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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스터츠의 내면강화

필 스터츠 지음
다산초당 펴냄

행동함으로써 지혜를 얻는 건 고차원적 자아를 활성화하고 경험하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모든 사람의 인생여정에 의미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누구든, 어떤 길을 걸어가든, 우리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p.47)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이를 먹으며 적어도 “과거보다 나아졌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만 않은 것 같다. 그래도 굳이 무엇인가를 찾아보자면 과거에 비해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것? 젊었던 시절보다 감정 변화에 덜 흔들리게 되었다는 것? 그것은 아마 나이를 먹으며 조금 더 단단해진 덕도 있을테고, 이미 여러 풍파를 겪으며 적응한 탓도 있을테다. 하지만 여전히 『필 스터츠의 내면강화』를 읽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적어둘 것이 많았다는 것은 나는 여전히 부족한 사람이란 의미기도 하지만, 다행히도 무엇인가 배우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란 뜻이기도 하겠지.

『필 스터츠의 내면강화』는 교도소의 정신과의자로 경력을 시작한 필 스터츠가 조금이라도 내담자를 덜 힘들게 하는 상담이 뮤ㅜ엇인지를 고민하는 것에세 시작한 이야기다. 많은 심리학자가 말하듯 “과거의 나를 정확히 보는 것” 자체를 너무 힘들어하는 내담자가 있음을 인식하고, 스스로의 어둠에서 조금 덜 아프게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필 스터츠의 내면강화』를 읽는 내내, 통상적인 심리학 책에서 큰 도움을 받지 못한 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필 스터츠의 내면강화』는 “흔들리며 나아가는 삶”, “돌아갈 수 없는 길”, “진정한 자유의 모습”, “내 삶에 더 큰 힘을 들이는 법”, “어둠만이 알려주는 것들”, “아픔을 넘어서는 관계” 의 과정으로 내면을 강화하는 과정을 30가지로 풀어낸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부분은 “돌아갈 수 없는 길”이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과거 어느 지점을 슬퍼하고 후회하며 살아가는 것을 종종 보곤했는데, 시간이 흐르며 스스로를 미화해 마치 순간의 선택이, 인생 전체를 흔들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필 스터츠는 선택이 아닌, 인생의 지속성에 더 의미를 둔다. 그 점이 오히려, 우리가 바꿀 수도 없는 과거의 어느 지점에 저지른 과오에 매달려 모든 것을 망치기 보다는, 그것을 지나온 점으로 인식하고, 진심을 다해 반성하고, 결국에는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진짜 중요한 것은 과거에 매달려사는 것이 아닌,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가. 비로소 흔들리면서도 나아가야 하는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했다.

또 타인의 삶을 바라보며 사는 이들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필 스터츠의 내면강화』 5번째 장, “어둠 만이 알려주는 것들”을 읽으며 진정한 깨달음은 내면을 키우고, 고통에서 벗어나 진정한 힘과 지혜를 얻게 하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고통과 질투, 역경 등에 묶여 상처에 집착하고 타인을 원망하느라 시간을, 인생을 허비하는 많은 이들에게 깨달음의 고리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으며 점점 세상에 대해 감정적이지 않게 되긴했으나, 그만큼 또 열정도 줄어감을 느낀다. 『필 스터츠의 내면강화』를 읽으며, 파도가 잦아진 마음을 그대로 꺼뜨릴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지혜와 용기를 채워야 아이에게 조금 더 나은 “인생선배”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필 스터츠의 내면강화』는 불안에 휘둘리고, 질투나 상처, 원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당신에게 고통에서 벗어나 내면을 충만하게 채워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꼭 한 번 읽어보길 강력히 추천드린다. 만약 나의 글솜씨가 부족하여 여전히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넷플릭스”다큐멘터리 “스터츠”라도 꼭 한 번 만나보시기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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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21세기 대한민국의 1인당 GDP를 1만 달러에서 3만 달러 이상으로 올려준 1등 공신은 어딜까요? 중국입니다. 당시 중국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대한민국은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했고, 부유해진 중국인에게 상품을 팔았거든요. 그렇다면 2025년 대한민국의 경제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나라는 어딜까요? 역시 중국이에요. 중국의 산업 구조가 우리나라와 비슷해서 대부분의 산업에서 중국과 경쟁해야 하죠.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미국도 동북아에서 직.간접적으로 전쟁을 치를 테고,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도 자연스럽게 엮일 테니까요. (P.126)


제일 좋아하는 영역의 책을 물으면 단연 “역사”다. 물론 그림책도 무척이나 사랑하지만, 그래도 1등은 역사책이 아닐까 싶다. 역사라는 영역이 너무 재밌는게, 모를 때는 궁금함이 전혀 없는데 조금이라도 알고 나면 알 것도 더 많아지고, 모르는 것도 더 많아진다. 그렇다보니 역사와 관련한 책을 점점 더 많이 읽게 되는 것 같은데, 최근 읽은 책이 너무 유익했기에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동양편』을 모두에게 추천드리고 싶다.

사실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서양편』 리뷰에 “이 시리즈가 몇 권으로 예정되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부디 여러지역을 오래오래 탐구해주시길”이라고 기록했던터라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동양편』가 무척이나 반갑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이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시리즈를 꼭 만났으면 하는데, 보기 어렵고 빼곡한 ‘지리’가 아닌 산맥이나 바다가 역사에 어떤 영향을 주고, 환경에 따라 문화나 가치가 얼마나 다른지를 직접적으로 설명하기에 흑백처럼 느껴지던 역사가 입체블럭이 되는 느낌을 준다. 특히 지리가 나눈 국경선과 인간이 나눈 국경선이 얼마나 다른 역사와 결과를 만들어가는지를 생각해보면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의 설명이 더욱 유익하고 이롭게 느껴질 것이다.

서양편에서 문명과 국가자원이 나의 주 관심사였다면, 동양편에서는 지리환경이 문화에 주는 영향, 지리가 국민성향에도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무척 관심이 가더라. 가령 넓은 대륙을 가진 중국의 이야기에서 거론된 “중국의 러스트벨트 만주”가 흥미로웠는데, 과거의 역사에서는 핵심요지였던 동북지역이 천연자원의 고갈, 2차산업의 쇠퇴 등으로 변해가는 것을 무척 재미있게 짚어주었다.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영원한 흥도 영원한 망도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기도 했다.

동남아시아의 문명과 역사를 풀어낸 부분도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인도문명과 중국문명의 그라데이션이라는 동남아시아가 왜 선진국이 되지 못했는지에서부터 필리핀이나 베트남 등 우리에게 꽤나 익숙한 나라들이 가진 지리적특성이나 역사, 문화적 특성을 읽으며 그 모든 것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거의 모든 영역이 흥미로웠지만, 개인적으로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동양편』에서 가장 집중해서 읽은 것은 아무래도 한국과 일본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국근현대사를 배우는 학생들이 초반에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왜 우리나라를 침범했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동양편』에서 그 이유들을 무척 상세히 만나볼 수 있는 것. 비슷하면서도 다른 역사를 지닌 한국과 일본을 지리적 특성 등을 들어 무척 상세히 풀어내는데, 읽는 내내 무릎을 칠 내용들이 많았다. 사실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깨닫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동양편』을 읽으며 잠시 그런 생각을 했었다. 각각의 대륙이 뚝 떨어져있다 생각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하나의 지구’이기도 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하나의 지리’지만 ‘또 다른 세계’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 면에서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는 역사를 보다 입체적으로, 역사를 보다 ‘살아있는 것’으로 느끼게 하는 촉진제가 아닐까 싶다. 특히 학생들에게 강력히 추천드리고 싶고, 나처럼 역사를 좋아하는 어른들에게도 무척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한영준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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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의 행복사전』


앤은 좋은 것을 더 많이 갖겠다는 욕심을 내거나 다른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시기'와 '질투'는 앤의 인생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다. 열네 살이 되면서부터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나누고 공유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데 집중했다. 앤은 좋은 어른, 홀릉한 어른이 되고자 했기에 끊임없이 자신의 언행에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돌아보았다. 그래서 나는 앤에게 별명을지어 주었다. 반성과 실천의 달인!
(P.205 김은아 작가님)

단어가 주는 힘은 대단한 것 같다. 『앤의 행복사전』의 차례만 펼쳐 두고 있어도 아름답고 눈부신 단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마음을 충만하게 한다. 은아 작가님이 이 단어들을 따사롭게 풀어내 행복의 씨앗을 전했다면, 독자들이 사각사각 필사로 피워 낸 꽃에 내 그림이 알록달록한 향기를 입힐 수 있길 바란다. (P.208 하선정 작가님)



꾸준히 필사를 하는 편이다. 처음에는 그저 책 속문장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기록용으로 시작했지만, 언젠가부터는 필사 자체가 주는 위안이나 집중 등이 좋아져서 아침을 필사로 여는 편이다. 한밤중에도 누군가가 미워지거나 마음에 복잡함이 일 때면 꼭 필사를 하곤 한다. 손닿기 좋은 곳에 서너권의 필사책을 꽂아두고 마음에 닿는 책을 꺼내어 쓰곤 하는데, 지난 주내내 가장 많이 꺼내썼던 책, 『앤의 행복사전』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동안 『친애하는 나의 앤, 우리의 계절에게』, 『앤과 함께 프린스에드워드섬을 걷다』 등으로 ‘덕후력’을 꾸준히 뽐내오신 김은아 작가님의 신간, 『앤의 행복사전』은 ‘앤이 지나온 길 위에 남겨진 단어’라는 테마로 앤의 시선으로 정의된 단어와 작가의 감성가득한 문장들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앤이 사랑했던 단어들과 작가의 시선으로 해석된 내용들을 읽어보며 공감하기도 하고, 나는 다른 생각을 가졌는데 하고 생각해보기도 하며 꾸준히 생각확장을 할 수 있다. 더욱이 오른쪽 페이지에는 빈 노트가 수록되어 있어서 필사를 할 수도 있고, 생각을 기록할 수도 있어서 앤과 편지를 주고받는 듯한 감상을 안겨준다.

무엇보다 앤의 긍정에너지와 감성을 담은 단어들을 통해, 팍팍하게 느껴지는 현실을 조금 더 아름답게,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가질 수 있음이 너무 감사했다. 늘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지만, 그럼에도 살다보면 종종 부정적으로 변하는 나를 발견하곤 하는데 『앤의 행복사전』을 읽으며 또 한번, 앤의 마음을 닮아보자고 다짐하게 되더라.

또 책 뒤 편에는 컬러링 북 10페이지가 수록되어 있는데, 하선정 작가님의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함께 색칠하며 온전히 나의 책, 나의 문장들을 만들어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 하선정 작가님의 그림책, 『스트로베리 베리 팡팡』이나 『코튼 캔디 캔디 뿅뿅』을 아이가 무척 좋아했던 터라, ‘그림책 작가님’으로 익숙했는데 『앤의 행복사전』을 통해 섬세한 일러스트와 감성넘치는 컬러링으로 앤을 더욱 깊이 사랑하게 된 것 같아서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앤의 행복사전』은 ‘읽는 독자’에서 ‘함께 쓰는 독자’로 전환을 시켜줄 뿐 아니라, 생각하게 하고 마음을 고쳐먹게 해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더워지는 날씨, 마음에 스미는 불평이나 게으름대신 긍정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앤의 행복사전』을 강력추천해본다.

앤의 행복 사전

김은아 지음
담다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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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_jin

애초에 만나지 말았어야 하고, 처음엔 서로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지만, 끝내는 이 너른 세상에서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단둘이 있던 그들의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들이 함께했던 모험들, 그들이 갔던 장소들, 그들이 상상도 못 했지만 결국은 보게 되었던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짜릿하게 전류가 통하는 하늘과 형광색으로 빛나는 바다와 웃음소리와 어리석은 농담들로 가득했던 밤들을 생생히 불러내 그에게 그려주었다.

그를 위한 세계를 그림으로 그려 보여주었다. 스위스 산업단지에서 멀리 떨어진 그 세계에서는 그가 지금도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나를 위해 그 세계를 창조해 주었다. 기적과 가능성으로 충만한 그 세계를. 나는 그림으로 그려 보여주었다. 어떤 상처가 그로서는 짐작도 못 할 만큼 놀랍게 치유되었다고, 그것만으로도 내 존재의 일부는 그에게 영원한 빚을 져버렸다고 말하면서 나는 알았다. (p.533)



『미 비포 유』를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책으로도 이미 읽었고, 영화도 봤던터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이번에도 눈물 콧물을 빼며 읽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죽음’과 ‘이별’이 아닌 ‘스스로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권리’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 감상에 앞서 많은 분들이 꼭 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과한 스포는 하지 않으려 하지만, 『미 비포 유』를 아직 읽지 않은 분들게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소문내기 위해 간략한 줄거리정리를 해둔다. (스포가 싫으신 분은 아래 한 단락을 건너 뛰시길!)

능력있고 건강미넘치던 기업가 윌은 교통사고로 신체가 마비되는 장애를 얻는다. 2여 년의 재활과 치료에도 큰 차도가 없자 윌은 스스로의 존엄을 위해 안락사를 마음먹고, 가족들은 윌의 마음을 돌리고자 간병인을 구하게 된다. 이 간병인이 바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하는 루이자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만 삶을 정리하는 남자와, 금전적으로 어려워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배우지 못한 루이자. 그들은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희망이 되며 진정한 사랑,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존재가 된다.


나는 이 책을 ‘새드앤딩’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다고 생각하면 새드앤딩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고, 인생에 대해, 삶에 대해 깊은 성찰을 얻을 수 있었다면 새드앤딩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미 비포 유』는 해피앤딩, 새드앤딩 그 너머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또 그 사이 내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지, 잘 ‘죽기’위해 제대로 마무리를 하는 윌의 삶이 과거보다 깊이 이해가 되었다. 과거의 나는 자신이 잘 죽기 위해 타인에게 커다란 슬픔을 남겨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인가 생각했다면, 어느새 그런 슬픔의 크기조차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달까. 만약 윌이 스스로 존엄사를 선택하지 않고, 계속 삶을 유지했다고 하더라도 그 끝이 회복이 아닌 물리적으로 숨만 쉬는 삶, 의학의 힘으로 겨우 심장만 뛰는 삶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그 대상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단 1%에도 희망을 걸겠지만, 그것이 진정한 삶인지를 묻는다면 그 대답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이제야 『미 비포 유』의 의미를 깨달아 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루의 『미 비포 유』 (당신을 만나기 전의 나)가 완료형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윌의 삶 역시 루를 만나기 전와 후로 나누고 싶지 않고. 우리의 삶은 언제나 ‘미 비포 OOO’이다. 그 ‘OOO’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어떤 행위가 될 수도 있으며 자신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매 순간 나를 알아가고,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자 노력하는 시간들일테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미 비포 유』를 이렇게 정리하기로 했다. 눈물나는 사랑을 읽지만,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고. 당신에게도 『미 비포 유』가 『미 비포 OOO』임을 느끼는 팁이 되길 바라며, 또 당신의 오늘이 온전히 당신 것이 될 수 있기를 응원해본다.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다산책방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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