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에게 최선의 선택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각자의 최선만이 있을 뿐이다.
제목의 11자라는 요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ABC 살인사건”과 같은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내며, 이 궁금증은 소설의 마지막에서야 풀린다.
추리 소설에서 왓슨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 범인이라는 설정은 “애클로이드 살인사건”이 생각나기도 하나 많이 다르다. 이는 구성보다는 사건이 발생한 이유, 즉 “왜”라는 질문이 작품 내에서 더 강조되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자체는 크게 흥미를 끌지 못했지만, 가치관의 충돌이라는 주제에 더 중점을 두었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사람을 구하는 대가로 다른 사람의 몸을 원하는 가치관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는 개인의 가치관일 뿐이며, 정답은 없다는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듯하다.
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알에이치코리아(RHK)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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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의 성장과 정체성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작품으로, 인간보다 인간다운 존재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를 몰입하게 만든다.
루시, 토미, 캐시와 같은 입체적인 인물들은 단순한 도구가 아닌 진정한 인간으로 인식되도록 그려져 있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이들은 외부 세계, 즉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불가피한 담보물로 여겨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자에게 담보물로서의 행복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캐시는 루시 선생님의 가치관을 따르며 진실을 알리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그녀는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위선이라고 주장하는 듯했다.
소설은 은은하게 스며드는 가슴 아픈 장면들로 가득한데, 특히 토미가 네 번째 기증을 앞두고 캐시에게 간병사 역할을 맡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어쩌면 토미는 캐시에게서조차 담보물로 보이지 않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캐시가 기증자가 되어 토미의 의도를 깨닫게 된다면, 그녀는 더욱 슬퍼했을 것이다.
누구보다 인간의 마음으로 행동하는 캐시와, 그 행동이 미래에 저항할 수 없는 도구로만 보이는 마담, “네버 렛 미 고”를 듣는 캐시의 행동에 대한 해석의 차이를 통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현실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나를 보내지 마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민음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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