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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 수어사이드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민음사 펴냄

책의 우울한 분위기에 며칠간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다 읽고 나니 음.. 명시된 결말대로 끝났지만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된 탓에 열린 결말처럼 느껴져서 더 허무하고 헷갈리고 먹먹하다. 소설은 그 세계에 젖어있을 수 있는 책을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정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나에게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었다.

1. 서실리아의 이야기
상상력과 감수성이 풍부했던 다섯 자매 중 막내 서실리아.
외부와의 단절 속에서 자신의 내면으로 파고들기를 선택했고
결국 어떤 사고의 흐름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스로 삶을 끊는다.
그 이후로 책 전체가 몽환적이고 무기력한 기운에 젖어든다.
현대의 시각으로 보면 뭔가 정신질환을 앓았을 것이 유력한 아이.

2. 럭스와 트립의 이야기
자매 중 유일하게 억압에의 저항을 외부로 표출한 럭스와, 학교에서 가장 인기 많던 소년 트립과의 관계. 트립은 럭스에게 이끌려 스스로를 잊을 정도로 빠져들지만 그 무도회 밤, 갑작스럽게 럭스를 버리고 혼자 떠난다. (????) 마치 불안한 연애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어 책에 가속도가 붙었다.

3. 생기를 잃은 가정과 나머지 자매들의 자살
무도회 이후 아이들은 한층 더 엄격한 고립속에 살아간다. 이웃마저도 관조적인 자세로 이 가정을 외면한다. 그러다 갑자기 이웃 남자아이들에게 신호를 보내며 구조 요청을 하는 듯 보였지만 그 날 밤, 자매들은 그들을 ‘목격자’로 초대한 것고 탈출 대신 동반 자살을 감행한다.

그 장면 이후로도 나는 오랫동안 먹먹했다.
“대체 무슨 일이 그 집 안에서 있었던 걸까?”
“정말 아무도 도울 수 없었던 걸까?”
그 물음은 끝까지 해답 없이 남았고,
그것이 이 소설이 나에게 남긴 가장 깊은 허무였다.

책 뒷표지에서 이미 결말이 암시되어 있었기에
놀랍기보다는, 어떻게 그 결말까지 서술될까를 지켜보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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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ee

@jleec884

업계 특성 상 트렌드에 민감하다. 특히 저성장/고령화/친환경의 가치를 담고 있어 관심사가 겹쳐 좋았다.
상품이 아니라 테마를 선물하는 것으로 낭만은 챙기지만, 안 입는 옷은 물물교환 식으로 바꾸는 것. 시니어를 타겟하되 시니어라는 단어는 쓰지 않는 것, 시골 고령자의 이동과 버스 회사의 이윤을 위해 신청자 기반으로 버스 노선을 매일 바꿔가며 운행하는 것 등 한국에도 도입되면 좋을 것 같은 아이디어들이 많았다
다음에는 2025 책도 읽고 싶다!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정희선 지음
원앤원북스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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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정희선 지음
원앤원북스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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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ee

@jleec884

역시,,, 나 이 언니 글 좋아하네.
책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들을 애써 기억하려 쥐고 읽지 않아도 돼서 편했다. 일부를 제외한 인물들은 나의 삶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이들이라 대입이 잘 됐다.
필라테스 강사와 수강생의 심리를 각자의 시점으로 서술하는 방식도 인상 깊었다. 그치만 표제작 나주에 대하여는 조오금 스산해.... 현실에서 나에게 누군가 그렇게 다가온다면 무서울 것이야

나주에 대하여

김화진 지음
문학동네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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