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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지영 장편소설|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의 표지 이미지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지영 지음
광화문글방 펴냄

읽었어요
테러 현장에서 뇌에 총상을 입고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후유증으로 모어인 영어를 잃고 연관도 없는 한국어만 할 수 있게 된 수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다른 언어를 유창하게 하게 되면 그래도 소통할 수 있으니 다행인 거 아닌가 싶지만, 나의 언어를 잃어 나고 자라 익숙한 곳에서 느껴야 하는 벼랑 끝의 아슬함에는 차마 비길 수 없을 것이다.

너무나도 외롭고 또 외로웠을 수키, 먼지가 되어 다른 이를 형성하며 애쓰지 않고 살아나갔으면.

📖
P. 101
관계라는 게 그렇잖아요. 인생의 어떤 순간을 함께했다는 이유로 모든 장면을 함께 채울 수는 없으니까요

P. 171
인생이 꽤나 지루한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 중 어떤 이들은 타인의 삶을 장난감으로 삼곤 하지요.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손가락질 하는 게 쉬운 세상이고, 그곳에서 가장 흔들기 쉬운 건 타인의 삶이지요.
2024년 7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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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편의 단편이 모인 이 소설집은 제목처럼 짜고, 달고, 때로는 시큼하다.

‘역시 조예은이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흡입력 있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이미 읽은 작품이 두 편 있어 조금 아쉬웠다. 다음에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만나고 싶다.

📖
P. 222
모두를 이해하고 한 생에 여러 삶을 유영하는 존재라니. 그게 신이 아니면 무엇이지?

P. 324
그렇다 하더라도, 그 모든 걸 없는 셈 치고 무로 돌아가는 건 너무 슬프지 않아? 기억이란 쇠퇴하지. 그리고 소중한 것은 다시 생겨나.

치즈 이야기

조예은 지음
문학동네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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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스타님의 야생 붓꽃 게시물 이미지
이 시집은 주어가 흐려진 문장 속에서 마음이 자유롭게 흘러가는 경험을 준다. 오묘하게 열린 문장들은 누가 말하는지, 무엇이 말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자체로 존재와 생명을 노래한다.

자연의 언어, 특히 붓꽃과 정원의 이미지가 시마다 배어 있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따라 마음도 한 걸음씩 깊어진다.

주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 속에서 존재의 고요함과 아름다움을 느끼며, 시가 마음속에 오래도록 잔물결처럼 남는다.

📖
P. 17
살아 있는 것들이 모두 똑같은 정도로 빛을 필요로 하지는 않아요. 우리 중 일부는 우리 자신의 빛을 만들어요: 아무도 다닐 수 없는 좁은 길 같은 은빛 이파리, 어둠 속 커다란 단풍나무들 아래 얕은 은빛 호수.

P. 77
모든 생애에, 어떤 순간이 있다, 한두 번은. 모든 생애에, 어딘가에 방 하나가, 바닷가나 산 속에. 테이블 위에, 살구 한 접시가. 하얀 재떨이 속에 씨들.

P. 88
내 커다란 행복은 절망 속에서도 내게 외치는 네 목소리가 만드는 소리; 내 슬픔은 네가 내 거라 받아들이는 말로 네게 대답할 수 없다는 것.

야생 붓꽃

루이즈 글릭 지음
시공사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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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스타님의 감정실격 게시물 이미지
손에 쥘 수도, 물리적으로 건드릴 수도 없는 감정을 마치 그럴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던 지난 날들을 되돌아보았다.

그런 무형의 것을 조절하려다 제풀에 지쳐 피로를 느낀 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이젠 ‘척’하지 않아도 된다는 한마디가 큰 위로로 다가온다.

함께 실려 있는 워크북으로 마음가짐을 더욱 단단히 다질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
P. 54
질투는 상대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 드러나는 고통이다. 질투는 내가 나를 향해 던진 비난이고, 내가 나를 미워하면서 하는 투정이다.

P. 93
불안은 살고 싶은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다. 불안을 느끼는 나는 지금도 살아 있으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그러니 이렇게 말해도 된다. "나는 불안해. 하지만 그건 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야."

P. 149
진짜 자존감은 감정과 함께 흔들릴 수 있는 용기에서 온다. 질투하고, 분노하고, 외로워하면서도 여전히 내가 괜찮은 사람일 수 있다는 그 믿음에서 자라난다.

P. 173
감정은 절대 고정되어 있지 않다. 기쁨도, 슬픔도, 분노도, 두려움도 모두 흐른다.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빠져나가고, 바람처럼 불어왔다가 사라진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감정을 '붙잡으려' 한다. 분노를 오래 곱씹거나, 슬픔을 깊이 움켜쥐거나, 기쁨을 절대 잃고 싶지 않아 한다. 그러다 보면 감정은 흐르지 못하고 고인다. 고인 감정은 점점 무거워지고, 결국 내 몸과 마음의 한 구석을 썩게 만든다.

감정실격

김나은 지음
페르아미카실렌티아루네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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