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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명문장 필사 100
김지수 지음
마음시선 펴냄
종종 나에게 대체 에너지가 어디서 나서, 그렇게 매일 책을 읽고 운동을 할 수 있는지 묻는 사람들이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그것들을 하기 위해 다른 에너지를 덜 쓴다. 내가 정한 루틴들을 지키기위해, 하지않아도 될 감정소모나 에너지소모를 피하는 편이다. 부족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나를 돌보며 살아야하니까 나의 루틴을 성실하게 지키는 것이다.
직장인으로, 엄마로, 딸로- 내가 해야할 것들은 꽤 많지만 내가 나를 위해 꼭 지키는 것은 세가지 정도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잠시라도 했다는 위안을 주는 매일 책읽기,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운동, 잠들기 전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필사. 사실 이런 것을 빼먹어도 큰일 나지는 않지만 잠자리에 들었을 때 내 자신은 안다. “아, 내가 오늘 나를 위해 살지 못했구나.”하고.
조금 더 젊었던 시절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했다는 위안을 주는 독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나이를 먹은 탓인지, 하루를 잘 닫는 것이 더 큰 위안이 될 수 있음을 배워간다. 그래서 온 가족이 잠들고 혼자 앉은 식탁, 한글자 한글자 필사를 하며 “오늘도 잘 보냈다”라는 마음을 꼭 담아본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간에 가장 적합한 필사책은 마음시선의 것들이다. 최근에는 『고전명문장 필사100』을 쓰고 있는데, 분량도 적당하고 주제도 명확해서 하루를 정리하기에 참 좋다. 너무 많은 분량은 하루의 마무리에 피곤함을 더해주고 생각할 시간이 부족하게 되는데, 마음시선의 『고전명문장 필사100』은 집중해서 몇 분 쓰고, 또 생각할거리를 주는 문장들이 모여있어서 필사자체에도 큰 의미를 준다. 마음시선에서 출간되는 여러 필사책들은 주제가 꽤나 명확하기 때문에, 내가 집중하고 싶은 것이나 바라는 것 등에 따라 골라 쓸 수 있어 좋다. 또 책 자체가 실제본이라 쫙 펼쳐지기 때문에 글씨를 잘 못쓰는 사람도, 오랫동안 손글씨를 쓰지 않은 사람도 정갈하게 필사할 수 있음도 큰 장점.
학창시절에는 왜 선생님들이 빡빡이를 시키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보니, 손으로 무엇인가를 쓴다는 것은 손으로 한번, 눈으로 한번 읽고 쓰는 것이엇으며, 마음에도 꾹꾹 눌러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그렇게 집중하는 시간은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며, 다른 상념들로부터 벗어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더라. 그래서 나는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스스로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 남에게만 좋은 사람이라서 스스로를 다독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꼭 필사를 하시면 좋겠다. 하루 5분에서 10분이라도 스스로를 돌볼 수 있길 바라며 말이다.
오늘, 『고전명문장 필사100』를 통해 데미안을 썼다. 나의 존재에 대해 한참 고민하던 즈음, 문득 데미안이 나에게 깨달음을 주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속삭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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