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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들을 생각해

정지혜 지음
자이언트북스 펴냄

남편이 덤덤하게 말했다. 이젠 엄마 이야기를 할 때도 목소리가 더이상 떨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괜찮아진 건 아닐 거다. 유년기에 받은 상처는 영원히 아물지 않으니까. 딱지가 앉지도, 흉터가 아물지도 않는다. 무당이 모시는 할머니가 내 기억을 봉인시킨 이유가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물지 않는 상처를 가지고 살아온 어른의 배려였을까. 남편의 기억을 봉인시켜주고 싶었다. 그리할 수 없기에 말하지 않기로 했다. 남편이 나를 볼 때마다 엄마를 떠올리게 된다면 나 역시 남편에게 상처를 주는 존재가 되고 말 것이다. 남편이 받아야 했을 사랑을 내가 대신 받은 것 같아 미안했다. 그래서 언니와 만난 적 있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기로 했다. 언니에 대해 이야기하면 아줌마에 대한 기억도 따라나올 테니까. 어두컴컴한 방 침대 위에 오도카니 홀로 앉아 있던 언니의 외로운 옆모습이 떠오른다. 그 모습은 영영 혼자 간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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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이 날 향해 손을 흔든다. 나는 남편을 사랑한다. 코디에게 배신당한 이후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멋진 남자와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이루게 되어 너무나 행복하다. 우리는 평생 서로를 하나로 묶어줄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 둘 다 그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약속했다.
적어도 나는 그럴 작정이다.
가끔 이선이 못 미더울 때가 있다. 남들이 우리 집 정원을 둘러볼 때마다 지나치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동안은 정말 노이로제에 걸린 것처럼 굴었다. 혹시 누군가가 찾아와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면 그가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혹시 일어나더라도 나는 상황을 처리할 준비가 되어 있다. 엄마의 말을 항상 가슴에 깊이 새기고 있으니까.
두 사람이 비밀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 사람이 죽어서 사라지는 것뿐이다.

네버 라이

프리다 맥파든 지음
밝은세상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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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 라이

프리다 맥파든 지음
밝은세상 펴냄

읽었어요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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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진실이에요. 진실은 그런 거예요. 내 말 알겠어요?"
최진유는 화가 난다는 듯이 덧붙였다.
"좋아요, 당신이 말하는 그 진실이라는 거, 그게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다 한들 그 유효기간이 얼마나 될 것 같아요?"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진실에는 유효기간이 없어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요?"
그렇다고 대답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갈등이 표면에 드러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니까요. 이봐요, 이건 누가 옳고 그른가를 따지는 게 아니에요. 이건 삶이고, 싸움이에요.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싸움이요. 우린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어요.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세이프 시티

손보미 지음
창비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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