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메니데스는 세상이 변하지 않는 ‘하나’로 존재한다고 보며 일원론 monism 을 주장했다. 반면 엠페도클레스는 세상은 네 가지 원소가 사랑 Love과 다툼 Strife이라는 두 힘에 따라 결합하고 분리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보았다. 그는 이러한 변화를 인간의 목적이나 의지와는 무관하게, 우연— 우발적 사건과 필연—자연 법칙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설명하였다. 즉, 엠페도클레스는 세계의 변화가 내적 의도보다는 외적 원리들에 의해 좌우된다고 본 것이다.
나는 솔직히 일원론이 조금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모든 것을 단 하나의 에너지나 법칙으로 환원하려는 시도는 어딘가 폭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한 단일한 구조였으면 좋겠다는 욕망도 있다. 물론 그것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판타지일 뿐임을 인정한다.
러셀 서양철학사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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