자와 함께 지속 가능한 식탁을 차리려는 저자들의 실천적 제안이 담겨있었다.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을 식생활 속에서  풀어가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져  매일의 식탁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변화의 가능성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식재료에 대한 다양한 지식도 얻게 되었다. 
 
"일반 양돈에서는 출산 후 2주 후 새끼와 어미를 분리하지만, 자연 양돈에서는 출산 후 2개월 동안 새끼를 어미와 함께 지내게 하며 젖을 먹인다. 이러한 사육 방식은 돼지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면연력을 높여, 항생제 없이도 사육할 수 있다. 로컬 오딧세이에서 드물게 고기 요리를 코스에 포함할 때면 가능하면 자연 양돈 방식으로 사육한 돼지고기를 사용하고자 한다" 
 
기후 위기가 일상이 되고 식재료를 둘러싼 소비 편중이 심화되면서, 음식 생태계의 다양성은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위기 의식을 바탕으로, 우리의 식탁이 지구를 구할 수 있을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한국의 기장, 속초, 태안, 제주, 울릉도, 거문도 등 각 지역의 로컬 식재료를 탐험하고 그 가치를 재조명하는 방식으로 풀어낸다. 요리사, 음식탐험가, 음식 문헌 전문 번역가라는  세 저자의 협업은 이 여정에 깊이와 폭을 더한다. 
 
책을 통해 멸치, 말미잘, 군소와 같은 익숙하거나 낯선 식재료가 지역의 역사와 환경 속에서 어떻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지 발견하게 되고 식탁 위에 올라오는 음식에서 부터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이 수정되어야 함을 깊이 반성한다. 
 
#부드러운독재자 #로컬오딧세이 #을유문화사 #아워플래닛 #김태윤 #장민영 #황종욱 #한국인의밥상 #요리 #레시피 #쉐프 #요리연구가 #지속가능성 #기장 #제주 #태안 #속초 #울릉도 #거문도 #책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독서모임

로컬 오딧세이

황종욱 외 2명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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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학박사  최경희님의 우리가 기댄 모든 것 게시물 이미지
우리가 기댄 모든 것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중독에 관한 이야기다. 더 세밀하게 들어가면 '의존증'에 관한 이야기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놀랐다. 
 
우리나라와 문화적 차이가 있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그래도 사회적으로 의사와 교수의 위치에 있는 두 저자가 본인의 이야기를 이렇게 솔직하게 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러한 본인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녹아있어 독자들은 그들의 이야기에 더 공감하고 그 심각성과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나름의 생각으로 문제점을 진단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일본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의존증 치료 권위자인 마쓰모토 도시히코와 술을 끊지 못하는 문학 연구자 요코미치 마코토가 편지 형식으로 나눈 대화집이다. 
 
두 저자는 담배 의존증과 술 의존증을 가진 중독자로 '중독'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지극히 솔직하고 인간적인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들은 편지 형식의 대화를 통해 단순히 '끊어야 할 병'으로만, 치부 되던 의존증을 우리가 사는 사회와 인간관계, 고통의 문제로 확장해 바라보게 한다. 
 
두 저자는 의사와 환자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적 관계를 넘어, 자신들 과거의 부끄러울 수 있는 트라우마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중독에 얽힌 '진짜 이야기'를 전한다.
담배를 끊지 못하는 정신과 의사와 알코올, 절도, 성 등 다양한 중독 편력을 가진 문학 연구자의 대화는 그 자체로 편견과 낙인을 허무는 용기 있는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그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가감 없이 자신을 드러내며 사회의 불편한 주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을까? 
 
솔직히 알코올, 성, 절도 등 다양한 중독 편력을 가진 사람을 우리나라 교육계에서는
학자로 인정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특히, 마쓰모토 도시히코가 중독의 본질을 '쾌락 추구'가 아닌 '고통 경감'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놀랍기도 하고 신선한 지적이었다.
이러한 관점을 통해 우리에게 중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촉구한다.
고통을 견디기 힘들어 무언가에 기대는 인간의 나약함과 필연성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이 시각은, 중독자를 단순히 '의지 박약'으로 비난하는 세상의 목소리와 확연히 대비된다. 
 
책은 중독 자체를 완전히 근절하기보다는 그로 인한 2차적 폐해를 줄이는 '위해성 감소'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당장의 완벽한 단절이 불가능한 현실적인 중독자들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서 비롯된 실질적인 회복의 메시지다.
술, 담배, 마약 같은 전통적인 대상뿐만 아니라 게임, 쇼핑, SNS, 숏폼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의 일상 구석구석을 파고든 '끊을 수 없는 것'을 임상적, 사회적, 철학적 맥락 속에서 다루며 독자들의 공감대를 넓힌다. 
 
궁극적으로 저자들이 말하는 회복의 핵심은 '연결'이다.
의존증은 고독과 소외의 산물이며,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 혼자가 아님'을 알고 사람들과 연결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한다.
사회적 관계와 단절된 고독한 존재가 중독에 빠지기 쉽다는 '쥐 실험' 등의 예시를 통해, 중독의 문제를 개인의 병리 현상에만 국한 하지 않고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게 한다. 
 
이 책은 중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책이다.
의존증을 병리적인 낙인 대신, 인간의 삶과 관계의 어려움을 비추는 정직한 거울로 제시하며, 깊은 공감과 함께 새로운 사유의 길을 열어준다.
중독은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고독한 현대인이 기댈 곳을 찾아 헤매는 보편적인 몸부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인간적인 대화록이다.
중독으로 고통받는 이들뿐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고 돕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독을 권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나약함에 기댈 수 있는 따뜻한 연대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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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댄 모든 것

마쓰모토 도시히코 외 1명 지음
김영사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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