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폴 오스터의 전집을 진작부터 구매해 놓고 아직 읽지 못했는데, 벌써 생애 마지막 작품이 출간되어 버렸다. 이럴 땐 항상 망설여진다. 작가의 시작부터 읽어야 할지, 우선 가까운 작품부터 읽어야 할지. 다행이도 추천사에 "오스터의 처음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완벽한 마무리가, 오스터를 아직 모르는 운 좋은 독자들에게는 완벽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라는 금정연 작가의 말에 힘입어 마지막 작품부터 시도해 본다.
<바움가트너>가 읽기 어려운 작품은 아니다. 사유에 사유가 이어지는 작품들은 읽기가 좀 힘든데, 이 경우 이야기에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어 힘들지는 않다. 하지만 2주 넘게 붙잡고 읽었던 이유는, 그 이야기가 두껍지 않은 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가 현재의 이야기에서부터 바움가트너 본인의 가정사와 그 너머 어머니, 아버지의 가계도, 부인인 애나와 그 가족의 이야기, 가끔 개입되는 환상까지 너무나 다양하고 너무나 방대한 양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사람의 인생을 여러 장면에서 덧붙여 바라본 느낌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살 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두려워지는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바움가트너가 생각하듯 죽음은 언제 어느 때라도 갑자기 찾아올 수 있는 것이고 그 우연은 어쩔 수 없는 거라서 결국, 지금 이 순간들을 소중히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너무 조급하지 않게, 너무 게으르지 않게.
폴 오스터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어떤 작풍이나 하는 것들을 느끼기엔 어림도 없지만 <바움가트너>가 부인을 애도하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 행동력 등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앞으로 하나씩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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