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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타인의 죽음을 공유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다. 육신의 얼굴은 타인의 손으로 근육을 주물러 표정을 바꿀 수 있지만 그 안의 존재가 무엇을 느끼는지는 확인할 수도 바꿀 수도 없다. 고통을 느낄 육신을 잃어버리고 할머니가 자유로워졌을지, 고통을 치유할 신체를 영원히 잃고 단지 그 고통만이 영속되는지, 종교나 무속에 의지하지 않고 경험적 사실로서 확인할 방법은 없다. 할머니의 피와 살로서, 나는 그 절대적 단절이 너무나 억울했다.
철학자들은 여기에 관하여 여러 가지 책을 썼다. 도서관의 서가에는 그런 책들이 끝없이 늘어서 있다. 나는 단지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을 뿐이었다.
그런 단절의 밤에 나는 오래전 잊혀버린 언어로 기록된 누군가의 잃어버린 이야기들을 읽었다. 조각난 시간의 연대기를 한 단어씩 나의 언어로 바꾸었다.
죽음과 시간과 망각 앞에서도 어떤 이야기들은 살아남는다. 시간이 흐르면 죽어 잊힐 인간에게, 그것은 커다란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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