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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관찰의 기술

조 내버로 (지은이), 김수민 (옮긴이) 지음
리더스북 펴냄

나는 아직 젊고 어린 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그런 내게 있어서 중요한 일 중에는 내 자신을 성찰하고 내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있다. 그렇기에 책을 읽으며 나를 알아가고 다른이들의 말을 들으며 판단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 책은 달리 성찰을 위해서라기 보단 재밌어 보여서 집었으나 흔한 제스쳐가 많아 하나하나 알아가며 과거의 나를 돌아보았다.

10대 시절 선생님의 부탁에 친구를 데려가야 했는데 교실에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쉬는 시간도 끝나갈 무렵이라 막막해서 나도 모르게 볼을 부풀리고 서있었는데 지나가던 다른 친구가 "룰브레이커 삐졌다! 너 삐졌지?"하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감정도 제대도 몰라서 '아, 나는 삐지면 볼을 부풀리는 사람이구나.'하고 그것을 자제하기 시작했다. 책에 읽어보니 '의심이나 신중함, 깊은 생각'을 의미한다고 한다.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며 한동안 이 자제를 취하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고도 했다. 책이 훨씬 더 맞는듯 싶었다.

또 직장을 다닐 때 난 실수를 하고 흠씩 혼나면 나도 모르게 입술에 힘이 들어갔다. 사장님께선 '지금 혼났다고 티내고 시위하는 거니?'하며 어처구니 없어 하셨다. 고치려고 해도 고쳐지지가 않았다. 책에서 입술 꽉 다물기는 '온종일 부정적인 사건이나 불편한 생각, 걱정거리와 마주하면' 하게 된다고 한다. 사장님이 오해하신 짜증의 표시는 일반적으로 윗입술만 관여한다.

나는 실수해서 혼났다고 짜증내는 진상이 아니라 그냥 근심어린 사람이었다.(참고로 그 며칠 뒤 사장님은 인터넷 검색을 하신 후 짜증이 아니라 긴장이었음을 알아주셨으나 나는 그 행동을 고치려고 노력 중이다.)

그 외에도 타인을 생각해보면 우리 할머니는 식사하실 때 안 먹는 반찬을 툭툭 밀어내신다. 빈그릇은 다른 사람 근처까지 밀어두고 그 행동에 스트레스를 받는 구성원들도 있었다. 책에 보니 가장 개연성 높은 것은 '거리두기'이다. 어떤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이 있을 때 하는 무의식적인 행동.

할머니가 밀어냈던 반찬들은 대부분 질긴 것들이라 먹기 힘들거나, 낯선 것었다. 또한 빈그릇은 할머니가 시집 살이 하실 때부터 적게 먹으라 눈치 받았던 과거에서 이어진 행동 아닌가 싶었다.

그 외에도 재밌는 정보가 많았다. 앞으로 사람들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얻은 지식들로 더 잘 분위기를 풀고 내 행동도 교정하는데 써야겠다.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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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전공했고 법조인을 꿈꾸며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나름 생각을 해왔다. 내가 해온 생각들 중 하나는 법의 속도였다. 법은 사건보다 앞서지 못한다. 아픈 일이 있고 법이 생기기에, 이를테면 인터넷이 있기 전 인터넷에 관련된 법이 생길 수 없다. 그러다보니 그 공백기간 동안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고 그것은 이곳저곳에서 불만을 끌고 오기 좋은 특징이었다.

혼자 걷는 걸 좋아해 이곳저곳을 걸으며 추상적으로 그것을 열심히 이리저리 굴리며 고민했다. 늘 그렇듯이 난 생각만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틀렸음을 내 첫 직장에서 깨달았다.

첫 직장에서 나는 뼈가 부러졌다. 상당히 아팠는데 바로 서빙을 해야했고, 브레이크 타임에서야 겨우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골절임을 알 수 있었다. 분명 산재처리로 이어질 일이었으나 나는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럴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구구절절한 사연은 접어두고 그 때 느꼈다. 법이 아무리 느리다고 한들 현실 속에선 그 속도조차 놓치는 일이 많다는 것을.

내가 만약 법조인이 된다면 법의 속도를 높이기 전에 이미 있는 법을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함을 깨달았다. 새로운 법도 중요하지만 우선 사회가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게 더 중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추상적인 목표에 현실성을 어떻게 입힐 수 있을까 역시 생각을 시작했다. 그냥 뭘 능동적으로 하기보단 여유가 있을 때 틈틈히 머릿속에서 굴리는 수준이었다.

이 순간 그 실마리를 이 책에서 구한 것 같다.

베이즈 정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어느 과학 교양서적이었다. 한 세달인가 네달 전쯤에 읽었는데 아쉽게도 당장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베이즈 정리로 학생들에게 아무 회사의 회계장부를 분석하라는 과제를 주는 교수가 있는데, 그 강의에서 꽤 많은 비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대체 무엇이기에 그런 게 가능한 수학이 존재하나 궁금했고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아주아주 기초적인 원리는 이렇다. 당신의 등 뒤에 당구대가 있다. 당신은 거기에 당구공 하나가 왼쪽에 놓여 있다는 사실만을 안다. 그리고 당신의 조수가 두번째 공을 그 위에서 굴리고 원래 있던 공과 두번째 공이 충돌했다. 당신은 공이 부딫히는 소리를 못 듣고, 뒤돌아 공의 위치를 볼 수도 없다.

처음 놓여 있던 공이 어디에 있을지 알 수 있는가?

우리는 평소 당구를 즐기며 자연히 체득한 사실로 왼쪽에 있었다가 충돌했으니 오른쪽에 있지 않을까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그렇다고 한다. 이제 더 많은 충돌을 하고 복잡해지는데 내 지능이 높지 않아 복잡한 것은 생략.

그 간단한 추리로 시작된 것이 베이즈 정리이다. 이것은 내가 사랑하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인 이미테이션게임의 실제 역사 속에서도 활용됐고, 현재 의학, 유전학, 보험, 경제학 등 다방면에서도 쓰인다고 한다. 수학과 직감이 섞인 듯한 이것은 많은 이들에게 의심어린 시선을 받지만 상당히 매력적이다.

다만 법학에서는 실용화되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에 새로운 무언가. 이를테면 인공지능사업에 새 분야가 생긴다면 당장 법원에서 판례를 쓸 때는 활용하기 조심스럽더라도 사전입법...정말 위험한 발언인데 사전입법은 거창하고 사전위험도평가 같은 거엔 쓸모있지 않을까.

어쨌든 나는 법률연구원이 되고 싶으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겠다.

음...중간에 흐름이 꼬였는데 그냥 생각 기록용이니까 냅둬야지

불멸의 이론

샤론 버치 맥그레인 지음
휴먼사이언스 펴냄

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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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룰브레이커님의 파인만 이야기 게시물 이미지
내가 한 가지의 학문을 깊게 공부하고 싶다고 느낀 것은 뇌과학자 정재승 박사님을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본 뒤였다. 달리 권위 같은 것을 쓰지 않고도 깊은 지혜와 풍부한 지식으로 누군가의 잘못된 생각을 고쳐주는 모습에서 학문의 힘을 느꼈다. 또한 한 학문의 최고의 위치에 있는 지식인으로써 다른이들을 도와야된다는 의무감을 본 것 같다.

어릴 적 어떤 어른을 원했다. 어린 내가 생각하기에 부당한 환경에서 정말 멋지고 훌륭한 어른이 도움을 주고 지혜를 나눠주면 현실의 고통을 이겨내기 쉬울 것 같았다. 살아보니 실제로 사람은 자신의 인생에서 정말 좋은 어른 한 명으로 인하여 인생의 격이 달라짐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었고 실제로 얕은 지식으로 나마 누군가를 돕기도 하고 존경을 받기도 했다.

아직도 철 없을 정도로 젊고 어린 나이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내가 어린 시절엔 이미 숱하게 많은 좋은 어른들이 스쳐 지나갔다는 사실을. 당장 학원 다닐 돈을 주거나, 친구문제를 해결해준다거나 하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들은 내게 필요한 최소한의 조언을 주었고, 내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며 그에 필요한 자기계발을 할 기회를 주었고, 필요하기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 내게 주어진 고통을 스스로 견디겠끔 지켜보는 것도, 과하게 모든 걸 해주지 않는 것도 어른의 역할임을 조금이나마 안다.

오늘 읽은 책의 주인공 파인만은 거장이고 그러한 멋진 어른 아닌가 싶다. 그는 물리학의 거장으로써 많은 물리학자들을 양성하기 위해 교육에 힘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즐거움도 잃지 않았다.

한 분야의 최고가 된 사람들이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비전을 이야기하면 과연 진심일까 의심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 정도로 실력을 갖추면 그들의 작업 하나로 때론 전세계인이 영향을 받고 수만명이 죽고 세계가 변화한다는 것이 이 책을 읽고 느껴졌다. 그게 무거운 짐이기도 하겠지만 그 덕에 세상이 유지되는 것 아닐까. 내가 계속해서 공부를 이어나가 어느 수준에 이른다면 정말 신중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인만 이야기

해리 러바인 3세 지음
명진출판사 펴냄

👍 불안할 때 추천!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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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룰브레이커님의 삼국지 2 게시물 이미지
뛰어난 리더의 덕목 중에는 쇼맨쉽showmanship이 있다고 종종 생각한다. 남들과 다른 언행과 창의적인 발상, 모두의 이목을 끌어내는 것.

그것이 뛰어난 사람 중엔 애플의 역사 스티브 잡스가 있다. 종종 유투브를 통해 접하게 되는 그의 모습 중엔 데이터 저장의 최고라며 서류봉투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사람들이 빵 웃음을 터뜨리자 그 서류봉투 안에서 얇고도 매끈한 디자인의 탭이 나온다. 그 의도적인 장면 연출에 허를 찔려 나 역시 뒷통수를 얻어맞은듯 감탄했다.

그 외로는 우사인볼트의 쇼맨쉽도 감탄스러웠다. 물론 세계 최고라는 그의 경이로운 실력도 대단하지만 세계인이 모인 무대에서 그 실력에 힘입어 멋진 포즈를 취하며 시원하게 웃는 우사인 볼트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유쾌한 호감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여기에 또다른 쇼맨쉽을 가진 조조가 있다. 조조는 사진 속 그림의 장면에서 머리털을 자르기 전 추 부인과 잠자리를 가지다가 방심하여 습격당하고, 아들과 조카를 잃는다. 분명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조의 방탕한 행동과 연쇄작용으로 입은 피해에 부정적인 감정을 얻었을 것이다. 이렇게 명예가 흔들릴 때 회복할 수 있는 방법 중에는 쇼맨쉽이 있다.

조조가 군사들을 이끌고 길을 지나갈 때, 농촌에선 한참 곡식이 자라나고 있었는데 농민들이 열심히 기른 곡식들이 밟혀 피해를 입을까 전전긍긍 했다. 이에 조조는 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그 누구라도 밀을 밟으면 말은 물론이고 사람도 죽이겠다는 엄포를 놓아 농민들을 안심시킨다.

근데 조조가 밟았다.

의도한 것은 아니고 실수였다. 조조가 타고 있던 말이 비둘기에 놀라 우왕좌왕하다 그리 된 것이다. 여기서 조조가 스스로를 처벌하지 않으면 안 그래도 손상되어 있던 명예가 더 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도 벌을 주어야 한다고 검을 들었고 장수들이 말리자 자신의 목을 치는 대신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으로 대신한다.

당장 조조의 뜻을 따르는 장수들이 죽기를 내버려둘 리도 없거니와 비록 그 시절 머리카락의 의미가 귀한 것이라 한들 조조는 머리카락을 버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다. 나는 이 것이 아주 시기적절한 쇼맨쉽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단순히 수치스럽게 끝났을 일을 이렇게 기회로 삼는 면은 언제나 감탄스럽다.

삼국지 2

나관중 지음
현암사 펴냄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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