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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약국의 딸들

박경리 (지은이) 지음
마로니에북스 펴냄

토지를 읽은 후 수 년이 지나고 나서야 이 작품을 발견했다.

역시 명불허전!

김약국의 다섯 딸들은 각기 다른 외모와 성격, 가치관을 소유한 까닭에 그들이 처한 운명 또한 제각각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그들 모두가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왜 이토록 박경리 선생은 이들의 운명을 비극적으로 그려 놓았을까?

고민 끝에 나는 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요소, 그러니까 뗄래야 떼어낼 수 없는 시대적 배경에서 답을 찾았다.

박경리 선생이 아주 섬세하게 묘사했듯이 20세기 초 한국사회는 구시대의 전통과 관습이 개인의 운명까지 지배하는 닫힌 세계였다.

그 시기에 태어난 자들이 겪는 삶은 하루하루가 비극적일 수 밖에 없다.

온 세상이 비극적인 사건들로 넘쳐났을 것이다.

한정된 종이에 그 많은 사건과 인물을 적어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그런 이유로 박경리 선생은 도처에 즐비한 시대적 비극을 모아 김약국의 다섯 딸들에게 투사한 것이 아닐까?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비극작가는 전부 외국인이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아이스퀼로스, 세익스피어…

여기엔 분명 언어와 국력의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투리와 토속어가 풍부한, 서양인이 좀처럼 이해하게 힘든 당대의 한국 문화와 관습이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박경리 선생님의 작품을 영어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누가 뭐래도 내 마음 속 최고의 비극작가는 박경리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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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의 길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 지음
자유기업원 펴냄

읽었어요
1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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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d

맙소사!!!

무슨 소린지도 모른 채 글씨만 읽어 내려갈 땐 마치 초등학생이 되어 양자역학 논문을 읽는 기분이었는데, 이 책을 끝까지 읽다니…

어떻게든 들뢰즈의 심오한 철학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버틴 듯싶다.

리좀, 기관없는 몸, 욕망, 생성, 내용과 표현, 기호, 탈영토화, 재영토화, 도주선, 코드화, 덧코드화, 홈 패인 공간, 매끈한 공간, 정주민, 유목민, -되기, 리코르넬라…

이처럼 낯선 개념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와 나를 고통스럽게 했지만 그저 묵묵히 시작도 끝도 없는 ‘천개의 고원’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갔다.

만약 동영상 강의가 없었더라면 절대로 해내지 못 했을 것이다.

유튜브에서 찾아낸 훌륭한 교수님들의 강의는 이 책을 읽어 나가는데 있어 이루 말 할 수 없이 소중한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그렇담 내가 들뢰즈의 철학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단지 ‘세상을 이런식으로도 바라볼 수 있구나!’ 하는 정도로 겨우 냄새만 맡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책을 읽을 때 불현듯 이 책에서 배운 내용이 떠올라 해당 문장에 밑줄을 긋고 ‘탈영토화’, ‘재영토화’라고 끄적일 정도의 개념은 생겼다.

그러고 보면 책 읽는 시간이 무척 지루하고 고달팠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 하나를 더 얻게 된 데에는 결코 비할 바가 아닌 것 같다.

특성에 따라 분류하고, 위계에 따라 구분지으며, 닮은 것 끼리 묶고 비교하는 수목형 눈만 가지고 있던 내게 세상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알려준 들뢰즈와 가타리, 그리고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신 여러 교수님들께 한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읽는 도중 포기했던 들뢰즈, 가타리의 전작 ‘앙티 오이디푸스‘를 조만간 재도전해 볼 생각이다.

천개의 고원

질 들뢰즈 외 1명 지음
새물결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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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고원

질 들뢰즈 외 1명 지음
새물결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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