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 역시 작은 아버지에게는 작은 아버지만의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독한 소주에 취하지 않고는 한시도 견딜 수 없었던 그러한 사정이.
134. 죽음 앞에서도 용서되지 않는 죄란 무엇인가. 해는 더 높아지고 볕은 더 따가워졌다.
138.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내가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아버지는 말했다. 긍게 사람이제. 사람이니 실수를 하고 사람이니 배신을 하고 사람이니 살인도 하고 사람이니 용서도 한다는 것이다.
181. 질 게 뻔한 싸움을 하는 이십대의 아버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목숨를 살려주었던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려 했던 이십대의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영정 속의 아버지가 꿈틀꿈틀 삼차원의 입체감을 갖는 듯했다. 살아서의 아버지는 뜨문뜨문, 클럽의 명멸하는 조명 속에 순간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죽은 아버지가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살아서의 모든 순간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자신의 부고를 듣고는 헤쳐 모여를 하듯 모여들어 거대하고도 뚜렷한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191. 어쩐지 마음이 언니가 뽀땃하게 끓여 온 전복죽처럼 뽀땃해지는 느낌이었다.
196. "자네 줄라고. 인자 우리 성 얼굴고 잊어불라고." 그는 아침이라도 먹고 가라는 내 말을 들은 척도 않고 아무데나 짚었던 지팡이로 힘주어 조문실 바닥을 짚으며 걸음을 옮겼다. 출입문 앞에서 나를 돌아본 그가 무슨 말을 할 듯 달싹거리다 말했다. "또 올라네." 여기 사람들은 자꾸만 또 온다고 한다. 한번만 와도 되는대. 한번으로는 끝내지지 않는 마음이겠지. 미움이든 우정이든 은혜든, 질기고 질긴 마음들이, 얽히고설켜 끊어지지 않는 그 마음들이, 나는 무겁고 무섭고, 그리고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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