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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나일지도 몰라 (지친 나에게 권하는 애니메이션 속 명언)의 표지 이미지

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나일지도 몰라

이서희 지음
리텍콘텐츠 펴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로 잘할 수 있겠어?
노력도 하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훌륭한 사람이 되겠어?
너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앞으로 너의 노력에 달려있어.
(p.44, 도라에몽)


나는 어릴때나 지금이나 영화를 보거나 노래를 들으며 좋은 구절이 나오면 일단 받아적고 본다. 그 문장을 써먹고 그렇지 않고와는 관계없이, 그냥 습관처럼 적는다. 그 모든 문장이 마음에 남은 것은 아니지만 분명 그렇게 받아적었던 것 중 오래도록 마음에 남은 것들도 있다. 『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나일지도 몰라』를 읽으며 그 때 생각이 났다. 마음에 닿는 문장들을 수집하고 기뻐하던 소소한 내가 생각이 나서 그 시절이 조금 그리웠다.

『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나일지도 몰라』는 “방구석 뮤지컬”, “방구석 오페라” 등의 책으로 어려번 만난 적 있는 이서희 작가님의 신간. 사실 앞의 책들도 너무 좋았지만 이번 책이 특히나 좋았던 것은 익숙하고 편안했기 때문이다. 이런거로 자랑스러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에 등장하는 모든 애니메이션을 다 봤다. 심지어 작가가 기록한 문장이 어느 장면에 나오는지 선명하게 떠오르는 경우도 있어 책을 읽는 내내 약간 추억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떤 문장에서는 “그래 맞아, 이런 내용이 있었어” 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어떤 장면에서는 “아 이게 이런 의미였구나”하고 깨닫기도 했다. 진짜 오랜 친구랑 수다를 떨듯 그냥 낄낄 거리고 공감하며 『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나일지도 몰라』를 읽었을 뿐인데, 왠걸! 책을 덮고나서 마음이 너무 좋더라. 문득 나이를 들며 잃어버린 것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나일지도 몰라』의 작가는 무척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는 선수다. 어렵다고 느껴지는 오페라조차 맛있게 표현해낼 수 있는 분이니 애니메이션은 또 얼마나 재미있게 풀어낼까. 그냥 술술 읽힌다는 말이 공감이 된다. 생쥐요리사 레미의 이야기를 담은 “라따뚜이”를 두고 작가는 “둘은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완벽한 콤비가 되었습니다. 레미와 링귀니가 환상적인 짝궁이 될 수 있었던 건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랑귀니가 레미를 생쥐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쫓아냈다면, 레미가 랑귀니를 절대 성장하지 못할 요리사라고 생각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사건들입니다”라는 말을 기록해두었다. 이 문장을 읽으며, ”역시 세상은 어디서든 배울 수 있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눈을 감고 귀를 막았을 뿐, 세상 모든 것에는 배울 거리가 있고, 모든 이에게는 깨달을 거리가 있음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오랫동안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괜찮다. 이 책은 그렇게 무거운 책이 아니다. 이웃집 토토로, 도라에몽, 겨울왕국, 라따뚜이, 이누야샤, 슬램덩크 등 그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애니메이션을 즐겁게 봤던 작은 동심만 준비하면 된다. 그러면 『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나일지도 몰라』는 당신에게 많은 느낌표를 선물해줄 것이다.
2024년 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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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_jin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무척이나 쌀쌀해진 날씨입니다.
저는 원래도 기관지가 건강한 편이 아니라 늘 환절기 훅은
목감기시에 생강차나 쌍화차를 챙겨먹습니다.
목감기빨리낫는법에 생강차마시기만큼 좋은 게 없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생강을 좋아하는 게 소문이라도 났는지
엄청 예쁜 패키지에 엄청 깔끔한 생강청을 선물받았어요.
바로 모음생강고!
처음에는 왜 생강청이 아닌 생강고라고 해두었을까 생각했어요.
사실 우리는 생강차를 생강청으로 타먹는 게 일상적이잖아요?
그런데 생강고라니?

이런 의문은 모온생강고를 타먹어보며 이해하게 되었답니다.

일당 모온 생강고는 국내산 생강과
설탕대신 비정제 원당을 사용하였다고 해요.
그래서 당때문에 생강청을 먹기 꺼려했던 가정에서도
무척 건강하고 달지 않게 생강차를 즐길 수 있답니다.
오늘도 책을 들고 앉으며
모온 생강고로 생강차를 탔는데
향긋~한 생강냄새때문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또 3배나 농축되어 있어 꿀처럼 떨어질만큼
잘 농축된 생강청, 생강고다 이거죠 ^^

아! 생강차는 감기, 목관리. 소화, 면역력 강화에 좋기로 알려져있잖아요!
그런데 숙취에도 좋은 거 아셨나요?
더불어 임산부 입덧에도 효과적이라서
입덧약보다 생강차를 마셔보시라고 권하고 싶네용 ^^

긴시간 정성스레 다려서
꿀같은 진함을 전해주는 생강고!
몸이 따뜻해지니 환절기 필수랍니다.
더욱이 포장패키지도 무척이나 고급스러워서
선물용으로도 좋고
귀한 나를 위해 차로 마셔도 좋답니다 ^^

#생강차 #생강고 #목감기빨리낫는법 #생강청 #입덧약
1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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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긴 연휴의 끝자락이다. 이번 연휴에는 꽤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냈는데, 그간 너무 촘촘하게 바쁜 시간을 보냈던 터라 반드시 필요했던 쉼표였던 것 같다. 이 시간동안 소설을 몇 권이나 쌓아놓고 읽기도 하고, 아이와 요리도 하고, 점토도 만졌다. 그 중 가장 다회성으로 함께 했던 것은 바로 『단청장 이수자 안유진의 단청 컬러링북』이었다.

『단청장 이수자 안유진의 단청 컬러링북』은 '요즘 애'답지 않게 20대중반의 나이에 단청장 이수자가 되어, 단청의 아름달움을 국내외로 알리는 일을 하는 분이라고 한다. 한옥에 들어서면 제일먼저 처마를 바라보던 이상한 습관(?)을 가진 나를 겨냥이라도 하신 듯, 목조건축물이나 불상, 가구, 기물 등에 오방색으로 그려진 전통채색기법 컬러링북이라니! 사실 몇년째 민화앓이를 하던터라 아쉬운데로 단청이라도 칠해보자는 마음으로 펼쳐들었는데, 웬걸! 단아한 색들과 유려한 문양들은 단숨에 내 마음을 사로잡아 몇시간이고 집중하게 만들더라. 그러는 사이 마음 가득했던 분심은 사라지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은 서두에 평소 어디서 쉬이 듣기 어려운 단청에 대한 설명을 무척 쉽게 풀어줄 뿐 아니라 단청의 종류, 단청 그리는 법, 사용된 재료, 색구성까지 다각도에서 단청을 이야기해주고 있었기에 아이도 나도 마치 새로운 강좌를 듣듯 머리를 맡대고 책을 열었다. 여러 사진을 찾아보며 초빛과 이빛, 삼빛을 구별해보기도 하고, 이 책에 담긴 문양을 찾아보기도 하며 우리의 아름다움에 풍덩 빠져들었다. 감사하게도 각 단청의 문양이나 어디서 볼 수 있는지까지를 무척 상세히 기록해주신 덕분에 아이와 단청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다. 아이가 잠든 시간에는 홀로 다시 문양들를 들여다보며 그 안에 담긴 마음들을 조용히 기도해보기도 했다.

단청은 꾸밈의 역할도 있지만 '보호'의 역할도 있다는 안유진 이수자의 말이 연휴 내내 마음에 맴돌았다. 그 말은 마치 타인의 마음만 돌보느라 정작 내 마음을 돌보지 못했던 나에게 토닥거림이 되고,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 속이 단단한 사람이 되라고 응원해주는 말같이 느껴졌다.

벽을 칠하는 것하나도 허투루하는 일이 없었던 우리 선조들의 정성은, 안타깝게도 보는 사람만 볼 수있는 것이 되어간다. 보아야 할 것도 놓치고 사는 요즈음이 너무 안타깝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귀함을 미처 알지 못하고 사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나 역시도 내가 너무 작은 존재같아서 마음이 버거웠는데, 이 책을 따라 칠하는 사이 그럼에도 내 자리에서 부지런히 살아가는 자체가 기특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게 되더라. 우리 선조들이 첨차와 첨자, 살미와 살미 사이에도 색을 칠해넣은 것은 모르긴 몰라도, 하중을 지탱하는 작은 조각의 쓸모도 세상이 알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니었을까.

더 많은 이들이 『단청장 이수자 안유진의 단청 컬러링북』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에는 두가지 욕심이 숨어있다. 단청의 아름다움을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우리 모두가 귀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 우리 모두가 배흘림기둥일 수 없지만, 저마다 소로고 머리초이며, 서까래고 구들처럼 하나같이 없어선 안될 존재임을 느꼈으면 좋겠다. 『단청장 이수자 안유진의 단청 컬러링북』을 칠하며 내가 느낀 마음을 모두가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단청 컬러링북

안유진 지음
이덴슬리벨 펴냄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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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는 반쯤 먹은 치킨너깃을 보며 자신도 이 너깃처럼 망가졌다고 생각했다. 어디서부터 망가지기 시작했고, 또 앞으로 얼마나 망가질지 겁났다. (P.135)

운이는 주문을 외웠다. 할머니 내 말 듣고 있는 거 맞지? 약속한 거다. 할머니 단단디. 아무리 외워도 삼십 분이 금새 지나갔다. (P.183)

불과 몇달전 아이들이 외워대던 “퉁퉁퉁 사후르”인가 뭔가 하는 말을 기억하는가. 우리 아이도 학교에서 듣고 와서 이게 뭔지 검색해달라고 했는데 “북치고 밥먹어!”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이걸 왜 말해?”하고 갸우뚱해하더라. 그때 잽싸게 “그래서 유행이라고 다 따라할 필요가 없는 거야”하고 말해주었더니, 어느새 다시 해리포터 주문이나 외우던 우리 아이로 돌아왔다. 아마 여느 아이들도 저 의미가 궁금해서라기보다 친구가 하니까, 반복되는 음이 재밌으니까 등의 이유였을 것이다. 아무튼, 사라진 퉁퉁퉁 사후르~를 대신할 멋진 주문들을 데리고 왔으니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에 집중해줄 것!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에서의 '젠젠다'는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이다. 힘이 들 때 눈을 감고 젠젠다를 반복하면 시간이 빨리 흐른다. 반대 주문은 '단단디'이다. 두 주문은 힘들 때와 행복할 때 잘 사용하면, 그 감정에서 빨리 벗어나거나, 오래 누릴 수 있으니 적절히 사용해보길 추천드린다. 자매품(?)으로는 한 음절당 키가 0.1MM커지는 '고로고로'와 잊고싶은 기억을 지워주는 '잠무스', 마음의 진정을 주는 '우추추' 등이 있다.


우스개소리로 시작했으나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의 이야기는 결코 우습지않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운이네 이야기,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 속에서 운이는 눈에 띄거나 사고를 치는 아이는 아니지만 '적응한 척' 살아간다. 그의 가족들도 누군가의 '자랑거리'스타일은 되지 못하고, 위안을 느끼는 길드도 사실 평범과 이상함 사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 감정선과 이야기와 성장이 코를 시큰하게 만드는 요소가 엄청났다. 청소년 소설임에도 무척이나 현실적인 배경과 깊이있는 심리묘사에 풍덩 빠져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읽게 되더라. (누가 젠젠다 주문을 걸었는가)

운이가 할머니와 이별하게 되는 장면에서는 좀 울었다. 운이는 자살을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아빠를 만나러 갔던건데, 자신이 아닌 할머니가 위독한 바람에 그 모든 것을 후회한다. 얼마전 친구들과 “이제는 우리가 결혼식 보다 장례식에 더 많이 가게 된 나이”라고 말은 해놓고, 아이들이 이별을 경험하는 첫시기가 청소년기라는 것은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운이가 날카로운 삼각형처럼 이별을 느끼고, 그 이별을 이겨내며 한층 깊어지는 모습을 보며 이 책이 얼마나 잘 씌여진 책인지를 여러번 깨달았다. 사실 대부분의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등에서는 엄청난 사건을 겪으며 성장한다. 물론 그래야 재밌겠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그런 일을 경험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렇다보니 공감 포인트가 언제나 부족했는데,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의 운이는 당장 옆집에 살기라도 할 것 같은 느낌이라 더 깊이 공감하고, 아이의 마음을 더 많이 알아줘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더라.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을 읽는 내내 청소년들의 대화에서 공감과 안타까움 모두를 느꼈고,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되짚어보기도 하며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은 청소년기 아이들이 반드시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보면 눈부시게 예쁜 시절인데, 입시 등에 쫓겨 빠르게 그 때는 모르는 시기, 중고등학생시기를 '젠젠다'를 외치며 보내지 않도록. 소중한 것들을 더 소중하게 느낄 수 있도록.

젠젠다, 시간이 빨라지는 주문

이동현 지음
우리학교 펴냄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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