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님의 프로필 이미지

시린

@shirin

+ 팔로우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의 표지 이미지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

P. D. 제임스 지음
아작 펴냄

_
주인공의 동선을 따라 펼쳐지는 배경과 적재적소에서 나타나는 등장인물에 대한 묘사가 훌륭하다.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머릿 속에서 영화 한 편이 펼쳐진다.
주인공의 심리를 반영한 섬세한 상황 설명이 정말 기가 막히다. 적막하고 서늘한 대리석 복도를 거니는 것 같다가, 따사로운 봄 햇볕을 받으며 잠시 몸을 녹였는데, 어두컴컴함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살인자에게 쫓기는 듯한... 덤덤하게 쫓아가는 독자를 온탕과 냉탕에 번갈아 담근다.
_
아, 정말 오랜만에 재밌게 읽었네. 바로 다음 책 찾아 읽어야지 :)
_
📖 장례식이 끝나고 코델리아는 구두 굽 아래로 자갈의 열기를 느끼며 환한 햇살 아래 서 있었다. 대기는 짙은 꽃향기와 함께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갑자기 버니를 대신한 황량함과 방어적인 분노가 코델리아를 덮쳤다. [중략] 처음으로 코델리아는 버니를 위해 울었다. 뜨거운 눈물 너머로 밝은 화관에 뒤덮여 기다리는 기나긴 영구차 행렬이 흐릿하게 번져 여러 겹으로 보였다. 영구차들은 번들거리는 크롬 장식과 떨리는 꽃들 때문에 한없이 늘어나 보였다. 유일한 애도의 뜻으로 머리에 둘러썼던 검은색 시폰 스카프를 풀어 내리고 코델리아는 지하철역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p.35~36)
_
📖 "아름다움은 지적으로 혼란을 주죠. 상식을 파괴해요. 이사벨의 본 모습, 그러니까 너그럽고 나태하고 지나치게 애정이 넘치면서 어리석은 젊은 여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가 없었어요. 그렇게 아름다운 여자는 인생에 대한 본능을 지니고 영리함을 넘어서는 어떤 은밀한 지혜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 예쁜 입을 열 때마다 삶을 환하게 비춰주길 기대했어요. 그런데 그녀가 하는 이야기라곤 온통 옷 얘기뿐이었죠."
"가엾군요."
"가엾지 않아요. 나는 불행하지 않으니까. 이성적으로 생각 할 때 절대로 내 손에 들어오지 않을 것을 원하지 않는 게 행복의 비결이에요." (p.309)
0

시린님의 다른 게시물

시린님의 프로필 이미지

시린

@shirin

  • 시린님의 산 자들 게시물 이미지

산 자들

장강명 지음
민음사 펴냄

읽었어요
1개월 전
0
시린님의 프로필 이미지

시린

@shirin

  • 시린님의 재수사 2 게시물 이미지
_
오랜만에 남기는 독후감
장강명 작가의 산문은 읽어봤지만 소설은 처음이다.
일단 형사물이라서 시작했는데 오? 괜찮다.
_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가해자의 개똥철학과
주인공 시점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타나는데...
그 철학 챕터가 범인의 서사를 보강해주는 건 알겠다만
너무 짧은 주기로 자주 나오니
오히려 집중력이 끊기는 거 같기도 하다.

재수사 2

장강명 지음
은행나무 펴냄

2개월 전
0
시린님의 프로필 이미지

시린

@shirin

  • 시린님의 재수사 2 게시물 이미지

재수사 2

장강명 지음
은행나무 펴냄

읽었어요
2개월 전
0

시린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