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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문학동네 펴냄
대학에 합격하고 신나게 노는 약 2개월의 시간 동안 밖에 나가지 않고 방 안에서 그동안 못 읽었던 책을 무진장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접했던 작가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무라카미 하루키였다. <상실의 시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지만 도대체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그 다음부터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과 에세이를 찾아 읽어나갔다. 한창 일본어를 배우던 때인데, 중급으로 올라가면서부터는 원서까지 구입해서 번역도 했던 것 같다. 분명히 그때 <상실의 시대>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기에 이제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만 역시 그 소설은 20대 만의 감성이 잔뜩 실린 소설이라 지금 읽으면 그때의 감성이 반감될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빵가게 재습격>.단편 모음집이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점이 가장 매력이라 손에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 권으로 일 주일 내내 읽는 내가 이틀 만에 클리어! 더하여 오랜만에 그때의 감성에 다시 젖어들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다른 작가들이 구사하지 못하는 아주 묘한 세계관을 지닌 작가다. 환상문학이라고 하기엔 뭔가 진짜 환상 속에서 머무는 것도 아니고, 현실 세계에 튼튼히 바탕을 둔다. 그렇지만 그의 소설 속 환상을 무시할 수도 없다. 그러니 소설 속 주인공들은 어딘가 조금씩 불안하고 애매하고 이상하다. 남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 할 상황 속에서 혼자만 헤매다니는 것 같다.
"코끼리 사건 이후 내 안에서 뭔가의 균형이 무너져버려, 그 때문에 외부의 여러 사물이 내 눈에 기묘하게 비치는지도 모른다. "...68p
아마도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토는 모두 저 문장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어쩌면 그들은 내가 밖으로 꺼내지 않고 꽁꽁 숨겨놓은 나 자신일지도. 그래서 자꾸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읽게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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