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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골을 찾아서

김송순 지음
샘터사 펴냄

김송순 작가의 신간, 『바람골을 찾아서』는 사실 아이보다 내가 읽고싶은 마음이 커서 만낙 되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판타지 동화이기도 하지만, 전쟁 피해자의 상흔과 전쟁이 남기는 것들에 대해 잘 조명하고 있고, 회복 방향성을 고민하기 때문에 전쟁을 직접 겪은 우리나라에는 꼭 필요한 동화라고 생각했기 때문.

『바람골을 찾아서』에서 현준이는 할아버지의 보물을 찾아 바람골로 향한다. 그저 할아버지의 보물을 찾기만 하면 할아버지가 더 이상 아프지 않으리라는 기대로 시작한 모험이었으나 우연히 현준은 과거를 경험하게 된다. 어딘가 낯익은 새 형과 자꾸만 싸우게 되는 더벅머리 아이를 비롯한 이상한 사람들이 가득하고 총성이 오가는 바람골. 설상가상으로 졸지에 함께 도망자가 된 현준은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전쟁의 슬픔과 할아버지의 아픔을 이해하게 된다. 물론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저 상상 속의 일이고, 우리 세대에게도 ‘과거’로만 느껴지는 오랜 일이지만, 『바람골을 찾아서』을 통해서 만나는 전쟁의 상흔은 전쟁이 남기는 아픔과 현실적인 해결방안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사실 아이는 『바람골을 찾아서』를 읽기 전까지, 전쟁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지는 못했던 것 같긴 하다. 하긴 아이가 만나는 전쟁은 독립기념관, 호국기념관 등에서 만날 뿐이니 특정 감정을 느끼기는 어려웠을 듯. 그러나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 오래도록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모습 등에서 전쟁이 우리에게 남기는 상흔이 얼마나 큰지를 느끼고 많이 슬퍼했다. “누구에게” 좋은 거라서 전쟁을 한 건지 묻는 아이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내 마음도 복잡해졌고.

『바람골을 찾아서』는 어쩌면 우리의 그 모든 땅 이야기고, 그 시절을 겪은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또 다른 나라에서는 바로 “오늘”의 이야기다. 그래서 『바람골을 찾아서』는 모두에게 읽혀졌으면 좋겠다. 전쟁이 남기는 것들에 대해 적어도 우리는 기억하고, 해결할 마음을 먹어야하니까.

멀게만 느껴지던 전쟁은 『바람골을 찾아서』 덕분에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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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르셀로나’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바르셀로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가우디성당, 열정적인 축구, 감성넘치는 그라시아, 짙은 초코, 다양한 박물관 등 문화예술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이제는 이 열정적인 이미지 위에 한층 더 열정적이고 예술적이었던 그림책, 『보물찾기 딱 좋은 곳, 바르셀로나』도 함께 떠오를 것 같다.

『보물찾기 딱 좋은 곳, 바르셀로나』는 감각적인 후즈갓테일 출판사의 신간 그림책으로 미겔 팡의 개성넘치는 글과 그림으로,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색감과 익살넘치는 일러스트가 가득한 그림책이다.

신기하게도 『보물찾기 딱 좋은 곳, 바르셀로나』의 주인공은 문어! (우리 아이는 축구 때문에 문어이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아무튼 우리의 주인공은 칠대양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해적 흐물렁으로, 위대한 보물사냥꾼인 흐물렁이 배를 타고 숨겨진 보물을 찾아나서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우연히 폭풍우에 휩쓸려 바르셀로나라는 도시 해변으로 가게 되며 보물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우리 꼬마도 흐물렁을 따라 바르셀로나 여기저기를 탐방하며 그림책을 읽는다. 미술관도 가고, 축구장도 가며 숨겨진 보물을 찾는 사이, 바르셀로나의 이곳저곳을 구경해보기도 하고 진짜 바르셀로나의 보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직접 깨닫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보물찾기 딱 좋은 곳, 바르셀로나』의 색감 자체가 보물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화려한 색감으로 표현된 역사와 문화, 예술을 감상하며 그 곳에 숨은 이야기들을 한껏 느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상은 아이도 다르지 않았는지, “각 페이지마다 이야기가 숨어있는 책”이라고 표현하더라.

책 자체가 감동적인 그림책이 있고, 책이 이야기하는 것보다 직접 느끼는 것이 많은 그림책이 있다. 『보물찾기 딱 좋은 곳, 바르셀로나』는 아마 후자에 가까울 것 같다. 화려한 색감과 익살넘치는 스토리안에서 우리는 재미 뿐 아니라, 바르셀로나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진짜 보물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니 말이다. 또 이 책을 통해 우리 주변에서도 숨어있는 진짜 보물이 무엇인지 이야기해볼 기회가 되기도 하고.

아이들과 세계의 아름다움, 진짜 보물에 대해 이야기나눌 수 있는 그림책, 『보물찾기 딱 좋은 곳, 바르셀로나』였다.

보물 찾기 딱 좋은 곳, 바르셀로나

미겔 팡 지음
후즈갓마이테일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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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은 부부가 헤어진 것이지, 부모가 헤어진 게 아니다. 자식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게 부모라면 남남이 된 부부라도 그 진심에는 변함이 없다. 자식을 위해 쇼인도 부부를 못 할까, 재혼이 두려울까. 자식이 아프지 않을 수만 있다면 목숨도 내놓을 수 있는 게 부모이고,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P.153)

나와 동갑, 그녀의 첫 번째 책이 출간될 즈음 연을 맺은 뒤 이미 몇 년째 서로의 SNS로 소통하는 작가님이었고, 나 역시 기다리던 그녀의 다음 책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육아가 끝나면 각자의 집으로 간다.』를 읽는 나의 속도는 꽤 더뎠다.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 혼사가 두려웠냐고? 아니다. 그녀의 글에서 발견하게 될 내 모습이 두려웠다. 『우리는 육아가 끝나면 각자의 집으로 간다.』의 첫 장에서부터 우리 집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미칠 것 같은 속을 다독이며 아이를 위해 집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날의 서운함은 무거운 돌덩이가 되었고, 이후 사소한 일이 생길 때마다 작은 돌덩이가 차곡차곡 쌓였다. (P.57)”, “혼자가 아님에도 혼자일 때보다 더 아프고 버거운데, 정말 별일이 아닐까. 누구는 이런 살에 지쳐서 죽기도 한다는데 이건 죽고 사는 문제에 속하지 않는 걸까(P.58)”

나도 모르게 코를 훌쩍이고 있었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그때의 그녀에게 “이혼은 그냥, 더는 사랑하지 않게 된 사람들이 하는 거야. 특별한 누가 아니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말은 그때의 나에게도 해주고 싶었다. 불행을 피한 것인지 행복을 내쫓은 것인지 답답하다는 그녀의 마음이, 그때의 나 같아서 자꾸 훌쩍거려졌다. 이 훌쩍임의 소리가 변한 건 몇 장 채 넘기지도 않아서였다. 내가 이혼을 결심하지 못했던 이유가 고스란히 담긴 그녀의 문장들 앞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울어버렸다. 그녀가 오래도록 속앓이한 끝에 얻어낸 결론, “부모의 이혼에 남겨진 책임은 부재한 부모의 자리를 그리움으로 두지 않는 것이다. 이혼과 상관없이 부모 그대로 아이 곁에 있는 것이다. (P.122)”는 말에 마음에 파도가 일었다. 나에겐 이혼사유가 부족했던 것인지 용기가 부족했던 것인지 모르지만, 부모의 자리를 그리움으로 두지 않을 자신이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육아가 끝나면 각자의 집으로 간다.』를 읽으며 초반에는 “내가 이혼하지 못한 이유”를 찾았고, 중반에 다다랐을 때는 마치 그것이 엄청난 모험이라도 되는 것처럼 용기가 '부족'한 나를 탓하려 했다. 그러나 “대지가 비옥하지 않은 엄마는 '너희도 참아'라며 무책임한 악다구니로 아이들을 아프게 한다(P.178)는 문장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이를 위해 미워하기를 멈추기로 해놓고, 어느새 야금야금 서로를 향한 미움을 꺼내고 있었다. 미움을 멈추기로 했던 그 시점으로 돌아가, 내 결심에 책임지는 어른스러움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녀의 문장 위에 내 마음을 얹어보고서야 그걸 깨닫는 부족한 사람이다. 그녀가 애써 얻은 깨달음을, 슬쩍 얻어가는 염치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녀는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약이 된다면 얼마든지” 하며 자신이 지나온 시간들을 바싹 말려, 달콤쌉쌀해진 경험으로 나누어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이미 스스로를 다독이는 힘을 얻었으니, 누군가를 안아줄 여유도 생겼으리라. 나도 어느새 아팠던 시간을 딛고, 이혼하고 싶다고 우는 후배의 등을 도닥이는 사람이 되어 있다.

『우리는 육아가 끝나면 각자의 집으로 간다.』를 다 읽고 난 지금- 진짜 용기는 이혼이나 인내, 그 무엇도 아닌 스스로 선택한 것에 책임지는 것에 무게를 두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디라 했던가. 그 무거운 시간을 견뎌낸 그녀에게 이제 행복과 빛으로 가득한 왕관만이 가득하기를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해본다.

우리는 육아가 끝나면 각자 집으로 간다

글짱 지음
담다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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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나에게 대체 에너지가 어디서 나서, 그렇게 매일 책을 읽고 운동을 할 수 있는지 묻는 사람들이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그것들을 하기 위해 다른 에너지를 덜 쓴다. 내가 정한 루틴들을 지키기위해, 하지않아도 될 감정소모나 에너지소모를 피하는 편이다. 부족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나를 돌보며 살아야하니까 나의 루틴을 성실하게 지키는 것이다.

직장인으로, 엄마로, 딸로- 내가 해야할 것들은 꽤 많지만 내가 나를 위해 꼭 지키는 것은 세가지 정도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잠시라도 했다는 위안을 주는 매일 책읽기,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운동, 잠들기 전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필사. 사실 이런 것을 빼먹어도 큰일 나지는 않지만 잠자리에 들었을 때 내 자신은 안다. “아, 내가 오늘 나를 위해 살지 못했구나.”하고.

조금 더 젊었던 시절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했다는 위안을 주는 독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나이를 먹은 탓인지, 하루를 잘 닫는 것이 더 큰 위안이 될 수 있음을 배워간다. 그래서 온 가족이 잠들고 혼자 앉은 식탁, 한글자 한글자 필사를 하며 “오늘도 잘 보냈다”라는 마음을 꼭 담아본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간에 가장 적합한 필사책은 마음시선의 것들이다. 최근에는 『고전명문장 필사100』을 쓰고 있는데, 분량도 적당하고 주제도 명확해서 하루를 정리하기에 참 좋다. 너무 많은 분량은 하루의 마무리에 피곤함을 더해주고 생각할 시간이 부족하게 되는데, 마음시선의 『고전명문장 필사100』은 집중해서 몇 분 쓰고, 또 생각할거리를 주는 문장들이 모여있어서 필사자체에도 큰 의미를 준다. 마음시선에서 출간되는 여러 필사책들은 주제가 꽤나 명확하기 때문에, 내가 집중하고 싶은 것이나 바라는 것 등에 따라 골라 쓸 수 있어 좋다. 또 책 자체가 실제본이라 쫙 펼쳐지기 때문에 글씨를 잘 못쓰는 사람도, 오랫동안 손글씨를 쓰지 않은 사람도 정갈하게 필사할 수 있음도 큰 장점.

학창시절에는 왜 선생님들이 빡빡이를 시키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보니, 손으로 무엇인가를 쓴다는 것은 손으로 한번, 눈으로 한번 읽고 쓰는 것이엇으며, 마음에도 꾹꾹 눌러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그렇게 집중하는 시간은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며, 다른 상념들로부터 벗어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더라. 그래서 나는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스스로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 남에게만 좋은 사람이라서 스스로를 다독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꼭 필사를 하시면 좋겠다. 하루 5분에서 10분이라도 스스로를 돌볼 수 있길 바라며 말이다.

오늘, 『고전명문장 필사100』를 통해 데미안을 썼다. 나의 존재에 대해 한참 고민하던 즈음, 문득 데미안이 나에게 깨달음을 주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속삭여준다.

고전 명문장 필사 100

김지수 지음
마음시선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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