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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고원
질 들뢰즈 외 1명 지음
새물결 펴냄
맙소사!!!
무슨 소린지도 모른 채 글씨만 읽어 내려갈 땐 마치 초등학생이 되어 양자역학 논문을 읽는 기분이었는데, 이 책을 끝까지 읽다니…
어떻게든 들뢰즈의 심오한 철학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버틴 듯싶다.
리좀, 기관없는 몸, 욕망, 생성, 내용과 표현, 기호, 탈영토화, 재영토화, 도주선, 코드화, 덧코드화, 홈 패인 공간, 매끈한 공간, 정주민, 유목민, -되기, 리코르넬라…
이처럼 낯선 개념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와 나를 고통스럽게 했지만 그저 묵묵히 시작도 끝도 없는 ‘천개의 고원’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갔다.
만약 동영상 강의가 없었더라면 절대로 해내지 못 했을 것이다.
유튜브에서 찾아낸 훌륭한 교수님들의 강의는 이 책을 읽어 나가는데 있어 이루 말 할 수 없이 소중한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그렇담 내가 들뢰즈의 철학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단지 ‘세상을 이런식으로도 바라볼 수 있구나!’ 하는 정도로 겨우 냄새만 맡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책을 읽을 때 불현듯 이 책에서 배운 내용이 떠올라 해당 문장에 밑줄을 긋고 ‘탈영토화’, ‘재영토화’라고 끄적일 정도의 개념은 생겼다.
그러고 보면 책 읽는 시간이 무척 지루하고 고달팠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 하나를 더 얻게 된 데에는 결코 비할 바가 아닌 것 같다.
특성에 따라 분류하고, 위계에 따라 구분지으며, 닮은 것 끼리 묶고 비교하는 수목형 눈만 가지고 있던 내게 세상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알려준 들뢰즈와 가타리, 그리고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신 여러 교수님들께 한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읽는 도중 포기했던 들뢰즈, 가타리의 전작 ‘앙티 오이디푸스‘를 조만간 재도전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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