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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했으면 (강혜정 에세이)의 표지 이미지

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했으면

강혜정 지음
달 펴냄

이게 맞는 답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부터 이걸 믿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보다 못난 녀석이 세상을 휘젓고 다니며 존재감을 드러낼 때 나는 분명 분노했다. '내가 녀석보다 훨씬 잘할 수 있는데.' 그 시기와 오기는 곧 준비하는 자의 기쁨이 되어주었고 기회는 반드시 찾아왔다. 자신감도 있었고 잃을 것도 없었다.

또 한 번의 총성이 울린다면 나는 완주해낼 수 있을까.
어쩌면 스타트라인에 서 있을 용기가 있을지조차 모르겠다. (p.33~35, 스타트라인)


사람의 삶이란 참으로 신기하다. 세상에 있는지도 몰랐던 책에 이토록 심취할 수 있고, 출연작을 두 개도 겨우 말할 만큼 관심도 없던 배우의 연기에 몰입하여 수많은 작품을 찾아보느라 시간을 보내는 것. 이런 변수들 덕분에 사람의 삶은 참으로 신기하고, 또 즐겁고, 살 만하다.

사실 나는 강혜정 배우의 대표작을 몇 개 알지 못했다. 그마저도 인상적인 장면, 옥수수 팝콘이 터질 때 미친 듯 맑은 눈빛과, 시커먼 옷을 입고 벽에 기대어선 장면 등의 '사진' 같은 모습을 기억할 뿐 강렬히 남아있는 대사하나 없었다. 그런 내가 우연히 『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했으면』이라는 제목에 심취하여 작가를 찾아보고, 그의 다른 작품까지 찾아보는 아이러니라니. 하지만 분명, 『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했으면』에는 굵직한 무엇인가가 여기저기 남아있다. 문장에 도장이라도 찍듯 선명하고 짙은 무엇인가가 말이다.

사실 스산한 표지에 『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했으면』은 그저 희망 사항인가 반어법인가 생각하기도 했다. 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하면, 얼마나 즐거운 상태의 사람이겠으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생각했던 것. 초반 몇 장을 읽으면서도 깊이 닿는 문장이 없었기에, 그저 작가의 유명세에 기대어, 겉멋으로 적어본 책인가 잠시 의심도 했다. 그러나 스스로의 원동력이 분노였음을 인지하는 순간이나, 자존감과 눈치가 반비례해 스스로 빈껍데기임을 느끼고, 그 안을 채워가는 과정을 읽으며 어쩌면 이 배우는 내가 알았던 그것 이상의 무엇인가를 가진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내 생각은 『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했으면』의 중반을 넘어섰을 때 확고해졌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다. 진실로 나를 받아들여 주는 자리에 반가운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 그것이 얼마간이 되든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살아가게 될 것이다. 떨어져 나갈 게 두려워 애쓰던 허울이 아닌 진짜 그 자신으로서 말이다.(p.93)”를 읽으며 과연 이 배우 안에는 어떤 깊이가 있나 궁금해졌다. 마흔이 되어서도 여전히 나는 관대하지 못하고 깊어지지 못하는데, 이 배우는 어떤 과정을 통해 이토록 깊어지고 자기 생각을 차곡히 정리해갈 수 있을까.

그녀는 책의 마지막 장에, 자주 보고 싶다는 말이 감사하고, 따뜻하고, 죄송하고, 짠하고, 쓸쓸하고, 다정하다고 기록해두었다. 나는 이 책이 그랬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헤맨다는 그녀의 글에서는 내가 가야 할 길을 만나기도 하고, 사실은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으니 마음대로 하라는 말에서 용기를 얻기도 한다. 그녀가 어느 문장을 더 깊이 눌러썼을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문장들은 마흔의 나에게 깊은 다짐이나 생각을 꾹꾹 눌러 담아줬다.
그리고 십 대 이십 대를 살아왔던 때처럼- 그래, 그때처럼 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하게 살아야지-
2024년 6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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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른다고 덮어놓고 옅어지는 슬픔은 없다. 슬픔을 넘어 아쉬움, 후회, 회한이 버무려진 그리움이 경련처럼 인다. (p.169)

아무리 지워도 끝끝내 지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오랫동안 마주할 수도, 말로 할수도 없었던 시절을 이제 글로 쓴다. 더는 소리 내어 울지 않는다. 눈물을 꾹 참고 한자 한자 꾹꾹 눌러쓴다. 마침내 쓰고 만다. (p.149)


강소영 작가의 『사랑이라는 시절』은 그녀의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다. 어쩌면 작가 자신에게도 ‘조연’인 순간들이 있었을 부모님이지만, 그녀의 부모님이 우리에게도 ‘주연’이 되는 것은 우리에게도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태워 자식을 비추는 사람들. 나는 그녀의 부모님을 읽으며 내 부모님을 읽었고, 내 부모님을 떠올렸다. 그렇게 강소영 작가의 『사랑이라는 시절』이 결국 나의 『사랑이라는 시절』이 되었다.

나 자신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이 많은데, 어찌 부모라고 다 좋기만 할까. 하지만 우리는 우리만 생각하느라 부모의 속을 미처 알지 못했다. 지금의 우리보다 더 어린 시절 부모가 된 그들을 당연히 ‘어른’이라고, 당연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온 것 같다. 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습을 곱씹으며, 어린 시절에는 몰랐던 깨달음을 해가는 작가의 모습에서 마흔이 넘어서도 여전히 어린 애처럼 부모의 깊은 사랑을 다 헤아리지 못하는 나를 보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제야 엄마에게 더 마음에 드는 딸이 되고자 노력한다는 문장은, 나를 엉엉 울게 했다.

분명 세상의 모든 가족은 저마다의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시절』이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던 것은, 우리에게도 늘 바쁘게 일터를 누비며 간신히 버텨온 아버지와, 마음이 녹아난 눈가에서 눈물을 훔치며 우리를 키워온 어머니가 있기 때문이었다. 또 ‘잘생긴 갑천 씨’와 ‘다정한 혜옥 씨’로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바라보며, 조금 더 깊은 이해와, 독립된 인격으로서의 존중을 느낄 수 있었다.

돌아보니 나는 한 번도 부모님과 나를 독립된 인격으로 분리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원할 때만 “나도 이제 어른이야”라는 방어를 하며, 또 내가 원할 때는 한없이 엉덩이를 뭉개 그들의 그늘에서 살면서 말이다. 오늘 문득 두 분의 『사랑이라는 시절』을 떠올려보며 사랑할 수 있는 지금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웃어야지 하고 소소한 다짐을 해본다.

사랑이라는 시절

강소영 지음
담다 펴냄

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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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쟁이, 아니 생각 대장이에요. 생각이 많으니 걱정이 사라지지 않았어요.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났어요. 지금도 나는 걱정 때문에 가슴이 졸아들고 머릿속이 온통 지옥 이었어요. (p.41)


샘터에서 출간된 신간 동화, 『다 살린다, 아가새 돌봄단』을 만났다. 『다 살린다, 아가새 돌봄단』은 샘터어린이문고 84권으로, 두 친구가 위기에 처한 아가새를 돌보며 돌봄에 대해,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공존에 대해 배워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사실 ‘아가새돌봄단’은 인간에 의해 희생되는 야생조류를 보호하고 구조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로, 단원들은 아가새를 집에서 돌보며 건강하게 키워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은 실제 에피소드라 더욱 현실적인 생태와의 교감, 생태보전의 중요성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실제 에피소드라 그런지 무척이나 생생하게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아이들이 아가새를 만나게 된 장면은 그야말로 충격과 슬픔이었는데 “방음벽 옆 새들의 무덤”이라는 표현이 너무 가슴 아팠다. 어쩌면 이 표현은 우리가 만나게 될 “인간의 이기심”중 하나란 생각이 들어 버거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먹이를 주고, 몸을 닦아주고, 나을 때까지 바라보는 행위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감동적이었고, 느껴지는 바가 많았다.

양육받는 입장의 어린이들이 양육자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모습을 통해, 독자들도 간접의 체험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명의 소중함, 공존의 중요성 등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더불어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어른으로서 느끼는 책임감이나 무게도 꽤 묵직했다. 내 아이가 귀하듯, 모든 생명이 귀하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살았음을 실감했고,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이기적인지를 또 한번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원래 황조롱이들은 돌봐 준 사람들을 알아본단다. 그래서 현준이를 찾아 다시 날아온 것 같다. 그만큼 현준이가 포롱이를 사랑으로 돌봐 주었다는 이야기야.(p.108)” 스스로를 돌봐준 인간에게 돌아와 인사를 남기는 황조롱이의 모습에서 과연 우리는, 다른 동물들보다 나은 존재인가 반성하기도 했고.

어느새 자연보다 기계가 더욱 친숙해진 우리 아이들지만, 그럼에도 감히 우리는 이 생태계를 지키고 함께 나누어 써야하지 않나. 아이와 만난 『다 살린다, 아가새 돌봄단』은 결코 새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생명의 소중함, 모든 자연의 귀함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 살린다, 아가새돌봄단

홍종의 지음
샘터사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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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것 같아. 나도 그런 적 있거든. 다들 잘하는 게 있 고 주인공이 되는 시간이 있잖아.
저마다 특별함을 갖고 있는데 나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기분.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지.(p.57)


이지북의 인기도서, 『진짜 이루다』의 2권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수많은 어린이가 유튜버를 꿈꾸게 된 요즘 세상에서 진짜 마음을 표현하고, 쓰로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진짜 이루다』에 이어 『진짜 이루다2』에서도 진짜 가치, 진짜 내 모습에 대해 배울 수 있어 아이들에게 큰 도움을 주리라 생각된다.

『진짜 이루다2』에서는 루다튜브를 멈춘 루다를 만날 수 있었는데, 루다의 인기를 대체라도 하듯, 물빛초의 노스트라다무스 채널에 예언이 올라온다. 그 예언은 빠르게 인기를 얻고, 루다와 친구들은 노스트라다무스에 대해 미심쩍은 마음이 든다. 그런데 점점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은 가짜예언이라도 믿음을 얻게 되고,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 앞에 외로운 아이 은오가 나타난다. 언제나 교실의 사각지대에 있던 은오는 우연히 쏟아진 관심에 기뻐하지만, 사실은 그 과정에서 진짜 내 모습, 진짜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어쩌면 은오의 모습은 책 속의 모슺ㅂ이 아닌 요즘, 우리 아이들의 교실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모습이었기에 아이와 책을 읽으며 내내 마음이 아팠다. 다행히도 은오 곁에는 유튜브에 열광하던 엄마의 얼굴을 떠올리는 루다가 있어 은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지만, 실제 많은 아이들은 그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그 아이들에게도 루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의 교실에는 분명 은오가 있다. 물론 루다같은 친구가 있는 반도 있을 테고, 그렇지 않은 반도 있을 것이기에 『진짜 이루다2』를 더 많은 아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싶다. 그래서 용기, 우정 등을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넉넉함을 가질 수 있기를 말이다.

오늘 리뷰의 마무리는 작가님의 말로 대신하고자 한다. 이 말을 많은 아이들이 기억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다음 『진짜 이루다』에서 만나게 될 친구는 누구일지 알 수 없지만, 부디 그때에는 낯선 이야기라 느낄만큼, 세상이 포근하기를 바라본다.



누구보다 내가 나의 진짜 가치를 인정하는 일, 바로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입니다.
우리 모두이 문장을 기억해 보아요.
“모두 각자가 자기만의 색채로 가치 있고 소중하다.”

자존감을 기르는 방법
첫번째, 평가의 기준을 다른사람이 아니라 내 안에 두기
두번째, 자기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려 노력하기.
세번째, 생각만 하기보다 진짜로 실천해보기. (p.155)

진짜, 이루다 2

박슬기 지음
이지북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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