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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의 원리 (대한민국 복지를 한눈에 꿰뚫는 10가지 이야기)의 표지 이미지

복지의 원리

양재진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2041년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177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999년 이후 2041년까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기금은 쌓여만 간다. 국민연금공단의 성공적 자금운용도 기금을 효과적으로 불려낸다. 그 정점이 지금으로부터 채 20년이 남지 않은 2041년인 것이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2057년, 기금은 완전히 고갈된다. 그뿐인가, 그해에만 124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평가된다. 2088년엔 수입 337조원, 지출 1120조원으로 적자만 783조원에 이르게 된다. 그때까지 연금을 유지할 수 있다면 말이지만.

한 가정이 생산하는 후 세대 인구가 1.0명에 이르렀다 해서 온 사회가 경고음을 울렸던 유럽과 달리 한국은 0.7명대로 떨어졌음에도 국가적 대책이 전무하다. 복지를 논하는 이들은 왜란이 지척에 다가왔음을 알리던 통신사의 심정으로 정부와 국회가 나서 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국민 중 복지문제에 깊이 관심을 가진 이는 많지 않으니, 이것이 인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국회가 복지문제를 나서서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이 이야기하는 결론은 명확하다. 위기가 닥쳐오기 전에 국민들의 부담을 선진국가 수준으로 인상해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자증세 등의 인기영합 정책만으론 닥쳐오는 위기를 막아낼 수 없음이 명백하다. 보편적 증세와 연금 보험료율 인상을 통해 생산가능인구 급감과 부양인구 급증에 대비한 합리적인 복지설계를 새로이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복지가 가져오는 위기와 희망이 코앞까지 다가온 지금, 시민들은 복지를 더욱 깊이 이해해야만 한다. <복지의 원리>는 그 인도자로서 충실한 저작이다.
2024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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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온다는 건 /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의 유명한 시구를 나는 특별히 다음과 같은 순간에 떠올린다. 캄보디아에서 온 31살 여성 누온 속행이 비닐하우스에서 얼어죽었을 때, 대구 이슬람사원 건축현장에 돼지머리가 놓였을 때, 고양시 저유소 화재사건 때 풍등을 날린 스리랑카 노동자가 긴급체포돼 123회나 “거짓말하지 말라”고 다그침을 당했을 때, 올해 1분기에만 20명 가까운 외국인 노동자가 숨졌단 통계를 찾아냈을 때. 나는 나와, 내 이웃과, 내 나라가 다른 누구의 일생을 존중하며 맞이하고 있는가를 의심한다.

소설은 반세기 전 독일의 한국 노동자들과 오늘 한국의 이주노동자를 같은 시선에서 바라보도록 이끈다. 그 시절 한국 노동자에게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었던 것처럼, 오늘 한국땅의 이주노동자에게도 귀한 마음들이 깃들어 있음을 알도록 한다.

눈부신 안부

백수린 지음
문학동네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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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마저도 자유로울 수 없는 지난 체제의 부조리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봉건사회의 완성형은, 소수의 사디스트와 다수의 마조히스트로 구성된 것'이라는 통찰은 이를 냉철히 되짚어 반성한 적 없는 모든 사회에서 폭력과 존엄의 훼손이란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를 알도록 한다.

잔혹하고 처절한 묘사로 악명 높은 작품이다. 잔혹을 수단 삼아 인간의 극한에 다가선다. 잔혹함을, 또 폭력을 그대로 그를 비판하기 위한 창작의 장치로 활용하는 선택이 천재적이다. 폭력이 짙어질수록 폭력에 대한 비판 또한 강렬해지는 이 영리한 설정은 그를 부담스럽게 여겨온 이마저 일거에 감탄케 한다.

이로부터 일본에도 제 역사를 처절하게 반성하는 작가가 있었단 걸 알았다. 이로부터 봉건질서를 지나온 우리 또한 자유롭지 못한 잘못이 있다는 걸 깨우쳤다. 봉건은, 인간에 대한 인간의 압제는 마땅히 그를 지나온 모두로부터 통렬히 비판되고 반성돼야 하는 것이다.

시구루이 1

야마구치 타카유키 외 1명 지음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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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영 작가의 데뷔작으로 원나라 침입에 맞선 고려의 무장이 실은 현재로부터의 시간여행을 한 고등학생이라는 상상으로부터 흥미롭게 빚어낸 작품이다. 요즘 또 유행하는 전형적 회귀물이지만 당대에선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원나라 침입 시기를 다뤄 눈길을 끈다.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을 적극 버무린 픽션의 결합. 그 결과물이 민족적 자긍심을 일깨우는 판타지적 사극으로 귀결됐다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고려의 박서 장군이 살리타가 이끌던 원나라 군대를 귀주에서 격파하고, 재차 처들어온 살리타를 승장 김윤후가 처인성에서 사살한 건 의미 있는 전공임에도 널리 알려지진 못한 사실이었다. 노미영 작가는 역사책 한 귀퉁이에 찌그러져 있던 사건으로부터 매력적인 드라마를 뽑아냈고 이것으로 이 만화가 생명력을 얻었다.

매력적이고 아기자기한 이야기와 흥미로운 구성, 자기색깔이 분명한 필치까지 압도적이진 않지만 모든 면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좋았다.

살례탑 1

노미영 지음
대원씨아이(만화)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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