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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창비 펴냄

읽었어요
구례 출신 빨치산의 딸

어쩌면 빈농의 자식인 내 아버지가 그곳을 떠나 부산으로 서울로 올라오지 않았더라면 나 또한 그 지위를 갖게 되었으리라.

1950년생인 내 아버지가 어릴 적 며칠은 군인이 며칠은 빨갱이가 마을에 내려와 이 잡듯 모든 걸 쓸어갔다고 했다. 이미 전쟁이 끝나고서도 한참을 그랬다는 게 믿기지 않을 이야기였지만 그 시골동네에선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했다. 한편으론 우습기도 한편은론 수긍이 가기도 했다.

빨치산의 삶을 살다간 아버지가 죽고나서야 아버지의 행적을 좇아가는 하나뿐인 딸. 아버지의 손길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런 아버지를 다정한 사람으로, 정의로운 사람으로, 멋드러진 사회주의자로 각기 기억에 남겼다.

그러나 아버지의 딸에게는 그저 아버지로 남을 것이다. 내 아버지 역시 각기 다른 사람에게 여러 모습으로 기억되겠지만, 나에게는 그저 내 아버지로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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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고벼르다 드디어 읽었다. 사피엔스.

처음부터 충격적이었다. 인간이란 종은 약 3만 년 전까지만 해도 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 등 6종이었다. 여태 인간 진화는 순서가 있었고 그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유일한 종이라고 배웠던 시절이 바사삭 깨뜨려졌다.

그 뿐인가.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인 이유를 다수가 유연하게 협동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으나 실상 그 또한 궁극적으로는 허구에 기반한다.

어찌보면 말장난도 같은 내용이나 호모 사피엔스로 살면서 한번쯤은 고민해봐야할 지점 아닌가.

기존의 관념을 깨는 빅히스토리는 끝이 없다. 채렵수집의 시기를 지나 농업혁명-산업혁명-과학혁명을 지나오며 사피엔스는 정말 더 행복해졌다고 할 수 있나?

과학혁명의 최종 목표는 ‘길가메시 프로젝트‘ 즉,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것이며 이 프로젝트는 결국 성공할 것이다. 영생을 가진들 더 행복할 것인가. 유한한 목숨이 있기에 행복할 수 있는 건 아닐까.

현재를 사는 호모 사피엔스에게 여러 거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은 단 한번만 읽기에는 아깝다.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지음
김영사 펴냄

읽었어요
15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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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은 뒤에야 알아챘다. 책 표지에 쓰인 문구들.
같이 사는 인간, 호모 심비우스
차마, 어차피, 차라리

양심이란 무엇인가.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마음상태라 할 수 있나.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상태를 일컫는가. 양심은 마음 자체라면 염치는 양심일 발현된 태도라 했다. 염치는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양심은 둘째라 치고, 염치라도 차리고 삶을 살아가야 한다.

양심이니 염치니 단어에 천착하는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아 맥이 닿아있다. 이 책은 몇해 전 최재천 교수님이 서울대 졸업식 축사로 쓴 글부터 최재천의 아마존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다른 내용 중 몇 가지를 추려서 글로 엮은 내용이다.

몇 개월 전 우연찮게 그 유튜브를 종일 보았던터라 책을 읽으며 최재천 교수님의 음성지원이 되는 듯했다. 대체로 온화한 말투와 웃음이 참 편안한 기운이다.

유튜브를 보거나 보지 못한 분들도 책을 통해 최재천 교수님이 살아온 삶을 들여다보며 또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양심

최재천 외 1명 지음
더클래스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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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ulsori

어디까지 기후변화를 탓하며 언제까지 살 수 있는걸까.

하도 세상이 복잡하다보니 별개다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탓한다. 홍수나 자연재난은 물론 전쟁도, 경제도, SNS조차도. 저자는 이를 ‘기후주의’라 명명한다.

기후위기 시계가 몇년 남았다든지, 우리 후손은 더 이상 지구에서 살 수 없다든지 하는 이런 위기론이 끊임없이 생산되어 확산된다.

물론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위기의식이 없는 것보다야 큰 편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그나마 인지하고 작은 실천이라도 하고 사는 게 지구에 미미한 도움이라도 될테니.

그렇지만 기후주의는 위험하다. 어떠한 사안도 단 하나의 이유로 결정되지 않는다. 사안을 단순하게 하나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주의(ism)”로 귀결되기 쉽다.

답도 없는 회의를 계속해대는 것만큼의 답답함과도 비슷하다. 무지와 무식의 경계를 교묘하게 타는 사람마냥 기후변화를 알은 체하며 기후변화를 이용해먹기에 급급해하지 않아야 한다. 사안을 다각적으로 보는 관점을 갖추고, 이를 관통하는 통찰력을 갖는데에 온 힘을 다해야한다.

기후 변화가 전부는 아니다

마이크 흄 지음
풀빛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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