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하면 떠오르는 소설로 많이 꼽히는 소설이기에 왠지 여름이 아니면 읽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었던 소설이다. 작년에 계획했다가 다른 책에 밀려 읽지 못하고 겨울에 잠깐 들었다가 '그래도 여름에....'라는 마음으로 다시 올 여름에 들고 읽었다. 정말로 내내 읽으며 매미 소리와 푸른 나뭇잎들이 함께 연상되는 그런 소설이다. 몇 년이 지나도 그 오감으로 읽었던 기억이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뭔가 특별한 것이 없어도 왠지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고 깊은 감동이 남기 때문이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또한 마찬가지다. 430페이지나 되는 긴 책의 줄거리를 말하라면 딱히... 길지 않다. 그런데 이 안에는 한 장인의 가치관이, 후배와 직원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를 믿고 따르는 이들의 존경과 마음이 함께 어우러진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초년 건축가 '나'는 평소에 존경하던 무라이 설계 사무소에 뽑지도 않는 이력서를 넣었다가 채용이 된다. 이 무라이 설계 사무소는 일본의 건축가 양대 산맥 중 하나인 곳으로 전통과 현대를 잘 섞어 부드러움과 함께 실용성을 강조하는 곳이다. '나'가 채용되고 나서 국립도서관 경합이 열리고 가장 모던하고 가장 화려한 디자인을 뽐내는 후나야마 게이이치와의 대결이 점점 다가오는 와중에 여름마다 향하는 '여름 별장'에서의 나날이 펼쳐진다.
책 속에서 묘사하는 건축에 대한 스케치 하나 없이 상상해야 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실존하는 몇몇 건축물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읽게 되면 책 속의 무라이 건물을 찾아가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이들이 열정을 불태웠던 '여름 별장'을 나도 갖고 싶다거나 하면서 하나도 알지 못하던 건축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무라이라는 장인 건축가가 함께 사무소 속 직원들을 생각하는 마음이라든가 자신이 약해졌을 때를 대비해 준비해 놓는 방식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읽으며 무언가 찡~한 깊은 울림을 받게 된다.
여름 휴가 때 두꺼운 책 한 권을 읽어냈다는 자긍심과 진한 감동 속에서 오감으로 읽는 경험을 해보고 싶으시다면~ 완전 추천!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비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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