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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지음
문학동네 펴냄

중력도 마찰력도 없는 조건에서 굴린 구는 영원히 굴러간다.
언젠가 네가 한 말을 난 종종 떠올렸어. 영원히 천천히 굴러가는 공을 생각했어. 그 꾸준함을 상상했어. 이상하게도 눈을 감고 그 모습을 그려보면 쓸쓸해지더라. 데굴데굴 굴러가는 그 모습이 어쩐지 외로워 보여서. 그래도 우린 중력과 마찰력이 있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 다행이구나. 가다가도 멈출 수 있고, 멈췄다가도 다시 갈 수 있는 거지. 영원할 순 없겠지만. 이게 더 나은 것 같아. 이렇게 사는 게.
사람이란 신기하지. 서로를 쓰다듬을 수 있는 손과 키스할 수 있는 입술이 있는데도, 그 손으로 상대를 때리고 그 입술로 가슴을 무너뜨리는 말을 주고받아. 난 인간이라면 모든 걸 다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는 어른이 되지 않을 거야.
너희가 내게 줬던 시간과 마음을, 나는 잊을 수 없고 앞으로도 잊지 않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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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 이분이 하시던 빵집 아는데."
매지가 탄식했다.
"깜빠뉴가 맛있는 집이었어. 안에 마른 과일이 콕콕 들어 있는. 다른 직원 없이 혼자 하셔서 힘들 것 같긴 했지만...... 가게를 옮기거나 잠시 쉬려고 닫은 줄 알았어. 돌아가신 줄은 몰랐네."
"회사에 속해 있지 않았던 사람들도 죽는구나. 뭐가 그 사람들을 몰아붙인 거지?"
규진이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생계?"
매지가 약간 쏘아붙이듯이 대답했다.
"회사는 악독하지만, 어떨 때는 갑옷이기도 하잖아. 조직 밖의 사람들은 아무런 보호장비도 없이 혼자 세상이랑 싸운다고."
그건 아마 매지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었다. 매지는 공연을 하기 위해 공연을 준비하는 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을 입시무용학원에서 일해야 했다. 작업과 생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곁에서 보기에도 어려워 보였다. 한번은 발목을 다쳐서 강사 자리를 잃은 적도 있었는데, 후유증이 남지 않아서 다행이었지 장기적인 문제가 되었더라면 큰일이었을 것이다.

"근데 이렇게까지 다 없앨 필요 있나? 혼자 살아도 필요한 물건이지 않아?"
지원이 물었다. 그 물음에 불안해진 네 사람이 동시에 이재를 쳐다보았다.
"사실은...... 내가 보여줄 게 있어."
이재는 친구들을 지하주차장으로 데리고 갔다. 그러곤 아주 작은 캠핑 카라반 앞에 섰다. 카라반은 아직 차에 연결되어 있지는 않았다. 거짓말, 하고 아영이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말했다.
"이걸 끌고 어디로 가게?"
"일단 좀 다녀보게."
친구들은 드디어 이재가 이혼의 충격을 드러내는구나 생각했다.
"그냥, 결혼이 부동산으로 유지되는 거라 생각을 했어. 도무지 감당이 안되는 금액의 집을 사고, 같이 갚으면서 유지되었을 뿐인게 아닐까. 그래서 한동안 동산만 가지고 살아보고 싶어서."
성린이 가장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하지 않을까?"
경윤이 너무 염려를 담아 말하지 않으려 애쓰며 물었다.
"야, 여자는 어디서나 위험해. 어떻게 살아도 항상 위험해."
성린이 이재 대신 대답했다.

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창비 펴냄

8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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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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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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