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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끝의 버섯 (자본주의의 폐허에서 삶의 가능성에 대하여)의 표지 이미지

세계 끝의 버섯

애나 로웬하웁트 칭 지음
현실문화 펴냄

읽었어요
‘버섯이 뭐 어떻다는 거야?‘무슨 책인지 사실 잘 모르겠어서
김겨울님의 해설을 듣고 해제도 다시 읽었다.

우선, ‘송이버섯을 채집하는 것이 자본주의인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해서 자본주의 얘기가 나오겠구나 싶었지만
정작 얘기 되는 건 송이버섯이 어떻게 자라는지,
어떻게 관리가 되는지, 왜 채집을 하는지다.
점점 이게 뭔가 싶다.그래서 자본주의와 송이버섯이 어떻다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다 보면 이것저것 얘기되는 것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얼추 보이는데 이런 거다.
자본주의가 맞고 틀리다, 환경 문제는 인간의 능력으로
극복 가능하다, 인간만 없으면 된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것보다
인간에 의해 폐허로 변한 숲에서 송이버섯,소나무가 함께하는 세계,
소나무와 송이버섯 곰팡이가 연대하는 세계처럼,
이런 다종의 세계로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자본주의 폐허에서 우리가 살아남는 길의 하나라고.

와..생태계, 환경, 자본주의부터 인간과 문화까지,
이런 걸 다 다룰 수 있는것이 문화인류학이라는 거구나.
진짜 어마어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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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hyo

그곳에 다들 잘 있느냐고 딩신은 물었지요
어쩔 수 없이 모두 잘 있다고 나는 말했지요
전설 속에서처럼 꽃이 피고 바람 불고
십리 안팎에서 바다는 늘 투정을 하고
우리는 오래 떠돌아다녔지요 우리를 닮은
것들에 싫어서…..어쩔 수 없이 다시 만나
가까워졌지요 영락없이 우리에게 버려진 것들은
우리가 몹시 허할 때 찾아와 몸을 풀었지요
그곳에 다들 잘 있느냐고 당신은 물었지요
염려 마세요 어쩔 수 없이 모두 잘 있답니다

- <편지 3> 전문 -

시를 읽고 장면이 그려진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이 시집은 시마다 장면이 그려져 여러 감정이 들게 했다.
쓸쓸했다가 슬프다가 그리운, 이게 가을 인건가.
한 친구가 ’가을엔 시집이지‘ 라고 했었는데
통 이해를 못하다가 이제 나도 그대로 얘기해본다.
가을엔 시집, 그러니까 시 좀 읽어보자고.

그 여름의 끝

이성복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읽었어요
14시간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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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hyo

어떤 한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아무튼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이 책이 꼭 아무튼 시리즈 같았다. 제자리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라는 개념은 물리적,지리적,계층적,사회적,정치적 자리이며,
내면의 자리이기도 하다. 장소는 중립적이지 않다‘

평소 내가 생각했던 자리라는 개념을 깨어준 한 문장이다.
자리가 내면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도,
자리가 편안한 개념이 아닐 수 있다는 것도,
자리가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관계라는 것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너무 귀한 인사이트다!

상실 속에 자리를 잃고 타인의 기대나 사회 규칙 등으로 만들어졌던
내 자리가 진짜 나의 것이 맞기는 한 건가.
이런 철학적인 물음을 통해 깨닫게 된다.
내 자리에 내가 있는 이유를 계속해서 물어봐야 한다는 것을.

제자리에 있다는 것

클레르 마랭 지음
에디투스 펴냄

읽었어요
17시간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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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hyo

여태 봤던 좀비 이야기는 너무 공포스러웠는데
이 책에서의 좀비 이야기는 사무치게 슬프게 한다.
또 이런 사랑은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데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나는 묵호를 사랑하는 것 같아. 그리고 또, 이건 나의 예측이지만 높은 확률로 묵호의 마음도 그럴 거야. 그러니 서로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절망으로 이어질 확률이 얼마나 돼? 사랑이 파멸되고 간절함이 재앙이 될 확률이.’(p.103)

좀비 바이이러스가 퍼진 우주선에서,
좀비가 된 연인을 끝내 지키려는 두사람의 이야기.

‘고마운 것들에 집중하자. 아빠는 세상이 이렇게 변해도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에 매일 감사해’(p.158)

멸망 이후 대부분이 죽거나 떠난 지구에서
좀비가 된 가족 곁을 떠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가 영원히, 지금처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p.290)

인류가 절멸하고 좀비와 동식물만 남은 지구에서,
감염되었으나 서로를 기억하는 좀비가 된 두 부부의 이야기.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 좋아서 인덱스를 잔뜩 붙이며 읽다가,
끝내 지키려는 마음과 함께 하고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마음과 서로를 기억하려는 마음,
이 것이 사랑이 아니면 뭐가 사랑일까를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SF소설에서 뭉클한 감정을 마주하게 되고
늘 사람의 마음이 담긴 작가의 소설을
안 좋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천선란 지음
허블 펴냄

읽었어요
5일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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